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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代 리포트>자녀교육·결혼 '발등의 불'.. "은퇴후도 계속 일해야"

천하한량 2015. 9. 24. 15:08

향후 5년 걱정거리 자녀결혼 43.0% ·교육비 9.1% 본인또는 배우자 의료비 12.7%
은퇴 후는… 경제활동 男 42.5% >女 35.2% 내재화된 性역할·부양책임 영향


평균 30년 정도 일을 하다 은퇴를 코앞에 둔 대한민국의 50대들이 생각하는 자신들의 미래는 어떤 것일까. 우울하게도, '장밋빛 미래'를 전망하는 50대는 거의 없었다.

비싼 대학교 등록금을 대며 자녀 교육을 시켰지만, 50대의 절반은 여전히 자녀에 얽매여 허우적대고 있었다. 이들은 자녀 결혼 비용에 큰 압박감을 느끼고 있었고, 이 같은 인식에 따라 50대들은 앞으로도 어떤 경제활동이든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와 함께 저축에 대한 부담도 크게 느끼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24일 문화일보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50대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50대 생활습관 및 인식' 설문 조사에 따르면 '향후 5년 내 경제적 부담이 될 것으로 전망하는 가족의 변화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43.0%가 '자녀의 결혼 비용'을 꼽았다. '자녀 교육비'가 부담된다는 대답은 9.1%였다. '가족 생활비'를 걱정하는 비율은 13.7%였고, '본인 또는 배우자의 의료비'가 걱정된다고 대답한 사람은 12.7%였다.

50대의 절반 이상(52.1%)이 노후 가족의 생활비나 의료비보다, 자녀의 결혼 및 교육비를 걱정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최근 3년 이내 자녀를 결혼시킨 55∼69세 기혼남녀(부모 세대)와 같은 기간에 결혼한 신랑·신부(자녀 세대) 등 총 1200명을 대상으로 결혼할 때 실제 지출한 금액을 조사한 결과에서도, 아들 가진 부모는 대체로 8000만 원 이상을, 딸 쪽 부모는 대부분 6000만 원 이하를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 같은 경향은 학력이 높거나 소득 수준이 높을수록 더욱 뚜렷하게 나타났다. 문화일보 조사에서 '대졸 이상'의 경우 51%, 고졸은 39.2%, 중졸 이하는 23.4%가 자녀의 결혼 비용을 가장 큰 걱정거리로 꼽았다.

소득 수준으로 봐도, 저소득층(28.1%)이나 중하층(40.2%)보다는 중간층(47.8%), 중상층(44.5%)에서 자녀 결혼 비용에 대한 걱정이 많았다. 다만, 소득 수준이 가장 높은 상위층(30.8%)의 경우에는 자녀 결혼 비용에 대한 걱정이 상대적으로 덜했다.

50대들은 다가올 미래는 물론, 현재의 가장 큰 걱정거리도 '자녀 교육 및 결혼'을 꼽았다. 이들은 '현재 귀하의 가장 큰 걱정거리(불안요인)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28.8%가 '자녀 교육 및 결혼'을 꼽았다. 그 뒤를 '본인·배우자의 건강(26.4%)', '은퇴 후 생계(23.9%)' 등이 이었다. 여성보다는 남성이 은퇴 후 생계 고민을 더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은 은퇴 후 생계를 현재의 걱정거리로 꼽은 비율이 28.2%로 가장 많았지만, 여성의 경우는 19.7%에 불과했다. 여성의 경우 '자녀 교육 및 결혼(31.6%)', '본인·배우자의 건강(31.2%)'이라는 응답이 상대적으로 많았다. 보건사회연구원은 "전통적인 성 역할, 남자에게 부양할 책임 역할이 내재화돼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학력별로 보면, 중졸 이하는 '현재 걱정거리'로 32.4%가 '본인·배우자의 건강'을 꼽았다. 반면 대졸 이상은 '자녀 교육 및 결혼(34.0%)'을 가장 큰 걱정거리라고 대답했다. 소득별로 봐도, 중간층이 자녀 교육 결혼을 걱정하는 응답이 32.6%로 가장 높았다.

'자금 마련 방법'을 묻는 질문에는 38.8%가 '경제활동을 하겠다'고 대답했고, 26.2%가 '저축을 활용하겠다'고 응답했다. 그 뒤를 부동산 처분(15.7%), 대출(8.0%) 등이 이었다. 성별로 구분해 보면, 남성은 '경제활동을 하겠다'는 응답이 42.5%에 달했지만, 여성은 35.2%에 그쳤다. 반면, '저축을 활용하겠다'는 대답은 여성(33.8%)이 남성(18.5%)보다 월등히 높았다. 학력별로 보면, 중졸 이하는 경제활동을 하겠다는 응답이 51.4%에 달했고, 고졸과 대졸 이상에서는 저축을 활용하겠다는 응답이 각 27.3%와 27.9%로 중졸 이하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손기은 기자 s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