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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15분 운동, 기대수명 3년 늘린다

천하한량 2012. 5. 21. 22:58

1953년 세계적인 의학 학술지인 <랜싯>(Lancet)에는 영국 런던에서 2층 버스를 운전하는 기사와 안내원의 협심증 등 관상동맥 질환에 의한 사망률을 비교한 연구가 발표됐다. 온종일 운전대만 잡고 앉아서 일을 했던 운전사와 비교했을 때 요금을 받기 위해 근무 내내 버스를 돌아다녔던 안내원은 관상동맥 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이 절반에 불과했다. 당시 연구자들은 안내원이 운전기사보다 몸집이 작다는 점 등 다른 원인이 중요한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육체적인 활동량이 많은 안내원이 관상동맥 질환에 덜 걸렸을 것이라는 가설을 내세웠었다. 이 연구 이후 많은 연구들에서 육체적인 활동 혹은 운동이 관상동맥 질환을 포함한 심장 및 혈관 질환의 발생을 줄였음을 보고했다.

이를 근거로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18~64살 성인은 중간 강도의 유산소운동을 일주일에 적어도 150분 이상 할 것을 권유했다. 또 일주일에 2번 이상은 근육강화 운동을 하라고 권고했다. 여기서 중간 강도는 자신의 최대 심장박동수의 60~85%에 해당하는 심장박동수로 운동하는 것을 말한다. 간편한 계산법으로는 160에서 자신의 나이를 뺀 수치의 심장박동수에 해당된다. 몸 상태로 보면 숨이 약간 차거나 땀이 약간 날 정도이다. 정리하면 하루에 최소한 30분 이상 일주일에 5회 정도 걷기나 조깅 등 유산소운동을 하면 된다. 이런 운동을 통해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비만 등 생활습관병을 예방할 수 있고, 불면이나 우울증도 줄이며, 대장암이나 유방암의 발생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하루에 90분 이상 무리하게 운동하면 몸의 회복능력에 문제가 생겨 육체적·정신적으로 부정적인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운동량에 견줘 근육강화나 몸무게 감량 등 기대하는 효과가 없으면 불안감을 느끼고 그래서 더욱 운동량을 늘리게 되는데, 이 때문에 운동 뒤 심한 피로감이 생기고 관절이나 근육의 통증을 느낄 수 있다. 이를 '과훈련증후군'이라고 한다.

그런데 2011년 8월 운동 시간과 사망률의 관련성에 대한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역시 <랜싯>에 발표된 바 있다. 대만 타이베이에 사는 41만6천여명을 대상으로 8년 동안 추적 관찰한 결과, 운동을 전혀 하지 않은 사람들과 비교할 때 하루에 단 15분 정도 중간 강도의 운동을 한 사람들은 사망률이 14% 낮았고, 기대수명(평균수명)이 3년 더 연장됐다. 세계보건기구 등이 권고하고 있는 최소한 30분의 운동 시간이 아닌 15분만 해도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물론 현재의 권고안이 바뀌려면 이 연구와 비슷한 대규모의 추가 연구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처음부터 30분 이상의 운동을 하는 것이 어려운 사람에게는 운동을 시작하는 데 힘이 되는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일단 최소한 15분 동안만이라도 운동을 시작하고 이후 30분 이상으로 늘려보자.

한편 뱃살, 즉 복부지방을 빼기 위해서 윗몸일으키기와 같은 복근운동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물론 복근운동을 1시간 이상 오래 하면 복부지방이 빠질 수 있지만, 복근운동은 말 그대로 복부근육을 강화시키는 것이 주목적이다. 복부지방 혹은 내장지방을 빼기 위해서도 걷기, 조깅 등 유산소운동을 20~30분 이상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명승권 국립암센터 발암성연구과장·가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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