퇴근후 혼술, 변기서 카톡..이러다 진짜 큰일 납니다
이병문 입력 2021. 11. 02. 22:03 댓글 41개https://news.v.daum.net/v/202111022203003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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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온이 뚝 떨어져 날씨가 쌀쌀해지면 항문 주위 혈관이 수축하고, 이로 인해 항문의 혈액 순환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아 치질(痔疾)에 노출되기 쉽다. 특히 코로나19 유행으로 의자에 앉아 오랜 시간을 보낸 것도 항문 건강에 독이 될 수 있다. 연말을 앞두고 코로나19 방역체계가 '위드 코로나'로 전환되면서 잦아질 회식과 음주 역시 치질 증상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된다. 대표적인 항문질환은 치질(치핵·치루·치열)을 비롯해 변비, 항문소양증(가려움증), 항문암, 변실금 등이다. 항문질환 중 보통 치핵(痔核)·치열(痔裂)·치루(痔漏)가 95%를 차지해 이들을 3대 항문질환이라고 한다.
입이 소화기관의 시작이라면 항문은 끝이다. 그러나 입과 항문은 생김새나 구조 측면에서 사뭇 비슷한 부분이 많다. 입에 입술이 있듯이 항문에도 입술에 해당되는 항문쿠션조직이 있다. 입에 치아가 있듯 항문에는 치상선이라는 게 있다. 항문은 한자로 '똥구멍 항(肛)'과 '문 문(門)'이 합쳐진 말이다. 우리 몸에서 소화·흡수되고 남은 음식물 찌꺼기를 배변과 가스 형태로 배출하는 기관이 바로 항문인 것이다. 항문은 밖에서 보면 국화 문양을 하고 있고 사방으로 주름이 잡혀 있다. 항문 길이는 약 3~4㎝다.
대장항문외과 명의인 양형규 양병원 의료원장은 "엄마의 자궁에 착상된 태아가 약 8~9주 지나면 장에서 내려온 부분과 항문 쪽 피부에서 올라간 부분이 만나게 된다"면서 "이렇게 항문관이 뚫릴 때 양끝에서 관통해 만난 부분을 치아의 모양처럼 울퉁불퉁하다고 하여 '치상선'이라고 부르며 보통 항문 입구에서 약 1.5㎝ 위에 자리 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치상선을 경계로 윗부분은 대장과 같은 자율신경의 지배를 받고 있어 통증을 거의 느낄 수 없지만 치상선 아랫부분은 피부와 같이 지각신경하에 있어 통증을 민감하게 느낀다. 치질이 어느 부위에 생기는가에 따라 통증이 다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치상선 주변에는 '항문소와'라는 오목하게 파인 부분이 있는데, 이 항문소와와 연결된 항문샘에서 대변이 나올 때마다 윤활액 역할을 하는 점액이 분비돼 변이 항문관을 수월하게 통과하도록 도와준다. 항문샘은 6~10개가 있으며 균이 들어가 감염되면 치루가 발생할 수 있다. 항문에는 내항문괄약근과 외항문괄약근이 있어 때와 장소를 가려 대변이나 가스(방귀) 배출을 조절할 수 있다. 내괄약근은 점막 근처에 자리 잡고 있으며 우리 의사와 상관없이 일정한 힘으로 항문을 닫아주는 역할을 한다. 항문압의 70~80%는 내괄약근에 의해 유지돼 잠이 들어 의식이 없어도 변이 나오지 않는다. 외괄약근은 대변이 급히 마려워도 어느 정도 참을 수 있게 해준다. 하지만 외괄약근은 강력한 힘을 내지만 쉽게 피로해져 50초면 힘이 빠져 버린다. 옷에 변을 보는 이유다.
