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의 쾌락 탐닉에 혹사당하는 몸 '운동중독'
입력 2017.12.13. 09:11 수정 2017.12.13. 10:32운동 하다 보면 몸이 괴로워지는 시기와
뇌에선 통증 이겨내기 위한 엔돌핀 분비
몸은 망가지는 줄 모르고 운동 계속하게 돼
중독성 강한 운동, 골프·베드민턴·보디빌딩
오늘의 연주곡은 ‘브람스 현악 6중주’ 1번의 2악장이다. 이 곡은 브람스의 지독한 고독과 깊은 우수를 느낄 수 있게 한다. 작곡가 그리그(Greig)는 브람스에 대해서 이렇게 표현했다. “안개와 구름으로 찢긴 풍경 속에서 폐허가 된 오래된 교회들이 보인다. 그것이 브람스다.“
연주는 레전드인 아이작스턴과 파블로 카잘스가 직접 연주한 현악 6중주로 들어보자. 특히 특히 카잘스는 13살 때인 1889년 바흐의 첼로 조곡을 발굴해 전 세계에 알린 주인공. 이곡을 연주한 것은 1953년으로 77세의 고령에도 불구하고 훌륭한 연주를 보여준다.
“안녕하십니까.” 검게 그을린 50대 남자분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몸에 군살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단단해 보여 누가 봐도 건강해 보이니만 왠지 걸어 들어오는 모습이 불편해 보였다. “제가 마라톤을 하는데요. 무릎이 아파서 뛸 수가 없어요. 그런데 다음 달에 또 대회가 있거든요.” “무릎을 한번 볼까요.” 침대에 누운 남자분의 무릎을 살펴보고 깜짝 놀랐다. 무릎이 많이 상해 이미 수명만큼 다 쓴 상태로, 70대 정도의 상태로 보였다. 이 정도면 어떤 치료를 해도 많이 좋아지지 않고, 인공관절 수술 정도만 남아 있을까 할 정도다.
“다른 병원은 안 가보셨어요? 병원에서 수술하라고 안 하던가요?” 이미 관절연골이 다 닳아버려서 수술하기 전에는 뛰기는커녕 걷기도 힘들 지경이다. “그게…. 여기저기 가봤는데, 가는데 마다 수술하라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대회 일정이 밀려있어서 수술을 받을 수도 없고, 여기가 잘 고친다고 해서 소개받고 왔어요.” 지금 상태는 수술해야 할 정도의 심한 상태이고, 설령 수술이 잘 됐다 하더라도 앞으로 뛰기는 쉽지 않을 텐데 아직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고, 마라톤 대회에만 정신이 팔려있다.
“환자분 지금 무릎이 많이 상해 잘 고쳐도 다시 마라톤 완주를 하기는 쉽지 않으세요.” “뭐라고요?” “그러면 안 돼요. 마라톤 안 하면 난 못살아요. 꼭 고쳐주세요.” “..............................“
가장 중요한 것은 지금 하는 운동이 나의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굳게 믿고 있는 것이다. 다른 중독들 예를 들어 ‘알코올중독’이나 ‘도박중독’은 나에게 해가 된다고 인정하지만 못 끊는 것이고, 운동중독은 나에게 해가 되는 것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데 문제가 있다.
━ 엔돌핀은 일종의 마약 성분
중독은 왜 일어나는 것일까? 바로 뇌 때문이다. 예를 들어 달리기하다 보면 숨이 차고 몸이 괴로워지는 시기가 온다. 이 시기를 사점(死點)이라고 하는데, 그러면 뇌 안에서는 그 통증을 이겨낼 수 있도록 만들기 엔돌핀이라는 물질을 분비한다.
좀 더 강한 자극을 위해서 마라톤을 하던 사람들은 철인삼종경기, 사막 마라톤으로 좀 더 가한 자극을 찾게 된다. 중독성이 강한 운동으로는 골프, 배드민턴, 보디빌딩 등이 있다.
필리핀에 가서 매일 36홀씩 3주를 안 쉬고 치신 끝에 팔꿈치가 완전히 망가져 오신 70대 할머니에게 “팔꿈치가 너무 많이 다쳐서 골프를 안 치시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하니 “차라리 나를 죽여달라” 고 한 분도 있었고, 어깨 힘줄이 끊어져서 수술받고 바로 다시 역기 들다가 끊어진 환자도 있었다.
혹시 여러분 중에 나는 이 운동이 너무 좋아져서 집에 가도 생각이 난다” 하는 분들은 내가 운동 중독이 아닌지 생각해보기 바란다.
■ 유재욱의 한마디
캐나다 철학자 에크하르트 톨레는 자신의 저서 ‘지금 이 순간을 살아라. (원제 ; ‘The Power of Now')에서 어떻게 내 몸의 주인이 되는지 이야기한다. 우리 몸의 주인은 ‘내 몸’임이 분명한데, ‘뇌’가 주인행세를 한다. 나라의 주인은 ‘국민’인데, ‘정부’가 자기가 주인 인양 착각하는 것과 같다.
우리는 뇌가 주인행세를 해서 자기 맘대로 내 몸을 해하지 않도록 항상 깨어있어야 한다.
」
유재욱 재활의학과 의사 artsme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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