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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강 치닫는 한반도 정세 격랑

천하한량 2016. 2. 10. 18:59
1896년 고종이 일본 위협에 거처를 러시아 공사관(서울 중구 정동)으로 옮긴 아관파천(俄館播遷) 120주년을 맞는 11일 한반도 정세가 격랑에 휘말리고 있다. 친청, 친일, 친러, 친미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던 외교와 내정 실패로 국권을 상실한 구한말처럼 12·28 한·일 일본군위안부 문제 합의,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미사일) 발사에 이어 미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한반도 배치 움직임이 가시화하면서 대한민국이 중대기로에 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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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왼쪽부터)
북한 김정은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부터)
특히 12·28 위안부 합의 이후 우려되던 한·미·일 대 북·중·러의 대립 구도가 북한의 핵실험·미사일 발사에 따른 대북 제재 논의 과정에서 더욱 첨예화하는 양상이다. 한·미·일은 과거와는 차별화한 강력하고 포괄적인 제재를 추진 중이나 중국과 러시아는 시각차를 보인다. 
조선중앙통신이 7일 보도한 광명성 4호 발사장면
박근혜 대통령은 9일 각각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연쇄 전화통화를 통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에 더해 양자·다자 차원의 대북 제재를 추진하기로 했다. 정부가 10일 발표한 개성공단 전면 중단도 대북 독자 제재 차원이다. 미·일 정부도 독자 제재안을 마련 중이다. 반면 중·러는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자체에는 비판적이나 북한 체제의 존립에 영향을 줄 강력한 제재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제임스 김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의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는 시기의 문제였지 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었다”며 “그런 차원에서 북한 체제를 유지하길 원하는 중국이 강한 제재에 동의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가 중·러의 대북 제재 참여를 압박하기 위해 꺼내든 사드 카드는 신냉전식 한·미·일 대 북·중·러 대립을 격화하는 작용을 한다. 미국의 사드 배치가 현실화할 경우 동북아에서 강대국 간 핵전력 균형의 붕괴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중국 외교부가 8일 김장수 주중 한국대사를 초치한 데 이어 러시아 외교부도 9일 박노벽 대사를 불러 사드 배치 움직임에 경고했다.

김준형 한동대 국제정치학부 교수는 “장마가 올 때 공장에서 폐수를 버리 듯 사드를 들고 나왔다”며 “주변국을 살피면서 해야 하는데 판단착오가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사드 문제로 한·중관계는 1992년 수교 이후, 한·러관계는 1990년 한·소 수교 이후 최악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다. 한·중관계는 2000년 마늘파동, 2003년 동북공정 파문과 같은 상황에 직면하면 신뢰 회복에 상당한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중국은 사드를 한·중관계의 시금석으로 보고 있어 사드 배치에 대해 계속 경고하고 있다”며 “사드를 배치할 경우 한·중관계의 레드라인(정책전환의 한계선)을 넘는 것이어서 한·중관계의 훼손이 가장 큰 부작용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청중·염유섭 기자c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