이처럼 소중한 항문은 거의 모든 시간을 서서 혹은 앉아서 지내야 하는 현대인의 생활 환경 때문에 혹사를 당하고 있다. 네 발로 다니는 동물은 몸 전체로 하중을 견디기 때문에 항문조직이 밖으로 빠질 수 없다. 그러나 두 다리로 걷는 인간은 하중이 허리와 항문 주변으로 집중돼 항문조직이 중력에 의해 항문 바깥으로 빠지기 쉬운 구조다. 두 발로 걷는 영장류, 즉 원숭이와 사람은 치질이 흔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치질은 의학적으로 항문관과 그 주변에 생기는 질환이다. 항문관에서 항문 입구 부근은 피부로, 항문 입구에서 치상선까지 약 1.5㎝ 부근은 항문상피로, 치상선에서 약 1.5㎝ 위까지는 항문 점막으로, 그 위는 직장 점막으로 덮여 있다. 이처럼 항문은 네 가지 피부와 점막으로 이뤄져 있어 질환이 생기는 장소에 따라 증상이 다르다.
치질에는 항문에 위치한 정맥이 늘어나 바깥으로 점막이 드러나는 '치핵'과 항문 점막이 찢어지는 '치열', 항문에 고름이 생겨 발생하는 '치루' 등이 있다. 양병원 조사에 따르면 전체 치질 환자 중 치핵은 70%, 치루 15%, 치열 7%, 농양 4%, 치핵+치열 3%, 치핵+치루 1%로 나타났다. 치핵조직, 즉 항문쿠션조직은 항문 점막과 괄약근 사이에서 평소 변과 가스가 새지 않도록 항문을 막아주는 역할을 하고 변이 나올 때 충격을 흡수해준다. 그런데 배변 시 과도한 힘을 주거나 변기에 오래 너무 앉아 있다 보면 쿠션조직을 지탱하는 지지 인대가 파괴돼 쿠션조직이 항문 밖으로 빠져나오는 현상이 바로 치핵이다. 항문 쪽 혈관 압력이 치핵 원인인 셈이다. 치핵이 생기는 부위에 따라 치상선 안쪽에 생기는 것을 내치핵(암치질), 그 바깥쪽에 생기는 것을 외치핵(수치질)이라고 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치핵으로 진료를 받은 환자는 61만3544명으로 2016년(54만9057명)보다 약 11% 증가했다. 치핵은 연령과 성별 구분 없이 고루 발병하며 50대 남성 환자가 6만2592명으로 가장 많았다.
외치핵은 항문 주위에 덩어리가 만져지는 게 특징이며 터질 경우 고통과 함께 출혈이 동반된다. 내치핵은 눈으로 확인하기 어려워 초기에 발견하기 어렵다. 내치핵은 증상에 따라 4단계로 분류할 수 있다. 항문조직이 빠져나오지 않은 상태를 1도, 변을 볼 때 뭔가가 나오지만 저절로 들어간다면 2도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저절로 들어가지 않고 손으로 넣어줘야 한다면 3도로 분류하고, 손으로 넣어도 들어가지 않는 상태는 4도로 진단한다. 1도와 2도는 비수술적 치료를 진행하고, 3도와 4도는 수술적 치료를 진행한다. 특히 4도는 즉시 수술을 받을 필요가 있다. 치핵은 증상이 심하지 않은 초기에 병원에 내원한다면 비수술적인 방법으로 치료가 가능하다. 치핵이 1도 수준이라면 온수 좌욕이나 정맥혈류 개선제 같은 약물 치료를 시도해볼 수 있다. 2도 수준까지 왔다면 적외선 치료와 전자파 치료, 고무링 결찰술 같은 비수술적 요법을 적용해 볼 수 있고 3도 이상으로까지 치핵이 악화했다면 수술을 통해 치핵을 절제해야 한다. 치질은 일반적으로 무조건 수술을 해야 된다고 생각하지만 보존 요법과 약물 요법으로 치료되는 경우가 70%이상이며 실제로 수술이 필요한 환자는 30%미만이다.
