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울 사람의 귀를 얼어버리게 만들 정도로 매서운 추위도 시간이 지나면 따뜻한 바람을 안고 찾아오는 봄기운을 이겨내지는 못한다. 마찬가지로 전면전 위기까지 불러올 정도로 국가 간 긴장이 고조될 때 실제로 충돌이 발생하기보다는 대화와 타협을 통해 긴장을 해소하면 평화가 찾아오는 경우가 더 많다.
활주로에서 수직으로 이륙하는 F-35B. 록히드마틴 제공 |
남북한과 미국이 첨단 무기를 앞세워 무력시위를 하는 것은 거대한 크기의 무기가 가져다주는 효과 때문이다. 상대방은 강력한 위력을 가진 것처럼 보이는 무기가 등장하면 수동적으로 변할 수밖에 없다. 아군은 사기가 오르고 전쟁에서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을 얻는다. 국민들의 안보불안감을 덜어주는 효과도 있다. 군이 국민들이 지켜보는 국가적 행사에서 첨단 무기를 동원한 열병식이나 화력시범을 실시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미 군 당국은 경기 포천 육군 승진과학화훈련장에서 이달 13일, 21일, 26일 세 차례에 걸쳐 양국이 보유한 첨단 장비들을 투입한 통합화력격멸훈련을 실시해 북한 도발에 대한 응징 의지를 과시할 예정이다.
발사대를 박차고 하늘로 솟아오르는 현무-2B 탄도미사일. 국방부 제공 |
북한의 거듭된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해 군 당국은 신형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공개로 맞불을 놨다.
군 당국은 최근 국방과학연구소(ADD) 안흥시험장에서 북한 전역을 사정권에 두는 사거리 800㎞의 신형 탄도미사일 시험발사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군이 사거리 800㎞의 탄도미사일 시험발사에 성공한 사실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군 당국은 2012년 한미 미사일 지침 개정에 따라 사거리 800㎞, 탄두 중량 500㎏의 탄도미사일을 개발해왔다. 가칭 현무-3C로 불리는 신형 탄도미사일은 유사시 북한 전쟁지휘부를 공격하는데 사용될 수 있다. 군 당국은 수차례 추가 시험발사를 거쳐 이르면 올해 안에 실전 배치할 계획이다.
군은 사거리 300㎞의 현무-2A와 500㎞급 현무-2B 탄도미사일, 500~1500㎞의 현무-3 순항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사거리 800㎞의 신형 탄도미사일이 추가되면 중부 이남 지역에서도 북한 전역을 타격할 수 있다. 경북 포항에서 평북 영변 핵단지와 철산군 동창리 로켓발사장, 함북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이 사거리에 들어간다.
미 항공모함에서 F/A-18E/F 전투기가 이륙하고 있다. 미 해군 제공 |
미군의 전략폭격기 B-1B와 스텔스 전투기 F-35B도 한반도에 모습을 드러냈다. 한미 군 당국은 지난달 22일 B-1B의 공습 훈련 사실을 공개했지만 실제 전개 횟수는 이보다 더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F-35B도 지난달 20~23일 강원도 태백 필승사격장에서 북한 내 핵심 표적에 대한 정밀 유도 폭탄 모의 투하 훈련을 했다. 미 해병대에서 사용하는 F-35B는 대형 상륙함에서 발진, 지상의 해병대를 지원하기 때문에 수직 이착륙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레이더 반사면적이 골프공 크기에 불과해 기존 레이더로는 탐지가 불가능하다. 북한이 F-35B의 한반도 투입 사실이 알려진 지 5일 후인 지난 1일에야 관영매체를 동원해 비난한 것도 북한이 F-35B를 탐지하지 못했다는 방증이다.
