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공개한 '인생 100세 시대 대응 국민인식 조사결과'가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던졌다. 조사 결과 국민 10명 중 4명 이상이 "수명 연장은 축복이 아니다"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나서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소득 하위 70% 노인에게 지급하는 기초노령연금 대상을 축소하기로 했다. 기초노령연금 대상 축소는 서울시의 무상급식 주민투표와 맞물려 더욱 주목받고 있다. 정부 방침이 '부자 노인에게까지 혜택을 줄 필요가 있느냐'는 논리와 맞닿아 있고, 이는 무상급식 대상을 제한해야 한다는 서울시 주장과 맥을 같이 하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는 "기초노령연금은 무상급식과 별개의 개념"이라고 선을 긋고 있지만, 시민사회는 "맞춤형·선별적 복지를 외치는 현 정부의 정책방향에 비춰볼 때, 무상급식과 기초노령연금에 대한 관점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노인단체들은 "오히려 소득 하위 70% 노인에게 지급하는 연금 대상을 전체 노인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 한국 노인의 빈곤 실태
2050년 한국은 일본에 이어 세계에서 두번째로 노인 인구가 많은 나라가 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65세 이상 인구 비율을 추계한 결과, 한국의 노인 인구 비율이 2000년 7.2%에서 2050년 38.2%로 5배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노동자, 농민,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지난해 4월 한나라당 앞에서 기초노령연금 인상을 촉구하며 어르신 공경의 의미를 담은 카네이션에 물을 주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노인 인구가 급증하면 노인 빈곤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한국의 노인 빈곤율은 2010년 45.1%로 OECD 회원국 중 1위다. OECD 평균(13.3%)의 3.4배에 이른다. 2010년 기초생활수급자(141만1577명) 중 노인은 26.8%다. 하지만 부양자가 있다는 이유로 혜택을 받지 못하는 '비수급 빈곤층' 103만명의 대부분이 노인일 것으로 복지부는 추정하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해 노후생활 실태를 조사한 결과, 노인들이 겪는 가장 어려운 문제는 경제적 어려움(41.4%)과 건강문제(40.3%)였다. 노인 빈곤은 자살률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게 복지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한국의 60세 이상 자살률은 인구 10만명당 100명을 넘고, 75세 이상 자살률은 인구 10만명당 160명을 넘어선다.
■ 기초노령연금을 둘러싼 쟁점
2008년 제정된 기초노령연금법은 기초노령연금 급여율(국민연금가입자 월소득액의 5%)을 2028년까지 10%로 인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급여율을 매년 0.25%포인트씩 올리면 되지만 정부는 재정 부담을 이유로 지난 3년 동안 급여율을 동결해왔다.
복지부가 기초노령연금 수급 대상자를 현행 소득 하위 70%에서 2030년 53~54%까지 축소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은 것은 이 때문이다. 현행대로라면 기초노령연금 총 지급액은 내년에 4조1400억원, 2028년에는 13조원으로 불어나 대상자 축소 외에 뾰족한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고액 자산가나 자녀들의 부양을 받는 노인에게 똑같이 혜택을 주는 것은 비합리적인 만큼 구조조정을 거친 뒤 기초노령연금 액수를 늘려 가겠다는 것이 복지부의 계획이다.
한나라당은 정부 안에 찬성하고 있다. 기초노령연금 대상자의 소득을 최저생계비의 150%로 바꾸면 수급비율은 70%에서 54%로 줄어들지만 수급대상자의 절대 수는 계속 증가하기 때문에 "축소가 아닌 합리적 조정"이라는 것이다.
반면 민주당은 대상자를 소득 하위 80%까지 늘려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연금 급여율도 내년부터 매년 1%포인트씩 올려 2016년에는 18만원 수준인 10%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민연금연구원은 한국의 낮은 국민연금 수급률(65세 이상 인구 대비 수령자 비율)과 소득대체율(가입기간 평균소득 대비 수급액 비율)을 고려할 때 수급자를 축소하면 노인 빈곤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한국의 국민연금 수급률은 2020년 29.7%, 2030년 39.7%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 소득대체율은 오히려 떨어져 2020년 24.7%, 2030년 23.7%에 불과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김원섭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정부는 노인 빈곤을 줄이겠다는 의지를 갖고 65세 이상 노인 모두에게 혜택을 줘야 한다"면서 "불필요한 예산을 기초노령연금으로 돌리고 부가가치세 등 소비세를 인상하면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초노령연금/
노인들의 최저생계를 돕기 위해 2007년 만든 노인복지제도다. 현재 대상자는 소득 하위 70% 이하 노인이다. 올해는 단독가구 기준으로 월 2만~9만1200원을 노인 371만명에게 지급하고 있다. 하지만 최고액인 9만1200원(부부 기준 14만5400원)을 받는다 해도 2011년 최저생계비(1인가구 기준 월 53만2853원)의 20%에도 못 미쳐 '용돈연금'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 정유미 기자 youme@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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