치열은 단단한 대변이 항문을 통과할 때 치상선 바깥쪽 항문상피가 찢어져 심한 통증과 함께 출혈이 생기는 것을 말한다. 치열은 젊은 사람에게서 잘 생기고, 특히 남성보다 여성에게서 많이 발생한다. 치루는 배변 시 윤활액이 나오는 항문샘에 대변이 들어가 염증이 생기거나 균에 감염돼 항문 주위에 농양이 생겼다가 고름이 터져 길(누관·漏管)이 발생하는 질환이다. 항문샘에 균이 들어가 곪은 것을 농양, 농양이 터지는 것을 치루하고 한다. 항문 주위 농양은 고열과 함께 통증이 심하고, 특히 치루로 발전하게 되면 재발률이 높아 수술이 필요하다.
치질 수술로는 양형규 원장이 개발한 '거상 고정식 점막하 치핵 절제술'이 주목받고 있다. 이 수술법은 세계 최고 의학과학 전문 출판사 '스프링어'가 최신 치핵 수술 기법으로 주목하며 'Hemorrhoids(치핵)'란 제목으로 영문 출판한 바 있다. 치핵 절제술은 일반적으로 튀어나와 있는 치핵 조직 전체를 있는 그대로 모두 절개하는 '결찰 절제술'을 시행한다. 그러나 양 원장은 치핵조직을 둘러싸는 정상 항문조직과 피부를 그대로 보존한 상태에서 2~3㎜ 폭으로 작게 절개한 후 항문 밖으로 내려온 치핵조직을 항문 내 제 위치로 거상시켜 고정한다. 절개하지 않으면 다시 풀릴 수 있기 때문에 절개 폭을 최소화해 치핵조직을 절개하고 거상시켜 고정하는 것이다. 항문 피부조직에는 통증을 느끼는 신경이 많이 분포돼 있어 이 부분을 모두 잘라내는 결찰 절제술은 통증이 심하고 출혈도 많지만 점막하치핵 절제술은 통증 신경이 거의 없는 점막 안쪽에서 치핵 조직만 절제하기 때문에 출혈이 적고 통증도 덜하다.
치질을 예방하려면 배변 습관과 식습관이 중요하다. 우선 충분한 수분 섭취와 섬유질이 풍부한 음식을 섭취해 변비를 예방하고 변을 부드럽게 해야 한다. 변비가 있다면 방치하지 말고 치료를 적극적으로 받아야 한다. 배변은 참지 말고 배변 시간이 길지 않도록 한다. 대부분 배변은 30초 이내에 이뤄진다. 그 후 약 30초 정도에서 잔여 대변이 2~3회로 나눠 배출된다. 변을 볼 때 스마트폰을 보거나 신문, 잡지를 읽으면서 10분 이상 앉아 있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치질을 유발한다. 화장실에서는 배변 활동에만 집중하라는 얘기다.
항문을 청결하게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요즘처럼 기온이 떨어지면 항문 혈관의 혈액순환을 위해 하루 두세 차례 3~5분간 온수 좌욕을 하면 좋다. 좌욕은 목욕탕물 온도(섭씨 40도)의 탕 속에 들어가 있거나 세숫대야에 따뜻한 물을 받아놓고 엉덩이를 푹 담그고 비데나 샤워기로 항문 부위에 따뜻한 물을 계속 뿌려도 좋다. 물이 너무 뜨겁거나 차면 효과가 작다. 그러나 쪼그린 자세로 오래 있으면 항문에 충혈이 되기 쉬우므로 샤워기로 할때는 빨리 끝내는 게 바람직하다. 이와 함께 오래 앉아서 일하는 사람은 수시로 자세를 바꿔주는 게 좋다. 한 자세로 오래 앉아 있지 않도록 한다. 장시간 앉아서 운전하거나 일하는 경우에는 항문이 충혈돼 치핵에 걸리기 쉽다. 1~2시간 일한 후에는 5분 정도 휴식을 취하거나 가벼운 체조를 시행한다.
[이병문 의료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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