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페인자료 ▒

국왕컵까지 끝난 라리가, 그리고 기억해야 할 '4가지'

천하한량 2015. 6. 1. 14:45

유난히 다사다난 했던 2014-2015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이하 라리가)가 막을 내린지도 어느덧 일주일이 지났다. 라리가 우승팀은 지난 시즌과 달리 비교적 일찍 가려졌지만, 강등권 싸움은 코르도바를 제외한 16위 그라나다부터 19위 알메리아까지 예측 불가능한 치열함을 과시했다.

여전히 라리가의 여운은 가시지 않고 있다. 유로파리그 우승을 거머쥔 세비야와 바르셀로나의 우승으로 마무리 된 코파델레이 결승전, 그리고 UEFA(유럽 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 오른 바르셀로나 소식은 여전히 라리가 팬들을 흥분 시키는 소잿거리다.

비록 라리가 리그 레이스 대장정은 일주일전에 끝났지만, 이번 시즌 라리가가 남긴 것들은 무엇인지 혹은 새로운 사실이 있는지 알아보는 것도 꽤나 의미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 챔피언스리그 최다 진출

다음 시즌 라리가는 유럽에서 가장 많은 팀을 챔피언스리그에 진출시키게 된다.

이유는 다음 시즌부터 도입될 UEFA 유로파리그 진출권 개정안 때문이다. 변경된 개정안의 주된 골자는 유로파리그 우승팀에게 챔피언스리그 티켓이 주어진다는 것인데, 이것은 우승팀에게 챔피언스리그 티켓을 부여함으로써 '한 단계 밑'이라고 인식되는 유로파리그의 권위를 세우겠다는 UEFA의 전략으로 해석된다. 의도야 어떻든, 결과적으로 한 리그에서 최고 5팀까지 챔피언스리그에 출전 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상상은 현실이 됐다. 앞선 개정안에 따라 세비야가 드니프로와 접전 끝에 유로파리그를 우승함으로써 챔피언스리그 조별 예선 직행 티켓을 얻게 됐다. 세비야의 우승에 따라 라리가에서 챔피언스리그에 진출할 팀은 바르셀로나, 레알 마드리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발렌시아, 그리고 유로파리그 우승팀 세비야 총 5팀이 됐다.

# MSN VS BBC

이번 시즌 라리가에서 MSN, BBC라는 단어를 빼놓고는 설명하기가 어렵다. 사실, 라리가엔 메시와 호날두라는 걸출한 스타들이 있지만, 이번 시즌 만큼은 2013년 EPL에서 건너온 베일의 2번째 시즌, 수아레즈의 바르셀로나 이적이 확정되면서 기대감으로 가득 찬 시즌이였다. 그도 그럴것이 각 팀의 트리오들은 유럽 최강, 남미 최강 트리오라는 명함을 내밀기에 충분했기 때문이다.

시즌 시작과 동시에 BBC(벤제마-베일-호날두)의 화력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BBC는 15라운드까지 40골을 밀어 넣는 환상적인 화력을 선보였다. 시즌 초반 BBC의 화력은 레알 마드리드가 3라운드 데포르티보전 8:2 대승을 시작으로, 2014년 마지막 경기 15라운드까지 22연승(모든 경기 포함) 가도를 달리는 초석이 됐다.

이에 반해 MSN(메시-수아레즈-네이마르)의 화력은 잠잠했다. BBC가 15라운드까지 40골을 넣는 동안 MSN은 24골에 그쳤다. 수치적으로도 한참 모자랐다. 이것은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키엘리니를 깨문 수아레즈의 징계 이탈로 9라운드(2014.10.25.) 이후에서야 조합을 갖출수 있었다는 점과 시즌 초반 루이스 엔리케 감독의 잦은 로테이션의 결과였다.

그러나 새해가 되자 MSN의 화력은 구색을 갖추기 시작했다. 시즌 초중반, 잦은 로테이션을 보였던 바르셀로나가 베스트 11을 갖춰가기 시작했고, 슬로우 스타트 MSN의 손발이 점점 맞아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MSN이 넣은 골 수치에서도 명확하게 나타났는데, MSN은 새해 첫 경기인 16라운드부터 30라운드까지 총 60골을 몰아쳤다. 반면 BBC는 30라운드까지 총 65골을 넣었는데, 결과적으로 MSN이 16라운드부터 30라운드까지 46골을 기록하는 동안, BBC는 25골을 기록한 셈이 됐다.

30라운드까지 BBC(65골)와 MSN(60골)의 팽팽했던 균형은 주전 선수와 벤제마, 베일의 부상으로 깨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30라운드 이후부터 MSN은 77골(BBC 70골)로 역전을 일궈냈다. 최종적으로 시즌 종료 후 밝혀진 승자는 81골을 기록한 MSN이었다.

