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 가계신용 리포트 ◆
대한민국에서 직장인으로 살기는 참 팍팍하다. 20대에 직장을 구해도 30대 결혼과 내 집 마련, 40·50대 자녀 교육, 60대 자녀 결혼과 자신의 노후까지 책임지려면 '돈 버는 기계'처럼 살게 된다. 부모에게 물려받은 자산을 기준으로 '수저 계급론'이 세간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것도 이런 현실 때문이다.
동일선상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하더라도 흙수저와 금수저는 차이가 난다. 이유는 빚 때문이다. 사회 초년생 때 빚을 낸 이들은 10~20년간 대출을 갚으면서 자산 증식 기회를 놓친다. 이 때문에 소득이 줄어들거나 끊기는 60대에 돌아오는 성적표는 초라하다.
매일경제신문이 10일 코리아크레딧뷰로(KCB) 도움을 받아 대한민국 가계신용 리포트를 작성한 결과 드러난 실상이다. 이는 우리나라 국민 중 신용등급을 매길 수 있는 4300만명 가운데 중위 신용자(5등급) 661만명의 신용정보를 분석한 결과다. 이 분석에는 소득이 없거나 신용등급에 변화가 많은 데이터를 제외한 '유효 데이터'만 사용했다.
우선 40·50대 중장년층 빚 부담이 상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40대의 월평균 대출 원리금 상환액은 78만8600원에 달했다. 이 같은 액수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평균 근로자 월급여 271만8000원의 29%에 해당한다. 40대들은 매달 빚 갚는 데 월급 3분의 1 가까이를 쓴다는 얘기다.40대는 30대 때 받은 주택 관련 대출을 갚아나가면서 급한 자금이 필요할 때는 신규 대출을 통해 생활을 꾸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40대의 대출 경과 일수는 평균 151일로 대출이 발행한 지 평균 1년이 안 된다. 평균 대출 경과 일수가 짧을수록 신규 대출을 많이 받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주로 목돈을 마련하기 위해 대출을 받는 30대의 평균 대출 경과 일수인 123일과 크게 차이가 없는 수치여서 40대도 신규 대출이 많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자녀가 성장하면서 집을 옮기거나 내 집 마련을 위해 주택담보대출을 신규로 받았다는 얘기다.
손상호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소득 대비 빚 상환 부담을 의미하는 지표인 총부채상환비율(DTI)이 30%면 생활이 힘들고, 40%가 넘으면 일상적인 생활이 안 된다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40·50대 월 대출 상환액 비중이 30%에 육박하고 있다는 것은 평생 소비 없이 근근이 빚만 갚으며 살고 있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60대의 월 소득 대비 대출상환액 비중은 51.6%에 달한다. 60대는 월 대출 상환액이 89만7100원으로 전 세대에 걸쳐 가장 많은 연령대이기도 하다. 소득 단절로 인한 생활비 부족과 기존 빚 상환으로 고역을 겪고 있는 셈이다.
이상빈 한양대 교수는 "노년층은 일반적으로 생활비가 줄어드는데 매달 갚은 대출금이 많아진다는 것은 대부분 중신용자들의 노후 대비가 전혀 안 돼 있다는 의미"라며 "소득이 크게 줄어들어 생활비 부족으로 빚을 내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중장년층의 빚 고리는 30대부터 시작됐다. 20대에는 적었던 빚 부담이 30대에 크게 늘어나기 때문이다. 20대는 평균적으로 매달 10만4000원을 빚 갚는 데 썼다. 하지만 30대가 되면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30대의 월평균 대출상환액은 59만6000원이다. 빚 부담이 6배 늘어난다는 얘기다.
30대도 빚 부담에 시달리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이들의 평균 월급여는 253만7000원으로 대출상환액이 한 달 월급의 23.5%에 달한다. 30대 빚 부담이 늘어나는 것은 주택 마련과 결혼 등에 '목돈'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특히 결혼비용이 주요했던 것으로 보인다. 올해 4월 통계청이 발표한 '2014년 혼인·이혼 통계'에 따르면 신혼부부 한 쌍의 평균 결혼비용은 2억3800만원으로 나타났다.
이에 비해 사회 초년병인 20대는 상대적으로 빚 부담이 적었다. 이들의 대출상환액은 매달 10만4000원에 불과했다. 학자금 대출이나 전월세 자금 등에 쓰였던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이들의 평균 월급여 170만원의 6%에 불과한 수준이다. 어느 정도 빚 갚을 여력은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김효성 기자 / 박윤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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