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벗을 사귀는 방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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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조선의 22대 왕 정조(正祖)의 문집 《홍재전서(弘齋全書)》 권161~178에 실려 있는 정조의 어록(語錄)입니다. 어떤 맥락에서 이 말을 한 것인지 정조의 말을 조금 더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사람들이 서로 좋아하는 것은 혹 말솜씨 때문이기도 하고, 혹 재주 때문이기도 하고, 혹 권세와 이익 때문이기도 하여 여러 가지로 다르지만 극히 드문 것은 바로 하나의 마음 심(心) 자이다. 서로 좋아하는 것이 마음 때문이 아니라 다른 이유에서라면 그 좋아하는 것은 당장 눈앞에 있는 것일 뿐이니 어찌 오래갈 수 있겠는가. 벗을 사귀는 자는 상대가 편안하게 여기는 것이 무엇인지를 살펴야 한다.(人之相好 或以言辭 或以才藝 或以勢利 種種不同而絶罕者 卽一心字也 相好者 不以心而以他 則其好也 目前而已 豈能久哉 擇交者 不可不察其所安)
정조의 말을 들어보니, 예나 지금이나 염량세태(炎涼世態)의 인정은 다르지 않는 듯합니다. 험난한 세상 좋은 벗 하나 얻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입니다. 그래서 정조는 ‘벗이 될 사람이 편안하게 여기는 것을 잘 살피라[察其所安]’는 충고를 했나봅니다. 그런데 이 ‘편안하게 여기는 것’이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편안함은 아니라 생각됩니다. 이 말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을 의미하는지를 들여다보기 위해서는 이 말의 출전인 《논어》에 대한 주희(朱熹, 1130∼1200)의 해석을 살펴 볼 필요가 있습니다.
편안함은 즐거워하는 것이다. 행위의 동기가 비록 선하더라도 마음이 즐거워하는 것이 여기에 있지 않다면 또한 거짓일 뿐이니, 어찌 오래 지나고서도 변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安所樂也 所由雖善 而心之所樂者 不在於是 則亦僞耳 豈能久而不變哉)
주희는 편안함에 대해 ‘마음이 즐거워하는 것’이라고 풀이하였습니다. 정조는 주희의 이 말에 착안하여 벗을 사귈 때 그 사람의 마음이 즐거워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잘 살피라고 한 것입니다. 마음이 즐거워하는 것이란 쉽게 얘기하면 특별한 이유나 목적이 없이도 기꺼이 그 일을 하는 것입니다. 누군가의 어려움을 보면 기꺼이 도와주고 대신해주려는 사람,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고 분연히 일어나는 사람, 그런 사람은 선한 행위를 편안하게 여기는 사람입니다.
선한 행위를 편안하게 여기는 사람은 돈과 명예 같은 세속적 가치보다는 진실과 정의 등에 가치를 두는 사람입니다. 따라서 좋은 벗을 사귄다는 것은 올바른 가치관을 가지고 선한 행위를 즐거워하는 사람을 만나는 것입니다. 생각보다 상식적이지 않고, 녹록치만은 않은 삶에서 이렇듯 좋은 사람을 벗으로 둔다면 참으로 다행이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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