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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여 이장 1억'·'양평 대책위 100억'·'통영주민 가구당 1억' 요구

천하한량 2017. 12. 16. 20:10
돈에 미친 이장(전국 읍·면장의 일부 업무를 대신하는 사람)들이 나라를 망치고 있으나 중앙정부가 손을 놓고 있다.

지난 10월 중순 세계일보가 충남 부여 마을주민들이 “통행료 500만원 내라”며 한여름에 장의차를 막고 유족을 협박, 수백만원을 갈취한 사건을 보도하면서 국민적 공분을 불어일으킨 가운데, 전국적으로 이장이 중심이 된 주민대표들이 개인묘지, 동물장묘공원, 태양광발전소, 귀농·귀어자 등에게 돈을 뜯어내기 위해 혈안이 돼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공해가 전혀없는 첨단 장묘시설인데도 과거방식의 잣대를 들이대 혐오시설이라는 이유로 수억원대를 요구하는가 하면 꿈을 안고 고향으로 돌아온 귀어자에게 거액을 요구, 자금사정이 여의치 않은 30대의 젊은 부부가 제때 공장이전을 못해 밤잠을 설치고 있는 눈물겨운 사연이 16일 세계일보에 전해졌다.

충남 부여군 내산면 J마을 마을회관 옆에 설치된 도로 차단기 기둥. 마을이장 등 대표들은 마을 뒷산에 설치된 태양광발전소 공사용 차량이 들어오면 차단기를 내려 불법으로 공용도로를 막은 후 뒤로는 수천만원대의 금품을 뜯어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충남 부여에서는 전·현직 이장들이 수천만원을 갈취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이들은 3년전 1억원을 은밀히 요구한 사실이 최근 피해업체의 폭로로 밝혀진 바 있다.

경기도 양평에서 5억여원을 받고도 동물장묘공원을 반대했던 주민들이 사업초기에는 100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특히 경남 통영 어촌에서는 아이 둘을 데리고 귀어한 젊은 부부에게 이장 등 주민들이 시청을 방문한 자리에서 가구당 1억원을 요구한 귀어자의 폭로로 세상에 알려졌다.

경남 통영에서 남편과 수산물 포장공장을 운영하는 김모(39·여·경남 통영시)씨는 2015년 4월 같은 통영시 관내 용남면 장문리 D마을(18가구)로 공장을 이전하기 위해 은행차입금 등 총사업비 12억여원을 들여 자동으로 패류를 세척, 포장하는 새 공장을 완공했으나 이장이 공식 요구한 발전기금 3000만원을 마련하지 못해 이전을 못한 채 속을 태우고 있다.

대형 공사용 자재운반차량 가로 차단봉이 마을회관 옆 처마 밑에 설치돼 있다.  전상후 기자
김씨는 “지난 1월 마을주민대표들과 통영시청 수산개발과장실에서 만났을 때 한 주민이 가구당 1억원씩을 요구해 어이가 없었다”며 “가구당 1억원이면 18가구니까 18억원인데 사업을 하지말라는 얘기 아니냐”고 한탄했다.

그는 이어 “주민들의 얘기는 정말 터무니없다”며 “우리 패류 세척공장은 마을 사이에 지방도로가 나 있으며, 굴과 달리 전혀 냄새가 안 나는데도 냄새가 나고, 땅값이 떨어지고, 차량통행이 번잡하다는 등의 터무니없는 사항들을 열거하며 노골적으로 돈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특히 “통영시청 공무원들도 ‘웬만하면 동네 어르신들이 요구하는 대로 해줘라’는 식으로 은근히 말하는 게 이해가 안 간다”며 “저희는 누가 말 안 해도 지금 현재 있는 곳에서 인근 주민들에게 기본적인 도리는 하고 있는데, 수천만원을 요구하는 것도 모자라 매년 세금내듯이 일정금액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하소연했다.

동물장묘공원 업체로부터 5억여원의 후원금을 받은 뒤 반대서명을 벌여 동물화장장 등 시설건축허가를 좌절시키는데 일조한 양평군 양동면의 경우 10여년 전 공원묘지 유치에 따른 협의 당시 주민대책위 측이 공식적으로 100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돼 경악을 금치못하게 하고 있다.

주민대책위는 공식 공문을 통해 공원묘지 설립에 버금가는 100억원의 지역발전후원금을 요구한 것 외에도 공원묘지허가과정부터 지금까지 귀사의 사업을 은밀히 도와준 이 지역 인사를 공개하라는 내용을 담고 있어, 횡포가 어느 정도였는 지를 가늠케 하고 있다.

양동면 동물장묘공원 예정지 인근 마을 주변 도로에 지난 9월 ‘동물화장장 설치 결사반대’한다는 내용이 적시된 마을주민들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이 현수막 위에 불허가처분을 받은 R사가 내건 ‘돈 요구 땐 적극 찬성, 돈 다 쓰곤 결사반대’라는 문구가 적시된 현수막이 내걸려 묘한 대조를 보인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주민대책위는 이 같은 회사의 기밀사항을 요구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향후 공사 중이나 완공 후 필요한 인력 및 자재는 최대한 이 지역에서 충당하기 바란다는 요지의 이중성을 보였다.

동물장묘업체인 ㈜로이힐즈 측은 “최근 정보공개를 통해 자료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지역주민과 이장단, 행정기관이 한통속이 돼 사업자 모르게 기밀 서류들을 주고 받으며 조직적으로 사업을 방해하고 사업자를 골탕먹이는 짓을 저지른 사실을 확인했다”며 “특히 양동면 출신인 양동면장이 공직을 이용해 반대여론 조성에 앞장 선 행위, 제3자 비공개문서인 건축 불허가사유서 등 공문을 이장단에게 대량 유출해 대책을 강구하게 한 것은 공무원의 자격이 없다는 것을 스스로 드러낸 처사로 즉시 파면해야 한다”고 말했다.

업체 측은 또 “주민반대의견서를 접수하고도 사업자에게 알리지 않은 경기도 행정심판위원회의 행위도 이해할 수 없다”고 목청을 높였다.

한 태양광업체 임원은 “장의차 통행료, 귀농·귀어자 강제적 후원금 뿐만아니라 최근 전국적으로 태양광발전소 인근 마을에 피해가 전혀 없는데도 수천만원씩의 기부금을 내는 게 고착화돼 있다”며 “사실상 집단의 위력에 의해 자행되는 이 같은 갈취행위만 사라져도 원자력을 대신한 태양광발전 사업이 전국적으로 훨씬 활성화할 것이기 때문에 정부 차원의 이장갑질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부여·양평·통영=전상후 기자 sanghu6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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