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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부터 시인들은, 매미가 애벌레로 여러 해를 지내다가 성충이 되어 여름 한철을 노래하고는 사라지는 데서 생의 덧없음을 노래했다. 그리고 높은 곳에서 이슬만 마시고 산다고 하여 고결함의 상징으로 여겼으며, 특히 그 울음소리에 자신의 억울함과 고독함을 가탁하기도 하였다. 연산군 10년(1504) 폐비 윤씨(廢妃尹氏)의 복위를 반대하다 거제도에 귀양을 가서 양을 치던 시인 이행(李荇)에게도 매미는 자기의 절절한 상념을 촉발하는 존재였던 모양이다. 시인은 고결한 까닭에 학대받을 수밖에 없는 약자의 비애와 한탄을 매미에 투영하였다. 벌써 불어오는 선선한 바람에 괴롭게 울어대고 이슬만 마시며 늘 주리는 데다가 사마귀와 거미라는 천적에 시달리는 그 모습은, 바로 언사로 억울하게 귀양 온 자신의 모습이 아니겠는가. 몸뚱이를 가졌음에도 삿된 마음이 없는 매미에 대한 단상은 생에 대한 시인의 달관일까 소망일까? 이번 여름 무더위는 참으로 견디기가 어렵다. 이제 곧 무더위도 지나고 찬바람이 불면 매미 소리도 사라질 것이다. 더위가 물러가는 것은 반갑지만 한철 매미 소리가 들리지 않음을 부지불식간에 깨달을 때 또 남은 해를 헤아리며 아쉬움에 잠길지 모르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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