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지구온난화를 막는 역할을 해온 바다가 향후 극심한 온도 상승을 겪으면서 해양 생태계는 물론 인류 생존을 위협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바다의 온실가스 흡수 능력이 한계에 도달했다는 것인데, 과학자들은 해수 온도 상승이 ‘숨겨진 재앙’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5일(현지시간)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해수 온도는 1900년대에 10년마다 섭씨 0.13도 상승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21세기 들어 급격히 상승, 2100년쯤에는 지금보다 섭씨 1~4도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세계 12개국 과학자 80명이 참여한 이번 보고서를 주도한 댄 라폴리 IUCN 해양 연구원은 “해양 전 지역을 검토한 결과, 바다는 우리가 대처할 수 있는 수준 이상으로 변하고 있었다”며 “해수 온도 상승과 관련한 전망은 매우 비관적”이라고 말했다.
보고서는 우선 해수 온도 상승으로 지구온난화 속도가 더욱 빨라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1970년 이후 바다는 인간이 만든 이산화탄소의 93%를 흡수, 온난화를 막는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이제는 그 저장 능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과학자들은 해수 온도가 상승하면서 바닷속 메탄 수십억t을 녹여 대기로 방출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온실 효과가 20배 큰 물질이다. 가디언은 “지금 당장 온실가스를 줄이더라도 해수면 상승 추세를 막을 수 없다는 측면에서 문제는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바다 온도 상승으로 해양 생태계는 이미 변화하고 있다. 적도 부근에 서식하던 플랑크톤, 해파리, 거북 등은 북극 쪽으로 10도 정도 이동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육지 생물에 비해 이동속도가 5배 빠른 것이다. 특히 동물성플랑크톤, 크릴새우 등 각종 해양 생물의 먹이가 되는 생물의 서식지 변화로 먹이사슬이 파괴될 수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이런 변화에 따라 현재 어류, 무척추동물 550종이 멸종위기에 놓여 있다.
보고서는 콜레라를 유발하는 비브리오 박테리아 등이 해수 온도 상승과 함께 증가하고, 거대 양식장이 있는 동남아시아 국가를 중심으로 43억명이 경제적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보고서는 “열이 펄펄 끓고 있는 환자처럼 바다를 대할 필요가 있다”며 “이산화탄소 배출을 큰 폭으로 줄이고, 해양 보호 구역을 지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희경 기자 hjhk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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