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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공장 철수하려면 3년 걸려… 야반도주하는 한국 사업가들

천하한량 2012. 12. 17. 02:10

중국 비즈니스는 여전히 녹록지 않다. 중국 쪽 정치·경제 체제가 폐쇄적이어서 각종 규제가 많은 데다 한·중 국민 간 의식과 관념 차이도 상당히 크기 때문이다.

중 국 금융 당국은 지난 2010년 4월부터 외국 은행의 지행장급 이상 직원이 중국에 부임할 때 금융 지식을 묻는 사전 테스트를 거치게 했다. 필기시험은 물론이고 면접까지 본다. 한국 모 은행의 한 지행장급 간부는 상하이에 부임하기 위해 필기시험을 봤다가 2번 연속 낙방했다. 또 다른 한국 금융권 인사는 상하이에 근무하면서 중국 당국에 업무 관련 보고를 충실하게 하지 않았다가 징계를 받는 바람에 임기도 못 마친 채 짐을 싸야 했다. 우리로선 상당히 자존심 상하는 일들이지만 사실이고 현실이다.

개인 사업을 할 때도 중국 당국이나 중국 직원과 각종 마찰이 생긴다. 상하이에 진출한 한 개인 사업자는 회사의 스팀 난방 파이프를 지상에 설치해두고 있었는데 환경 당국이 지하 매설을 요구해 난감한 상황에 빠졌다. 매설 공사엔 50만위안(약 9000만원)이라는 거액이 들기 때문이다.

중국 직원을 해고하는 것도 힘들다. 한 한국 회사는 고용했던 운전기사가 근무 자세가 너무 부실해 해고하려 했다가 혼이 났다. 운전기사가 사무실 문을 발로 차고 들어와서는 떡하니 소파를 차지하고 앉아 담배를 피우고 컵을 던지며 행패를 부렸지만 제지할 방법이 없었다. 결국 노동 중재위까지 가는 소동 끝에 간신히 해고는 했지만 회사가 받은 충격은 컸다.

한 한국인 사업가는 "중국인들 사이에 '한국 회사에선 생떼를 부려야 돈을 많이 받아낼 수 있다'는 생각이 널리 퍼져 있다"며, "회계사도 '법으로 이길 수 없으니 조용히 말로 끝내라'고 권유하는 경우가 많다"고 토로했다. 중국 직원은 근무 중 사소한 부상에도 무리한 보상을 요구하는 경우가 빈번하다고 한다. 중국에 설립한 공장을 철수하려면 절차를 모두 이행하는 데 무려 3년이 걸리는데 중국 당국이 이 절차를 고의로 지연시키는 경우도 많다. 이 때문에 한국 사업가의 야반도주 중 '수긍이 가는' 야반도주도 적지 않다.

이와 반대로 한국 상인들에 대한 중국인들의 불만도 대단하다. 저장(浙江)성 이우(義烏)와 거래하는 한국 상인들은 현지 중국 상인들에게 신용을 잃었다. 이우는 한국 사람이라면 샘플도 안 준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어느 한국 홈쇼핑은 중국 제품 2000세트를 떼다 팔다가 판매가 잘 되자 5000세트를 추가 주문했다. 하지만 한국에서 물건이 소화가 다 안 되자 물건 대금을 결제하지 않아 중국인의 원성을 산다. 이우뿐 아니라 중국 내 한국인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엔 유사 사례가 적지 않다. 침구 공장이 많은 장쑤(江蘇)성 난퉁(南通)에도 중국 상인들은 한국 사람과 거래를 피한다는 얘기가 퍼져 있다. 신용을 경시하고 단기 실적에만 목을 매는 일부 한국 상인을 몹시 불신한다는 것이다.

통상 중국인은 일본인보다 한국인을 더 선호한다지만 상거래 과정의 신용도 평가는 반대다.

우리가 중국에서 비즈니스를 하면서 한류 바람에 뿌듯해하기 앞서 늘 자중해야 하는 중요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