# 평균 관중수 ≒ 팀 순위 그리고 변수

이번 시즌 라리가는 시즌 중반 레알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발렌시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4파전이 펼쳐졌던 상위권과 시즌 말미까지 예측 불가능한 강등권 싸움으로 어느때보다 풍성한 시즌이었다. 스포츠의 힘은 관중이다. 관중들은 리그가 풍성해 질수록 경기장을 찾기 마련이다. 라리가의 열기는 평균 관중수에서도 드러났다.

라리가의 평균 관중수는 전반적으로 팀 순위와 비슷했다. 막대한 재정과 부동의 1,2위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를 제외하더라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를 비롯한 팀이 보여준 순위는 전반적으로 비슷했다.

하지만 특이한 점이 존재했다. 세비야, 말라가의 뒤를 레알 소시에다드, 엘체, 데포르티보가 이었다는 점이었다. 에스파뇰, 라요 바예카노, 셀타 비고가 리그 순위 8, 9, 10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과 상반된 결과였다.

이 현상은 팀 성적과 연결된다고 볼 수 있다. 각 팀의 이번 시즌 행보가 사실을 뒷받침한다. 레알 소시에다드는 11라운드 19위에서부터 서서히 중위권대로 들어온 팀이었다. 상승세를 타기 시작한 15라운드 아슬레틱 빌바오와 바스크 더비에서는 무려 26,651명을 기록했다. 엘체도 마찬가지였다. 엘체는 18라운드까지 최하위권을 전전긍긍했지만 아슬레틱 빌바오, 라요 바예카노, 레알 소시에다드에 승리하며 차곡차곡 승점을 쌓으며 순위를 올렸다. 상승세를 타기 시작한 28라운드 발렌시아전에서는 26.510명을 기록했다. 상위권 팀을 홈으로 맞이한 이점도 감안해도 높은 기록이었다. 데포르티보는 끝까지 긴장감을 유지한 팀에 속했다. 데포르티보는 리그 17위로 강등권에 속해있었는데, 바르셀로나와 가진 리그 마지막 라운드에서 살로마오와 루카스의 득점으로 강등 탈출에 성공하면서 팬들의 눈시울을 적셨다.

인구대비 관중 비율에서는 평균 관중순위 5위와 8위를 기록한 아슬레틱 빌바오와 레알 소시에다드가 12%로 1위를 차지했다. 12%란 수치는 두 팀 연고지 인구가 40만명 미만이란 점을 감안해도 높은 수치다. 두 팀은 평균 좌석 점유율에서도 70-80%를 웃도는 결과를 보였는데, 이것은 바르셀로나를 포함한 상위권 팀이 기록한 수치와 맞먹는 수치였다. 두 팀이 보인 특이한 현상은 바스크 지방 특유의 끈끈함이 가져온 결과물로 해석된다.

# 세비야의 유로파리그 우승 그리고 10년간 유럽무대를 지배한 라리가

이번 시즌 라리가는 유로파리그, 챔피언스리그에서 선전했다. 그리고 여전히 진행중이다. 세비야는 우크라이나의 기적 드니프로를 꺾고 유로파리그 우승을 차지했고, 바르셀로나는 유벤투스와 챔피언스리그 결승을 앞두고 있다.

유럽 무대와 관련해 재밌는 통계가 있다. 라리가는 2005년부터 현재까지 유럽 무대에서 총 16개의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이 수치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를 포함한 6개 리그가 획득한 트로피 개수(13개)보다 훨씬 많은 수치였다. 2005년부터 라리가 내에서 가장 많은 유럽 대회 우승 트로피를 차지한 팀은 세비야와 바르셀로나였는데, 펩 과르디올라의 바르셀로나와 세비야의 05/06, 06/07 두 차례 우승 그리고 최근 활약이 더해진 결과물이었다. 재밌는 것은 세비야가 주춤했을 때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선전하며 바통을 이어받았다는 것이다. 한 팀이 주춤하더라도 다른 팀이 라리가 상승세에 기여한다는 재밌는 현상이다.

코파델레이 결승전을 끝으로 라리가 내 모든 대회는 마무리됐다. 그러나 끝나지 않았다. 바르셀로나가 유럽 최고의 축제 혹은 전쟁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올랐기 때문이다. 이번 시즌 라리가는 유로파리그를 넘어 챔피언스리그에서도 우승컵을 들 수 있을까. 14/15시즌 리그 레이스는 종료됐지만, 여전히 진행형인 그들의 마침표가 기대된다.

글, 그래픽=<내 인생의 킥오프> 박대성

사진=게티이미지 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