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가 이석증 환자를 치료하려고 이석치환술을 하고 있다. 바르게 누워서 고개만 돌리는 방법이 더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가 최근 나왔다. 서울아산병원 제공
의사가 이석증 환자를 치료하려고 이석치환술을 하고 있다. 바르게 누워서 고개만 돌리는 방법이 더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가 최근 나왔다. 서울아산병원 제공
치료법 이정표 될만한 새 연구결과 나와
상반신 전체를 움직이는 세몽법보다
바르게 누워 고개 돌리는 에플리법 효과
뇌질환· 불면증 등 어지럼증 원인 다양
어지럼증을 일으키는 가장 흔한 원인 질환 가운데 하나인 이석증을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이 확인됐다. 이석증은 귀 안의 조직에서 떨어져 나온 이석이 귓속의 평형기관을 자극해 어지럼증이 나타나는 질환이다. 그동안은 우리 몸의 자세나 고개 위치에 변화를 줘서 이석의 위치를 자극이 덜한 곳으로 옮기는 방법으로 치료를 했다. 이번 연구로 바르게 누워서 고개만 돌리는 방법이 이석증 치료에 더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새로 밝혀졌다. 다만 어지럼증은 귓속의 염증이나 뇌의 질환으로도 생길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

박홍주 서울아산병원 이비인후과 교수팀은 국내 10개 병원과 공동 연구를 통해 어떤 자세 변화가 이석증 치료에 더 효과적인지를 분석했다. 이석증은, 귓속에 있으며 우리 몸의 평형을 담당하는 세반고리관의 이석이 제자리를 벗어나 발생한다. 머리 움직임에 따라 수초에서 수분 동안 회전하는 듯한 어지러움을 느낀다. 박 교수팀은 이석증 환자 99명을 세 집단으로 나눈 뒤 36명한테는 바르게 누워서 이석의 이동을 위해 고개를 각도에 맞춰 돌리는 ‘에플리’법을, 32명은 바르게 앉아 이석증이 없는 쪽으로 고개를 돌린 뒤 상반신만 옆으로 누웠다가 상반신 전체를 빠르게 반대편으로 움직이는 ‘세몽’법을 시행했다. 나머지는 별다른 치료 없이 관찰하는 대조군으로 설정했다. 에플리법을 한차례 시행한 환자의 64%는 어지럼증이 호전된 반면, 세몽법은 그 효과가 34%에서 나타났다. 또 에플리법을 2차례 시행한 환자의 83%에서 증상 호전이 나타났으나 세몽법은 2차례 시행에 56%에서만 효과가 있었다. 치료 뒤 하루가 지났을 때까지 치료 효과가 지속된 비율도 에플리법은 92%로 세몽법(56%)보다 크게 높았다. 치료 뒤 일주일이 지났을 때에도 그 효과는 마찬가지로 유지됐다. 박 교수는 “지금까지는 이석을 자극이 덜한 곳으로 옮기는 이석치환술의 방법별 시행 결과를 명확히 비교한 자료가 없어 시술자의 주관적인 판단에 따라 선택했다”며 “이번 연구가 치료법 선택에 이정표가 되리라 기대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가만히 있을 때엔 증상이 없더라도 자세를 움직일 때마다 수초에서 1분 안팎의 심한 어지럼증이 반복적으로 느껴지면 이석증을 의심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서울아산병원을 비롯해 부천순천향·명지·강북삼성·건국대·경희대·한림대·강원대·부천성모·조선대·강릉아산병원 등 국내 11개 기관이 공동으로 참여했다. 이번 연구 결과를 담은 논문은 이비인후과 분야의 국제적인 학술지인 <청각학과 신경이과학> 최신호에 실렸다.

세반고리관에 이석이 생기면 어지럼증이 나타날 수 있다. 서울아산병원 제공
세반고리관에 이석이 생기면 어지럼증이 나타날 수 있다. 서울아산병원 제공
누구나 평생 몇 차례는 겪는 어지럼증을 일으키는 원인 질환은 이석증 외에도 많다. 보통 어지럼증을 빈혈이나 영양 결핍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으나, 최근에는 이런 질환으로 어지럼증이 생기는 사례는 거의 없다. 어지럼증은 귀 안의 평형기관에서 발생하는 말초성 어지럼증과 뇌에서 발생하는 중추성 어지럼증으로 나눌 수 있다. 말초성 어지럼증에는 이석증을 비롯해 전정신경의 염증이나 메니에르병이 대표적인 예이다. 먼저 전정신경염은 보통 아침에 시작돼 하루 이상 지속되는 심한 어지럼증이 특징이다. 바이러스 감염이 원인이라 ‘귀 감기’로도 부른다. 이 질환은 감기처럼 안정과 휴식으로 대부분 자연히 회복되나, 심한 구토가 생겨 수분 손실이 심할 땐 입원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메니에르병은 여러 시간 지속되는 어지럼증과 난청, 이명, 귓속이 꽉 찬 느낌 등 4대 증상이 나타나며, 반복되는 특징이 있다. 평소에는 음식을 덜 짜게 먹고 약으로 관리할 수 있지만, 증상이 나타나면 평형기능검사 등에 따라 다른 약이 필요할 수 있다.

귀의 질환 이외에도 뇌의 질환으로 어지럼증이 나타날 수 있다. 박홍주 교수는 “뇌의 질환으로 나타나는 어지럼증을 ‘중추성 어지럼증’으로 부르는데, 소뇌의 질환이나 뇌종양 같은 질환에서도 어지럼증이 나타날 수 있다. 일시적으로 뇌혈관이 막히거나 좁아져 혈액 공급이 되지 않아도 어지럼증이 나타날 수 있음에도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평소 과로하거나 과한 흡연·음주로도 어지럼증이 나타난다. 잠을 제대로 못 자는 불면증을 겪고 있을 때에도 마찬가지이다. 이밖에 약을 새로 먹거나 바꾼 뒤에도 생길 수 있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