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페인자료 ▒

"이탈리아·스페인 빚 갚을 능력 의심"…유럽 또 불안불안

천하한량 2011. 8. 3. 18:02

◆ 다시 요동치는 세계경제 ◆미국이 부채상환 문제를 해결하며 디폴트 위기를 넘기자 유럽 재정위기가 다시 불거지고 있다.

유로존 3~4위 경제대국인 이탈리아와 스페인 채무상환 능력에 대한 시장 의구심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이다.

2일 이탈리아와 스페인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이 같은 시장 염려를 반영해 급등세를 이어갔다.

이날 이탈리아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6.129%로 치솟으며 유로존 출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날 스페인 10년 만기 국채수익률도 6.282%로 4거래일 연속 6%를 웃돌고 있다. 그리스, 아일랜드, 포르투갈 등이 10년 만기 국채수익률 7% 이상을 기록한 뒤 구제금융 지원을 받았다는 점에서 스페인과 이탈리아 국채수익률이 지금보다 조금만 상승해도 한계에 봉착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3일 파이낸셜타임스는 "지난 1일부터 유럽 금융시장에는 스페인과 이탈리아가 유로존의 그리스 지원 약속을 결국 이행하지 못할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았다"며 "이는 두 나라의 채무위기 해소 능력에 대한 시장 의구심에 불을 붙였다"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유럽 지역 주요 은행들은 이탈리아와 스페인 국채를 내다 팔고 이들 국가에 대한 신용공여한도를 축소하는 등 조치를 취하고 있다.

영국 바클레이스는 스페인과 이탈리아 대출 규모를 점차 축소하고 있다. 존 윈터 바클레이스 기업금융담당자는 "스페인 기업과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 6월 말 기준으로 66억유로를 대출해줬는데, 이 중 10억유로가량 손실을 입었다"면서 "이 때문에 스페인 건설과 부동산 부문 대출을 지속적으로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독일 최대 은행인 도이치뱅크도 지난주 이탈리아 국채 보유량을 80억유로에서 10억유로로 대폭 줄였고, HSBC는 스페인과 이탈리아 고객들 신용공여한도를 축소했다.

레인 매케이 HSBC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스페인과 이탈리아 국채도 일부 팔았다"면서 "불확실성을 없애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익스포저를 없애는 것"이라고 밝혔다.

시장 염려가 커지면서 스페인과 이탈리아 움직임도 긴박해지고 있다. 호세 루이스 사파테로 스페인 총리는 3일 여름휴가 계획을 돌연 연기했다.

스페인 정부는 스페인 국채 투매 현상에 대해 "일시적이고 투기적인 현상"이라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상황을 긴박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날 이탈리아 정부도 재정안정위원회 긴급회의를 소집했다. 줄리오 트레몬티 이탈리아 재무장관은 3일 장클로드 융커 유로그룹 의장을 만나 대응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그러나 긴박한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유로존은 이들 국가 위기에 대해 뚜렷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스페인과 이탈리아 구제를 위해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기능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고 3일 보도했다.

지난달 유로존 정상회의에서 EFSF 기능 확대에 대해 원론적인 합의를 이뤘지만 정작 중요한 기금 확대 문제는 결론을 내지 못했다. EFSF가 동원할 수 있는 자금은 4400억유로가량이지만 그리스, 아일랜드, 포르투갈 구제만으로도 한계에 봉착하게 된다.

아일랜드 이코노믹앤드소셜리서치인스티튜트의 존 피처럴드 연구원은 "EFSF를 충분히 확대해야 한다"면서 "그렇게 돼야 이탈리아와 스페인에 대한 투기가 중단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기금 확대 키를 쥐고 있는 유로존 최대 경제대국 독일이 회의적인 반응이어서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박승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