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로운소식 ▒

性관계 해본 청소년 "첫경험은 보통 中1때"

천하한량 2016. 9. 21. 14:34

성춘향과 이몽룡이 첫눈에 반해 사랑에 빠지고, 함께 밤을 보냈다. '이팔청춘'(二八靑春), 열여섯 살 때였다. 당시 이미 성인 취급을 받았던 이들의 사랑은 자연스러웠고, 몸과 마음도 사랑을 시작하기에 무리가 없었다. 한데 이 남녀가 지금 시대에 태어났다면 어땠을까? 성춘향은 어머니 허락을 받아 이몽룡을 만나고 한방에서 잘 수 있었을까? 자신의 사랑에 책임질 수 있었을까?

어른들은 모른다, 아무것도! 중·고등학교에 다니는 요즘 10대들이 왜, 어떻게 사랑을 하는지. 이미 성인과 다름없는 육체와 욕구를 갖고 있는 이들은 어른과 '똑같이' 사랑을 하고 싶어 한다. 10대가 생각하는 '어른 같은 사랑'은 어디까지이며, 사회는 '법적 성인'이 아닌 이들의 사랑을 어디까지 허용할 수 있을까?

성관계 청소년, "중학교 1학년 때 처음"

질병관리본부가 올해 중·고교 재학 중인 청소년(만 13~18세) 6만8043명을 대상으로 한 '2016 청소년건강행태온라인조사'에서 '성관계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이는 전체의 5%였다. 40명 정원인 학급의 경우, 한 학급에 평균 2명이 성경험을 했다는 것이다. 남자의 비율(7%)이 여자의 비율(2.8%)보다 훨씬 높았다. 남자 고등학생의 경우는 응답자의 10%가 성관계를 했다. 성관계 시작 연령은 만 13.2세. 중1 때다.

학교 현장에서는 "실제로 체감하는 건 5%보다 훨씬 높다"고 주장한다. 성교육 강사인 노미경씨는 "요즘 10대들이 '사귄다'는 단어를 쓸 경우 성관계까지도 생각하는 게 그들의 문화다. 이성친구와 언제 성관계를 할지 고민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고 했다. 서울 강남의 한 중학교 교사인 박수현(가명·34)씨는 "성관계를 하지 않더라도 스킨십 수위가 상당히 높은 편이다. 교실에서 여자친구가 남자친구 무릎 위에 앉거나 둘이서 진한 키스를 하는 경우를 자주 본다. 더는 불량 청소년이나 탈선에만 국한할 수 없을 정도로 반 아이들이 이를 자연스러운 광경으로 받아들인다"고 했다. 복지부와 인구보건복지협회에서 중학생 1290명을 대상으로 '이성친구와의 신체접촉 가능 범위'를 조사한 결과 3분의 1 이상이 '키스하기', 열 명 중 한 명이 '몸 만지기'라고 응답했다. '성관계'라고 응답한 비율도 9%나 됐다.

'더 테이블'이 성관계 경험이 있는 남자 고등학생 10명을 심층 인터뷰한 결과, 이들은 모두 초등학교 고학년 때나 중학교 때 이미 첫 성관계를 했다. 한 명을 제외하고, 상대는 모두 여자친구였다. 장현성(가명·17)군은 "중학교 때 같은 반 여자친구와 1년쯤 사귄 뒤 성관계를 맺었다"고 말했다. 박윤형(가명·16)군은 중학교 3학년 때 3년 사귄 여자친구와 처음 성관계를 맺었다. "교제 사실을 양쪽 부모님이 모두 알고 계셔서 자주 집에 가 놀았다. 1000일이 지나고 여자친구 의사를 물은 뒤 성관계를 맺었다. 둘 다 첫 경험이었다"고 했다.

10명 모두 '집'과 '멀티방'에서 성관계를 가졌다고 응답했다. 멀티방은 노래방·PC방·비디오방 등의 기능을 한군데 합쳐 놓은 밀폐된 공간으로 청소년들이 애용하는 데이트 장소다.

