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전체로 5000조에 이르는 나랏빚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가계부채의 총량보다 증가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6일 정부와 경제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가계·국가·공기업·민간기업 등의 부채 총량은 4755조8374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항목별 부채는 가계부채 1166조원, 국가부채(중앙정부+지방정부+연금·2014 회계연도 기준) 1212조7000억원, 공기업부채 377조1000억원(2014년 말 기준), 민간기업부채 2000조원으로 예상된다. 이를 모두 더하면 국내총생산(GDP)의 300%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통상 정부부채 규모가 GDP대비 80%를 넘으면 위험단계에 진입한다고 판단하는데, 국가 채무기준으로 내년 들어 40%에 접어든다. 하지만,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연금을 포함한 포괄적 국가부채 규모 1212조원으로 따지면 이미 GDP대비 80%를 넘는다. 여기에 공기업부채까지 포함할 경우 이미 100%를 넘어 위험수위에 도달했다는 계산이다.
나랏빚 중 가장 큰 위험 요인은 가계부채다. 한은은 3분기 기준 가계신용(부채)이 1166조원을 기록했다고 최근 발표했다. 4분기 집계를 더할 경우 가계부채는 올해 120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계신용은 가계부채를 총괄하는 통계다. 금융권 가계대출과 결제 전 카드 사용금액(판매신용), 보험사·대부업체·공적금융기관 등의 대출이 모두 포함돼 있다.
지금까지 쌓인 가계부채보다 위험한 것은 누적액보다 증가 속도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실제로 최근 가계부채의 증가세는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때보다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을 이용해 분석한 결과 2008년 1분기 677조1987억이던 가계신용은 2010년 4분기 843조1896억원으로 3년간 165조9909억원 증가했다. 하지만 최근 3년은 이보다 더 많이 증가했다. 2013년 1분기 962억8749억원이던 가계부채는 올 3분기에 1166조원으로 203조1251억원 증가했다. 아직 집계되지 않은 올 4분기 수치가 빠진 점을 고려하면 이보다 더 많이 늘어났을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계 관계자는 "최근의 가계부채가 늘어나는 속도는 2008년 금융위기 시절보다 빠르다"며 "이는 현재의 경기 상황이 더 나쁘고 정부의 가계부채 조절 능력이 떨어진다는 뜻"이라고 풀이했다.
국내에서 발생하는 생산력을 동원해도 나랏빚을 갚기 역부족이지만 정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한국을 재정건전성 최우수 국가로 평가했다고 안심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정부부채) 비율은 35.9%로 OECD 평균 118%(2013년 기준)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하지만 여기에 빠져있는 공기업 부채를 제외할 경우 비율은 더 높아질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매년 급증하는 정부 재정적자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정부의 재정적자는 2009년 이후 계속 적지를 기록하고 있다. 적자 규모는 2010~2011년 13조원대에서 지난해 29조9000억원으로 30조원에 육박했고, 올해 8월 말 기준으로는 34조원을 돌파했다. 정부의 중기재정전망을 보면 내년 재정적자는 37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가채무(중앙정부+지방정부 부채) 역시 급증세다. 국가채무는 2008년 309조원에서 매년 20조~50조원 늘어나 지난해 533조원을 기록했다. 올해 595조원, 내년에는 644조9000억원으로 GDP 대비 40.1%를 차지할 것으로 정부는 예상했다. 액수만 놓고 보면 최근 2년간 100조원 이상 증가한다는 것이다. 4일 기획재정부는 재정전략협의회를 열고 국가채무 비율이 2060년에 GDP 대비 62.4% 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이는 2016년 예상치(42.3%)보다 20.1%포인트 높은 것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재원대책 없이 새로운 의무지출 프로그램이 도입되도록 방치하거나 재정을 방만하게 운영하면 재정건전성이 나빠질 수 있다"며 "지출증가율이 적정하게 관리되도록 재정준칙 등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서영진기자 artjuc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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