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대천해수욕장 르포] 일출때까지 술냄새 진동
지나가던 캐나다인 "너무 많은 사람들이 너무 쉽게 술을 구해 너무 많이 마시고 취해"
본지 취재팀은 본격 피서철을 앞두고 지난 23일 밤과 28일 밤에 걸쳐 부산 해운대해수욕장과 충남 보령의 대천해수욕장의 주폭을 취재했다.
29 일 아침 7시쯤 신고를 받은 부산 해운대경찰서 우동지구대 소속 경찰관 2명이 해운대해수욕장 한 편의점 앞으로 출동했다. 폭행당했다고 신고한 김모(26)씨 등 여성 2명의 몸에선 술 냄새가 진동했다. 서울에서 놀러 왔다는 이들은 만취돼 누군지 모르는 남자 2명과 시비가 붙어 일방적으로 얻어맞았다. 정수리 옆에 혹이 생기고, 관자놀이에 시퍼런 멍이 들었다. 넘어지는 바람에 팔꿈치와 무릎도 다쳤다. 김씨 등은 "도저히 술이 취해 안 되겠으니 나중에 술 좀 깨고 다시 신고하겠다"고 한 뒤 3시간 정도 지난 오전 10시쯤 지구대를 찾았다. 하지만 술이 여전히 깨 있지 않았다. 경찰은 "술을 얼마나 마셨는지, 폭행당한 정도가 심각한 상황인데도 당시 상황을 제대로 기억조차 못 했다"고 말했다.
- 쓰레기장인가 백사장인가… 지난달 24일 새벽 부산 해운대해수욕장 백사장이 취객들이 버린 술병과 쓰레기가 뒤엉켜 마치 쓰레기장을 연상시킨다. 한 미화원은 “모래 반, 술병 반”이라고 했다. /김용우 기자 yw-kim@chosun.com
- (사진 왼쪽)밤새 마시고 버린 소주병… 지난달 24일 새벽 3시, 충남 보령시 대천해수욕장 해변이 피서객들이 밤새 마시고 버린 소주병으로 가득하다. (사진 오른쪽)망루에서… 지난달 29일 밤 부산 해운대 해수욕장에서 20대 젊은이들이 해변에 설치된 해상 안전요원용 망루에 올라가 술을 마시고 있다. /신현종 기자 shin69@chosun.com, 권경훈 기자 werther@chosun.com
20대 남녀 한 쌍은 '해양경찰'이라는 깃발이 펄럭이는 구조대 망루 위에 올라가 둘만의 술판을 벌였다. 인근에서는 20대 남녀 10명이 "마셔라, 마셔라, 술이 들어간다 쭉쭉 쭉쭉쭉~" 하고 노래 부르며 술을 마셨다. 백사장을 걷던 캐나다인 에릭(29)씨는 "너무 많은 사람이 너무 쉽게 술을 구해, 너무 많이 마시고 취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백사장 바로 옆에서 포장마차를 운영하고 있는 정모(58)씨는 "백사장에서 술을 마시고 와서는 포장마차 안에 엎드려 잠들어 버리는 사람이 자주 있어 골머리"라고 했다.
새벽 3시 30분쯤 벌어져 있는 술판은 50여 군데였다. 하지만 20여 군데에서는 술에 많이 취한 일행 전원 또는 일부가 돗자리를 덮거나 아니면 그냥 누워 잠을 자고 있었다. 만취한 20대 남녀 6명은 옷을 입은 채로 바다에 뛰어들었다. 또 다른 만취 남성 2명은 팬티만 입고 바다에 뛰어들어 "×나 차네!"를 연방 외쳤다. 이윤수(57) 우동지구대 2팀장은 "술에 취해 정신을 잃고 쓰러져 있다는 신고가 주말 하룻밤에 10여 건에 달한다"고 말했다. 일요일인 지난 24일 해운대구가 백사장에서 치운 소주병은 130개, 맥주 페트병 400개, 맥주 캔 300개, 양주병 20개였다.
충남 보령의 대천해수욕장도 마찬가지였다. 지난 23일 저녁 8시 30분 충남 보령시 대천해수욕장. 곳곳에서 폭죽이 터지는 해변에 들어서자 20~30대 젊은 층부터 40~50대 중년층까지 많은 이가 삼삼오오 둘러앉아 술을 들이켜고 있었다. 10대로 보이는 앳된 청소년들이 거리낌 없이 술을 마시는 모습도 보였다. 가족과 휴가차 해수욕장을 찾은 회사원 김은미(36·대전시 서구)씨는 "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해변 산책을 나왔다가 곳곳에서 술 마시는 어른들의 흐트러진 모습을 일곱 살 딸이 보게 돼 민망하다"고 말했다. 지난 26일 저녁 8시 50분쯤엔 망루에서 근무하던 경찰이 50m 앞쪽 바다에서, 술 취한 채 뛰어들었다가 허우적거리는 최모(여·34)씨를 발견해 구조하기도 했다.
- 뉴질랜드 바닷가에서 술 마시면 벌금 1820만원 석남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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