무조건 No? 그릇된 성지식 바로잡아야

대부분의 중·고교는 청소년 간 성적 접촉이나 성관계를 금지한다. 이성 교제를 아예 막는 학교도 있다. 하지만 일선 교사들은 "현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고 말한다. 이미 초등학교 때부터 이성교제를 시작하고, 2차 성징이 나타나는 중학생 때부터 성인과 비슷한 수준의 연애를 하는 이들을 '아이'로만 취급할 수 없다는 것이다. 성(性)의 의미를 제대로 가르쳐주고 안전한 관계에 대한 교육이 시급하다는 얘기다.

심층 인터뷰에 응한 10명은 "콘돔과 같은 피임도구 사용이 필요하다는 것을 안다"고 대답했지만, 콘돔을 "매번 사용한다"는 응답자는 한 명도 없었다. "사용해봤다"는 한명의 응답자는 콘돔을 지하철 자판기에서 뽑았다. "콘돔을 사고 싶어도 편의점에 들어가면 눈치가 보여 살 수가 없다"고 했다. '2016 청소년건강행태온라인조사'에서도 성관계를 한 청소년 중 피임을 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절반에 못 미쳤다. 박은철 연세대 의과대 예방의학교실 교수 연구팀이 2015년 12월 발표한 논문 '청소년의 성병감염과 첫 성경험 나이'에 따르면 성경험이 있는 청소년의 7.3%가 성병에 걸린 적이 있다.

피임, 성병과 같은 실질적인 문제 말고도 더 중요한 문제는 따로 있다. 청소년 성상담가 박윤애씨는 "인터넷과 음란물을 통해 습득한 잘못된 성지식과 성인식을 바로잡아주는 게 가장 절실하다"고 했다. 사랑하는 사이에서 성관계가 어떤 역할이나 의미를 갖는지 알려줘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의 한 여자 고등학교 교사인 박혜연(가명·36)씨는 "여학생들이 아파트 비상구, 독서실 같은 데서 성관계를 하다가 걸리는 경우가 있다. 이들은 첫 성관계를 한 계기에 대해 '싫다고 하면 남자친구가 안 좋아할까봐'라고 대답하는 경우가 많다. 성관계를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연애를 하고 상대를 좋아하면 해야 하는 것으로 잘못 인식하고 있다"고 했다.

자녀의 이성교제 관심 갖는 부모도 늘어

전문가들은 "더 이상 아이들에게 이성교제와 육체적 관계를 금지만 할 수는 없다"고 말한다. 억압을 통해 형성된 그릇된 성인식이 성폭력이나 성매매 등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들이 '사랑하는 법'을 배우는 과정을 놓칠 수 있다.

2013년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이성교제 찬성'에 76%가 손을 들었다. '어린이들도 이성을 좋아할 권리가 있다'는 얘기다. 어릴 때부터 이성과의 관계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인 10대와 청소년기 이성과의 접촉을 금지당한 40~50대 부모 사이 좁히기 어려운 간극이 여기서 발생한다. 온라인 포털 10대 게시판에는 이성교제를 하다가 학교에서 징계받고 부모에게 혼난 청소년들의 고민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학교에서 남친과 키스하다 걸려서 부모한테 휴대전화까지 빼앗겼다"는 불만을 올려놓은 고1 여학생은 "엄마는 무조건 대학 가면 연애해도 된다고 한다"라고 했다.

하지만 이성교제의 시작 연령이 어려지고 광범위해지면서, 최근에는 자녀의 교제를 허락하거나 긍정적인 관심을 보이는 부모도 늘고 있다. 김재연(45)씨는 "올해 대학에 들어간 첫째딸이 중·고등학교 다닐 때만 해도 혹시 연애를 하면 어쩌나 노심초사했는데, 중학교 다니는 둘째딸에게는 '남자친구 생기거든 엄마에게 보여줘'라고 말한다. 몰래 교제하는 게 오히려 아이들한테 스트레스를 줄 수 있고, 부모가 알고 있는 관계라면 아이들도 수위를 조절할 수 있을 것 같아서"라고 했다.

비틀스는 "당신들에게 필요한 건 오직 사랑"이라고 노래했다. 어른에게 사랑이 필요하다면, 이들과 같은 수준의 욕구를 가진 청소년들도 사랑을 필요로 한다. 경계해야 할 것은, 이들이 이성(異性)을 두려워하거나 엉뚱한 환상을 갖는 것이다.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