북한이 지난달 6일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 4기를 한꺼번에 발사하고 있다. 노동신문 |
한미 군 당국의 군사적 압박이 지속되자 북한도 군사훈련 등을 공개하며 정면으로 맞섰다. 특히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남긴 유산 중 하나인 탄도미사일 전력을 전면에 내세워 우리나라와 일본, 미국을 상대로 동시다발적인 도발에 나섰다.
북한은 탄도미사일 발사를 이용해 불확실성을 키우는 방식과 발사 과정을 상세히 공개해 기술력을 과시하는 방식의 투 트랙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북한은 지난 5일 함남 신포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 1발을 발사했다. 이 미사일은 60여㎞를 날아갔다. 한미 군 당국은 북한이 이날 발사한 미사일을 KN-15(북극성-2) 계열로 판단했다. 하지만 AFP는 6일 미국 국방부 관리들의 말을 인용해 스커드-ER라고 주장해 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을 위해 신형 발사체를 시험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때문에 5일 단행된 탄도미사일 발사의 성공 여부조차 확실치 않은 상황이다.
북한의 신형 미사일 북극성-2형이 2월 12일 발사대에서 발사되고 있다. 발사 후 엔진이 점화되는 콜드런치 과정이 그대로 드러나있다. 노동신문 |
지난달 6일에는 평안북도 동창리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 4발을 발사했다. 이 미사일들은 1000여㎞를 정상적으로 비행해 3발이 일본 배타적경제수역(EEZ)에 낙하했다. 사거리 1000㎞의 미사일을 강원도 원산에서 쏘면 일본 요코스카(橫須賀)의 미 해군 7함대 기지가 사정권에 들어온다. 7함대 소속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 등 핵심 전력은 한반도 유사시 가장 먼저 투입되는 미군 전력 중 하나이며 한미 연합훈련에 자주 모습을 드러내기도 한다. 이에 따라 3∼4월 진행되는 한미 연합군사훈련인 키리졸브(KR)와 독수리(FE)연습에 맞서려는 의도하는 해석이 제기됐다.
신형 미사일을 공개하며 한미 군 당국의 압박에 맞서는 모습도 보였다. 조선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등 북한 매체는 2월 13일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지도하에 “우리 식의 새로운 전략무기체계인 지상대지상(지대지) 중장거리 전략탄도탄 북극성-2형 시험발사가 2017년 2월 12일 성공적으로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지난해 8월 전략잠수함 탄도탄 수중 시험발사에서 이룩한 성과에 토대하여 이 무기체계를 사거리를 연장한 지상대지상 탄도탄으로 개발할 데 대한 전투적 과업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북한은 옛소련의 R-27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기초로 무수단 중거리 미사일을 개발하고 이를 토대로 북극성 SLBM을 만들었다. 그 다음 북극성 SLBM을 이용해 지대지 전략미사일을 개발했다. 북한이 공개한 사진을 보면 SLBM과 같이 원통 속에서 튀어나온 미사일이 발사관 출구로부터 10여m 떨어진 공중에서 점화한 뒤 솟구친다. 이는 SLBM에서 주로 쓰이는 콜드런치(cold launch) 기술로 발사관에 내장된 가스 발생기를 사용해 미사일을 일정 높이로 쏘아올린 뒤 공중에서 추진기관을 점화, 비행시키는 방식이다.
북극성-2형의 등장으로 고체연료를 사용하는 ICBM 개발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KN-14의 1단 추진체인 무수단 엔진 2기는 무수단 미사일의 거듭된 발사실패로 기술적 신뢰성을 잃었다. 고체연료를 탑재하면 연료 탑재공간을 줄이면서 추력을 유지할 수 있어 ICBM 내부 공간 활용이 용이하다. 발사와 이동에 은밀성과 신속성도 보장된다. 김 위원장은 북극성-2형 발사 직후 기존의 액체 연료 엔진을 고체 연료 엔진으로 전환할 뜻을 밝혀 앞으로 고체 연료 엔진을 탑재한 새로운 탄도미사일이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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