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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LG 태양전지사업서 진퇴양난…포스코 전체매출서 비중 1%도 안돼

천하한량 2012. 6. 14. 18:29

삼성·LG 태양전지사업서 진퇴양난…포스코 전체매출서 비중 1%도 안돼
3년전 앞다퉈 진출 … 치킨게임 양상

"작년 총 매출 68조원 중 1%도 안 됩니다." 국내 최고 철강업체 포스코의 그린비즈니스 부문 매출액 얘기다. 2009년 에너지 부문을 강화하겠다던 선포에 비해 초라한 성적표다.

녹색 성장 바람이 불던 2009년. 대기업들은 앞다퉈 그린비즈니스 사업 부문을 신설하며 지속 가능한 성장을 외쳤다. 태양광, 풍력, 전기차 배터리, 발광다이오드(LED) 등 차세대 에너지원은 21세기를 선도할 기업의 먹거리처럼 여겨졌다.

↑ 2009년 대기업들은 앞다퉈 그린비즈니스 사업 부문을 신설했지만 3년이 지난 지금 어느 대기업도 혁혁한 성과물을 얻지 못했다. 사진은 대관령 풍력산업단지. <매경DB>

하지만 그로부터 3년. 어느 대기업도 혁혁한 성과물을 얻지 못했다. 조력, 풍력 등 다양한 에너지 사업을 벌이고 있는 포스코를 비롯해 삼성 LG SK 등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태양광, 풍력 발전소에 공들이고 있는 현대중공업의 작년 그린비즈니스 분야 매출은 3800억원. 지난해 총 매출 66조원과 비교해 보면 턱없이 작은 수치다.

LS산전은 그린 분야 사업 11개를 이끌고 있다. 태양광, 인버터, 에너지 저감 건물 등 다양한 분야에서 녹색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 중이다. 2009년 총 매출의 10%였던 그린비즈니스 매출을 2010년에는 15%(2000억원)로 확장하며 성장세를 일구는 듯했다.

하지만 작년에는 매출 비율 14%를 기록하며 제자리걸음을 보였다. 2009년 당시 2012년 그린비즈니스 목표는 매출액의 24%(7000억원)를 차지하는 것이었지만 회사 관계자에 따르면 올해도 10%대를 넘기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다.

LG의 그린 사업도 아직 갈 길이 멀기만 하다. LG실트론은 구미공장 태양전지용 웨이퍼 라인 증설을 당분간 보류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800억원을 들여 150㎿급 설비를 지었지만 올 초 3000억원대가 소요되는 추가 투자를 보류하기로 결정했다. LG전자도 330㎿ 규모인 태양전지 생산능력을 1GW까지 늘린다는 계획을 당분간 접기로 했다.

SK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SK이노베이션은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합성수지 제품으로 전환하는 '그린폴(Green-Pol)' 기술을 개발했지만 아직 상용화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기업들은 "설비투자, 연구개발 등 부대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드는 분야가 그린비즈니스"라며 "가시적 성과가 늦을 수밖에 없다"고 항변한다.

하지만 이런 점을 차치하고서라도 그린비즈니스를 관장하는 사업본부가 여기저기에 옮겨진 흔적이 발견되면서 기업 측에서 그린비즈니스 자체를 부담스러워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흘러나온다. 막대한 투자비용을 들이고서도 단기간 성과를 볼 수 없는 분야이기에 서로 맡기를 꺼린다는 것이다.

포스코와 현대중공업은 그린사업본부가 바뀌다 보니 2009년, 2010년 매출을 파악하기 힘든 상황이다.

삼성은 지난해 삼성전자가 하던 태양전지 사업을 삼성SDI로 이관했다. 삼성SDI는 사업을 넘겨받으면서 태양전지를 전기차 배터리, 대용량 전력저장장치(ESS)용 전지와 함께 회사의 미래를 이끌어나갈 사업으로 키우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하지만 3대 신사업의 매출은 밝히기가 부끄러울 정도다. 지난해에는 전체 매출에서 2% 수준에 그쳤고, 올해도 3%에 불과할 것으로 전망된다.

태양광은 지난해 3분기에 매출 320억원을 올렸으나 4분기에는 220억원으로 떨어졌다. 태양광전지 원료인 폴리실리콘 원가가 계속 급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삼성SDI는 시장 포화 상태인 결정계 태양전지를 사실상 포기하고 박막계 태양전지 쪽으로 생산 방향을 전환했다.

하지만 그린비즈니스가 당장 돈을 못 번다고 해서 부정적 시선으로만 볼 것은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인 맥킨지는 세계 태양광 시장이 2015년 이후 안정화될 것으로 예상하며 태양광 기업들이 성장통을 극복하기 위해 기술 혁신과 획기적인 비용 절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삼성경제연구소 보고서에서는 그린비즈니스와 관련해 창의적 연구개발을 추진하면서 주력 산업 경쟁력을 활용한 복합 그린비즈니스 솔루션을 개발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정호석 올리버와인만 컨설팅 대표는 "한국 기업들은 미국이나 유럽계 기업들보다 효율성과 자금력 측면에서 강점이 있다"며 "구조조정 단계만 잘 버텨내면 글로벌 톱클래스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길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승환 기자 / 이경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