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활의지혜 ▒

옥상텃밭만들기

천하한량 2012. 4. 13. 14:41

저는 며칠 전 큰 맘 먹고 폭풍 다이어트를 선언, 살빼기에 돌입했습니다. 치킨, 피자 등을 워낙 좋아하는지라 마음은 늘 가지고 있으면서도 결심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했는데요. 그런 가운데 뱃살은 이미 한계치를 초월해 버렸습니다.

살찌는 것을 방지한 게 아니고 방치한 죄로 1년 만에 10kg이나 쪄버린 겁니다. 이제 더 이상 두고 볼 수만은 없다는 생각에 매일 저녁마다 상추쌈을 먹고 있습니다.

다행히 저는 상추와 깻잎 그리고 닭가슴살을 매우 좋아합니다. 상추 속에 닭가슴살과 밥, 그리고 장을 조금 넣어 싸서 먹으면 환상의 궁합입니다. 3박자의 조합으로 다이어트는 어느새 고통이 아닌 행복의 시간이 돼 버렸죠.

그런데 나만의 상추 다이어트를 하기 위해선 상추의 지속적인 공급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상추 구입 때문에 매번 마트를 가는 것도 번거롭고 상추를 키울 수 있는 밭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런 저런 핑계를 대며 장기전은 힘들겠다고 판단했죠.

오늘 소개해드릴 옥상에 오기 전까지만 해도 말입니다.

여기는 수원시 농업기술센터 옥상입니다. 마치 시골의 한 농원에 온 것처럼 다양한 식물이 즐비한데요. 140면적에 상추, 고추, 부추, 방울토마토, 가지 등의 작물이 재배되고 있습니다.

이곳 농기센터 옥상은 전부 상자형 텃밭이 설치돼 있는데요. 대부분이 심지관수형 재배상자로 조성됐습니다.

심지관수형 재배상자는 농촌진흥청에서 특허출원한 제품으로 물을 화분 위에서 주는 게 아니라 화분 아래쪽에서 흙 속으로 수분을 공급할 수 있도록 돼 있습니다. 이를 저면관수 방식이라고 하는데요.

보시는 것처럼 모서리 부분에 관이 하나 들어가 있는데, 관을 통해 물을 넣어주면 2~3일은 물을 안 줘도 식물이 잘 자란다고 하네요. 따라서 매일 물을 주고 가꿔야 하는 번거로움을 덜할 수 있겠죠. , 재배자가 집을 비울 때 식물이 마르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효과적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반대로 심지관수 방식이 아닌 일반 재배상자로 작물을 키울 경우에는 수시로 물을 줘야 하기 때문에 신경이 많이 쓰일 수밖에 없는데요. 옥상은 특히 건조한 환경이기 때문에 심지관수형 재배상자가 더욱 빛을 발한다고 합니다.

옥상 텃밭을 전체적으로 한 번 둘러보니 작물 하나하나가 어찌나 싱싱하게 잘 자라고 있던지 보는 것만으로도 텃밭의 매력에 흠뻑 빠지고 말았습니다.

특히 앞서 말씀 드렸듯 상추 다이어트를 하고 있는 제 입장에서는 생기발랄한 상추가 어찌나 탐나던지 한줌 수확해가고 싶은 욕구가 마구마구 타오르더군요. 하지만 그럴 수 없기에 직접 텃밭을 가꿔봐야겠다는 생각을 해봤죠. 방울토마토가 주렁주렁 열린 것을 보니 더욱 그런 열망이 커졌습니다.

다음날 옥상텃밭이 조성돼 있다는 또 다른 곳을 방문했습니다. 수원시 세류1동 주민센터인데요. 장마가 시작된지라 비가 많이 오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고맙게도 그 시간만큼은 비가 멈춰줬습니다.

옥상에는 마침 이곳 동장님이 계시더군요. 동장님께서는 텃밭에 대한 소개와 자랑을 하는 가운데 딱 한 가지를 여러 번 강조하셨는데요

바로 이겁니다. 노란색 물탱크가 지상에 설치돼 있는 것을 가리키며 설명을 하기 시작했죠.

오늘처럼 비가 내리는 날에는 옥상에서 연결된 배수관을 따라 물탱크 안으로 빗물이 들어가게 설치해 놨습니다. 물탱크에 빗물이 모이면 그걸 호수로 끌어다가 다시 옥상텃밭에 물을 공급하죠.”

자연 그대로의 빗물을 물탱크에 모아뒀다가 작물의 수분 공급에 재활용한다는 겁니다. 물 부족 국가에서 실천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 아닐까 생각해 봤는데요. 식물이 잘 자라는 데는 빗물 자체의 천연성분이 일반 수돗물보다 더 좋은 효과가 있다고 하네요.

지금 주고 있는 게 빗물입니다. 동장님에 따르면 일본에서는 이미 이러한 시스템이 상용화 돼 있다고 하는데요. 옥상텃밭의 확대 보급과 함께 우리나라에도 많이 활용되면 좋을 것 같더군요.

세류1동 주민센터 옥상텃밭은 이미 살펴본 수원시 농업기술센터처럼 심지관수형 재배상자가 있는 반면 목재를 활용한 길쭉한 텃밭이 더 많이 조성돼 있었는데요. 이를 베드형 재배라고 합니다.

베드형 재배는 넓은 베드를 옥상에 재작해 활용하는 방법으로 보통 시골에서 볼 수 있는 텃밭과 유사한 모습이었습니다. 작물이 규칙적으로 고르게 심어져 있었는데요. 넓은 공간 탓에 아무래도 관리하기에는 보다 쾌적해 보이더군요.

270크기로 조성된 세류1동 청사의 옥상텃밭은 그야말로 도심 속 농장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어지는 동장님의 이야기를 들으니 이곳은 농장 이상의 특별함이 있었는데요. 옥상에 텃밭이 조성되고 주민들이 즐겨 찾게 되면서 어느 순간부터 소통의 장으로 탈바꿈 했다는 겁니다. 자칫 딱딱해 보일 수 있는 관공서 이미지가 친근함으로 바뀌게 된 거죠.

또 하나의 특별함은 이곳에서 사랑의 열매가 싹튼다는 건데요. 이곳에서 생산되는 수확물은 독거노인 등 어려운 이웃에게 나눠준다고 합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아주 제대로죠? 훈훈합니다.

옥상텃밭이 조성된 세화영농법인(왼쪽)과 수원시청 별관. (사진제공 : 수원시 농업기술센터)

제가 다녀온 옥상텃밭은 이렇게 두 곳이었는데요. 수원에는 세화영농법인과 수원시청 별관을 포함한 총 4곳의 공공청사에 옥상텃밭이 설치돼 있다고 합니다.

수원시청을 제외한 나머지 청사 옥상은 농촌진흥청이 최근 개발한 옥상텃밭기술을 활용하기 위해 시범운영 대상으로 선정된 곳이기도 한데요. 소규모 도시텃밭(City Farm)이 점차 확산되는 추세에 발맞춰 이곳을 계기로 더욱 많은 옥상텃밭이 조성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더불어 저처럼 상추 다이어트를 계획하고 계신 분 혹은 직접 키운 상추를 가지고 삼겹살 파티를 꿈꾸는 분들은 옥상텃밭 가꾸기에 직접 도전해 보시는 건 어떨까 합니다. 참고로 심지관수형 재배상자는 시중에서도 구입할 수 있다고 하는데요. 개당 3만원 정도 한다는군요. 가치를 따지면 결코 비싼 비용은 아닐 거란 생각이 듭니다.


·사진 박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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