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라는 거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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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면암(勉菴) 최익현(崔益鉉, 1833~1906)이 1906년 윤4월 13일에 태인(泰仁)의 무성서원(武城書院)에서 의병을 일으킨 뒤 왜국공관에 보낸 〈기일본정부(寄日本政府)〉의 서두입니다. 이 글의 전후를 소개합니다.
오호라! 국가에 충성하고 사람을 사랑하는 것을 천성이라 하고 신뢰를 지키고 의리를 밝히는 것을 도라고 한다. 사람이 이 천성이 없다면 사람은 반드시 죽고 국가가 이 도가 없다면 국가는 반드시 망한다. 이는 완고한 늙은 서생의 예사로운 말일 뿐만 아니라 비록 개화기에 경쟁하는 열국일지라도 이 도를 버리면 또한 세계 속에 자립할 수 없을 것이다.[嗚呼 忠國愛人曰性 守信明義曰道 人無此性 則人必死 國無此道 則國必亡 人無此性 則人必死 國無此道 則國必亡 此不惟頑固老生之常談 抑雖開化競爭之列國 捨此恐亦無以自立於世界之間矣]
이 글을 통해 보면 면암은 일본이 조선에 대해 신의를 저버린 16개 조항을 나열하여 그 죄상을 성토하였습니다. 또한 이러한 일본의 행태는 조선에 화를 끼칠 뿐만 아니라 동양 전체에 화를 미치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시하고 이 같은 행동을 지속할 경우 반드시 일본은 멸망의 길을 걷게 될 것이라 경고합니다. 비록 면암은 이 해 11월 유배지인 대마도에서 순국하지만 불과 40년 뒤 면암의 예언처럼 일본은 세계 속에 자립하지 못하고 패망하고 말았으니, 그의 선견지명이 탁월하였음을 알 수 있습니다.
신의란 개인 간에 지켜야 할 믿음이요 의리일 뿐만 아니라 국가 간에도 반드시 지켜야 할 요소입니다. 하지만 현재 일본의 정치인들은 약 100여 년 전과 마찬가지로 오랫동안 지속되어 오던 신의를 정치적 수단이든 또 다른 목적이든 간에 헌신짝처럼 저버리고 온갖 억지와 망언으로 우리를 핍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옛날 신의를 저버리고 무력을 앞세워 주변국을 핍박하던 일본은 결국 패망하고 말았으니, 역사라는 거울이 바로 코앞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망각한 이웃 나라 정치인들에게 또 한 번 이 글을 보내주고 싶습니다.
올해는 3.1운동이 일어난 지 100주년이 되는 해이지만 우리 역시 저들과 마찬가지로 역사를 망각하고 있지나 않는지 냉철히 점검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100여 년 전과 같이 무기력하게 당하기만 하고 사분오열 분열되어 우왕좌왕 갈피를 잡지 못한다면 또다시 잘못된 역사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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