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통계 분석해보니…
“한국 자영업의 상징인 치킨집이 해마다 늘어 전 세계 맥도날드 매장 수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5일치 <연합뉴스>의 보도에 누리꾼들 반응이 뜨거웠습니다.
<연합뉴스>는 지난해 12월 발표된 통계청의 ‘2013년 기준 프랜차이즈 통계(16개 업종별, 교육서비스업 제외)’를 인용해 “2013년 현재 치킨전문점 수는 2만2529개로 편의점(2만5039개) 다음으로 많았다”고 보도했는데요. 기사에서 언급되지 않은 다른 14개 업종 자영업이 처한 현실이 궁금해져 원자료를 살펴봤습니다. 레드 오션이 된 프랜차이즈 매장의 문제는 치킨전문점에만 있는 것이 아니었고, 단순히 매장 숫자가 많다는 것만 문제인 것도 아니었습니다.
■프랜차이즈 사장님의 연평균 소득은 2000만원…그러나 함정이 있다
2013년 한 해 대한민국 프랜차이즈 점주의 평균 연간 기대수익(매출액-영업비용)은 2000만원에 약간 못 미치는 1997만원 가량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정도만 벌어도 괜찮으니 팍팍한 직장생활을 벗어나고 싶다는 분도 계실 겁니다. 하지만 함정이 있습니다. 약국, 카센터, 안경점처럼 전문 지식이 필요하고 창업이 어려운 업종이 평균치를 크게 높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치킨집, 피자·햄버거 가게, 제빵·제과점, 분식·김밥집, 커피전문점 등의 프랜차이즈 업종 기대수익은 평균보다 한참 낮다고 봐야 합니다.
기대수익이 가장 낮은 프랜차이즈 업종은 주점으로 점주의 연간 기대수익은 1303만원입니다. 그 뒤를 커피전문점(1347만원)과 분식점(1422만원), 치킨집(1495만원)이 따르고 있습니다. 점주의 연평균 기대소득이 1300만~1400만원대에 머무는 업종입니다. 프랜차이즈 요식업종 중 기대소득이 연 2000만원 초반대를 벗어나는 업종은 단 하나도 없었습니다. ‘먹는 장사가 최고’라는 속설과 맞지 않는 결과입니다. 하루도 쉬지 않는 편의점 점주도 연평균 2190만원을 버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낮은 기대수익’의 원인은 뭘까요? 통계 작업에 참여한 김대호 통계청 산업통계과장은 “치킨집으로 대표되는 일부 프랜차이즈 업종은 진입 장벽이 낮아 시장 규모가 변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신규 창업이 끊이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힘든 사장님, 더 힘든 직원들
한 프랜차이즈 점포에서 일하는 사람은 평균 3.4명입니다. 이 숫자에는 인건비 계산 대상에서 제외되는 점주를 비롯해 점주의 가족 등 급여를 받지 않고 일하는 ‘무급 종사자’ 등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실제로 돈을 받고 일하는 직원은 이보다 적다는 얘기입니다. 편의상 점포당 점주가 1명이라 가정하고 고용보험 등 각종 공제비용을 빼고 남은 연간 급여액 총액을 ’전체 종사자-점포수’로 나눠보니, 프랜차이즈 점포에서 일하는 직원의 급여는 1011만원 정도로 나타났습니다.
이 또한 업종마다 차이가 컸습니다. 약국이나 안경점, 카센터 직원들은 비교적 안정적인 급여를 받았지만, 많은 업종 직원들이 연 1000만원 이하의 낮은 급여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치킨집 종업원은 연간 535만원으로 최저 임금을 기록했고, 분식집 종업원은 연 842만원, 편의점은 연 858만원, 커피전문점은 연 873만원 등을 나타냈습니다. ‘제대로 된 벌이’와는 거리가 먼 액수입니다.
■내 건물에 창업을? 그래도 치킨집은 힘들다
16개 업종 중 점포 임차비용이 낮은 업종은 치킨집과 세탁소였습니다. 직접 세탁을 하지 않고 본사로 보내는 프랜차이즈 세탁소나 홀이 없는 배달 전문 치킨집 등 소규모 창업이 늘어났다는 방증입니다. 반면 목 좋은 접객장소가 필요한 커피전문점과 일식집, 레스토랑의 경우 사장님보다 건물주가 더 많은 돈을 버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로또 1등 당첨’보다 현실적인 꿈으로 ‘내 건물에서 개업을 하는’ 행복한 상황을 한번쯤 생각해보셨을 텐데요. 그래도 프랜차이즈 치킨집 사장님은 연평균 2000만원을 벌 수 있을 뿐입니다.
■프랜차이즈 창업은 왜 자꾸 하는 걸까?
기자가 사는 동네에는 같은 길에 100여m의 거리를 두고 편의점 두 곳이 경쟁을 벌이고 있다가 얼마 전 같은 길 모퉁이를 돌아 편의점이 하나 더 생기면서 세 곳이 됐는데요. 새로 생긴 점포는 매장이 넓고 인테리어도 훌륭할 뿐 아니라 상품 구성도 달랐습니다. 심지어 길목까지 좋아서 손님들을 진공청소기처럼 빨아들이고 있습니다. 다른 두 점포도 뭔가 대책을 내놓을 테고, 곧 출혈경쟁에 들어갈 거라는 예상은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프랜차이즈 업계의 과당경쟁과 수익성 악화는 어제오늘 일이 아닌데, 왜 자꾸 창업을 하는 걸까요? 통계청 김대호 과장은 “그래도 가맹본부가 많은 부분을 관리해주는 프랜차이즈 점포의 상황이 비 프랜차이즈 점포보다 낫다”고 답했습니다. 그럴싸한 간판마저 달지 못한 영세업체의 상황은 프랜차이즈에 견줄 수 없을 정도로 나쁘다는 뜻입니다.
*통계청은 프랜차이즈 본사의 직영매장은 자영업자가 운영 주체가 아니며 통계를 왜곡할 가능성이 있어 통계 조사에서 제외했다고 밝혔습니다.
글·그래픽 조승현 기자sh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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