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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식당 하수구서 퍼올린 폐식용유… 정제-가열 거쳐 판매용 식용유 둔갑

천하한량 2011. 9. 17. 17:24



이달 초 중국 지린(吉林) 성 창춘(長春)으로 출장을 갔을 때 기자는 이상한 광경을 목격했다. 3일 오후 11시 반경 시내 번화가에 있는 샹그리라호텔 뒤편 식당골목에서였다.

거의 모든 식당이 영업을 마쳐 썰렁한 골목에 주방장 옷을 입은 남자와 식당 종업원이 바가지가 달린 3∼4m 길이의 장대와 양동이를 들고 나타났다. 이들은 하수구 맨홀 뚜껑을 열더니 장대로 무엇인가를 퍼올렸다. 기자는 악취가 풍겨 '분뇨'로 알고 "식당 직원들이 늦은 밤에 왜 저런 일을 하지" 하며 지켜보았다. 그런데 그들이 퍼올리는 것은 '음식찌꺼기 등 불순물이 잔뜩 섞인 노랗고 걸쭉한 액체'였다. 기자가 지켜봐도 아랑곳하지 않고 태연히 '작업'을 계속했다. 그때 주위를 지나던 한 중국인이 "저게 '디거우(地溝·하수구란 뜻)유'의 원료"라고 말했다.

중국사회가 '디거우 식용유', 즉 '하수구 식용유'에 경악하고 있다. 중국 공안과 식품안전 당국은 최근 31개 성시 자치구 가운데 14개 성시에서 '하수구 식용유'를 제조 판매하는 범죄조직을 적발했다고 발표했다. '하수구 식용유'의 제조부터 판매까지 이뤄지는 범죄망을 적발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신징(新京)보는 16일 보도했다. 공안은 전국에 일제 단속을 지시했다.

워낙 불량식품이 판쳐 웬만한 불량식품 뉴스는 그러려니 하며 넘기던 중국 국민도 이번엔 경악을 금치 못하는 모습이다.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微博)에는 '하수구 식용유'와 관련한 글이 16일 오후 현재 86만 건에 이른다. 하수구에서 퍼올려진 폐식용유는 전문 수거업자를 거쳐 하룻밤 사이에 여과 가열 침전 분리 작업을 통해 새 식용유로 둔갑된다.

중국에서 '하수구 식용유'에 대한 경고는 종종 있었다. 홍콩 중문대 랑셴핑(郞咸平) 교수는 여러 차례 중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에서 한 해 소비되는 식용유는 2200만 t이며 330만 t의 폐식용유가 발생한다고 밝혔다. 이 폐식용유를 수거한 후 정제해 다시 시장에 나오는 식용유가 270만 t으로 이 중 적지 않은 분량이 '하수구 식용유'로 추정된다고 량 교수는 주장했다.

중국 남부 광시좡(廣西壯)족 자치구의 난닝(南寧) 시 위생당국이 최근 시내 106곳 식당에 대해 기습 점검을 실시한 결과 33곳에서 출처와 성분이 의심스러운 식용유를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량 교수는 "정품 식용유는 t당 6000위안(약 96만 원)이지만 '하수구 식용유'는 수거 제조 정제 비용을 합쳐 t당 3000위안으로 저렴해 근절되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수구 식용유'에는 발암물질 등 인체에 해로운 물질이 다수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北京) 시에서 '하수구 식용유'가 발견되었다는 당국의 발표는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한국인이 모여 사는 차오양(朝陽) 구 왕징(望京)에 사는 교민 K 씨는 "자주 가는 왕징의 한 중국 음식점 앞에서 하수구에서 액체를 푸는 장면을 보았다"며 베이징도 '하수구 식용유'의 무풍지대는 아닐 것으로 우려했다.

베이징=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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