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유로위기 '도돌이표'
7.18%나 기록 '사상최고'
"은행구제액 추산치 4배"
오늘 단기채 발행 불투명
"유럽의 정상들을 다 한방에 넣고 문을 잠궈버려야 한다." 영국 런던 노무라증권의 유럽 금리전략팀장 닉 피루지는 금융계에 떠도는 뼈있는 우스갯소리를 <월스트리트 저널>에 소개했다. 한고비를 넘기면 또다른 위기가 등장하는 상황이 도돌이표처럼 되풀이되는 지경에서도 유럽 정치인들이 표피적인 해결책만 내놓는 현상을 꼬집은 것이다.
이번엔 다시 스페인이다. 17일(현지시각) 치러진 그리스 총선에서 구제금융에 찬성하는 신민당이 제1당이 되면서 시장에 감돌았던 안도감은 또다시 한나절만에 사라졌다. 스페인 은행권의 불량채권 비율이 5월에 18년내 최고치인 8.72%로 높아졌다는 소식이 18일 전해졌기 때문이다. 한달전에 비해 0.35%포인트가 올랐다.
이미 스페인은 부도 위기에 처한 은행을 살리기 위해 구제금융 신청계획을 밝혔다. 아직 금액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시장에서는 1000억유로 규모의 구제금융이 투입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스페인 은행들에 이 돈을 다 쏟아부어도 위기를 벗어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쏟아지고 있다. 국제컨설팅업체 올리버 와인만과 롤랜드버거가 진행하고 있는 스페인 은행의 스트레스 테스트(자산 건전성 평가) 결과가 이번주에 발표된다. 유럽 경제위기의 변곡점이 될 또다른 '치명적인 한주'인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스페인 일간지 <엘 콘피덴시알>은 여러 시장 전문가의 분석을 종합해 두 회사가 스페인 은행권이 구제되기 위해서는 모두 1500억유로가 필요하다고 발표할 것이라고 전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지난 8일 발표한 400억유로의 4배에 가까운 돈이다. 이 신문은 기존 예상치가 개인 모기지론에 대한 손실을 너무 적게 계산했고, 비슷하게 부동산 거품으로 인한 위기를 겪고 있는 아일랜드 수준의 손해를 본다고 가정할 경우 적어도 600억유로 이상이 더 필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소식에 유럽과 미국 주식시장은 크게 출렁였고, 스페인 10년만기 국채 수익률은 역대 최고치인 7.18%까지 높아졌다. 사실상 국가부도 위기에 들어선 수준의 수익률이다. 스페인 다음으로 위기를 겪을 주자로 꼽히는 이탈리아 국채수익률은 6.081%로 자금조달 위험선을 돌파했다. 스페인 정부는 다급하게 유럽이 한목소리로 스페인을 지원하겠다는 약속을 해줄것을 호소했다. 스페인 예산장관 크리스토발 몬토로는 "유로화의 현재와 미래, 그리고 스페인 경제에 대한 의심이 지속되고 있다"며 "유럽중앙은행(ECB)은 반드시 유로화를 분쇄하려는 시장의 압력에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스페인은 올해 안에 300억유로의 자금을 국채시장에서 조달할 계획이지만 이런 수익률 아래서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19일 단기국채와 21일 2~5년 중기국채 20억유로의 발행 성공 여부도 불투명하다.
눈길은 결국 이달말 열리는 유럽연합 정상회의에서 전유럽 차원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나올수 있느냐에 쏠리고 있다. 영국은행 출신의 헤지펀드 매니저인 수실 와드와니는 "그리스 총선은 기저에 흐르는 문제가 분출되는 시기를 아주 잠깐 연장했을 뿐"이며 "시장은 근원적인 문제를 제쳐놓고 조금씩 시간만 버는 상황이 계속되는데 진절머리를 내고 있다"고 경고했다. 메릴린치의 전략분석가 존 레이스는 "유럽중앙은행은 이번주 안에 뭔가 조처를 취해야 한다"며 "최근 (스페인 구제금융 신청과 그리스 총선 결과에 따른) 안도 랠리가 얼마나 빠르게 사라졌는지를 본다면 이제 정책입안자들에게 남은 시간은 거의 없다"고 <파이낸셜타임스>에 말했다.
이형섭 기자sub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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