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이익률 10%도 잘한 장사
1위 외국계브랜드는 무려 30%, 배당금 40%는 해외로 보내…
라이선스 계약 감안하면 크게 내릴 수 있는데도 高價로… 국내 업체도 덩달아 고가 유지
매장도 고가품만 권해… 합리적인 소비 필요
아웃도어 브랜드들은 매년 20 ~30%의 고성장세를 구가 중이다. 당연히 이익의 폭도 급증세여서 다른 업계에서 보면 매년 깜짝 놀랄 만큼 많다.
소 비자들은 '아웃도어 제품 가격이 지나치게 비싸다'고 아우성이지만, 업체들은 매년 새 제품을 내며 가격을 올리는 고가정책을 추구하고 있다. 고가 원단으로 불리는 고어텍스 제품만 해도 마진율이 40%에 달하는데도 경쟁적으로 비싼 제품을 내놓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재킷의 경우 원가가 10분의 1도 안 되는 것도 상당한데 '브랜드' 딱지만 붙으면 가격이 올라간다"고 털어놓을 정도다. 아웃도어 업체들의 고가 정책은 고급 고객을 유치하고 자신들의 브랜드 이미지를 지키기 위한 마케팅 정책일까, 아니면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상술(商術)인가.
◆높은 수수료도 물고, 배당금의 40%는 해외로….
국내 아웃도어 선두권인 A브랜드의 지난해 매출총액은 3921억원. 이 중 영업이익만 1077억원을 냈다. 영업이익률만 27%에 달한다. 이 정도 영업이익률이면 '영업 이익이 높다'는 글로벌 명품 브랜드보다도 2배 이상 높은 이익률이다. B브랜드도 매출 2595억원에 영업이익 602억원으로 24%를 기록했다.
명품 업계 1위인 루이비통은 지난해 매출 4273억원에 영업이익 523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은 12% 정도다. 업계 관계자는 "보통 패션 업계에선 영업이익률이 10%만 돼도 장사를 무척이나 잘한 것으로 평가받는다"며 "전 세계적으로 패션 업계에서 이렇게 높은 수치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한 브랜드를 찾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A사는 지난 5년간 영업이익률이 매년 28~30%에 달했다.
'남는 장사'인데도 가격을 낮추지 않는 데는 이유가 있다. A사의 경우 매년 높은 수치의 배당금을 지급하고 있는데 이 중 40%가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지 난 5년간 누적 배당금만 해도 1719억원. A사의 지분 비율을 보면 해외 모기업이 40.7%를 보유하고 있어 배당금의 40% 이상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것. 고가 정책을 유지하는 것에 대해 A사측은 "비슷한 사양의 제품인 경우 국내 판매 가격과 해외 가격대가 거의 같다"고 해명했다.
◆원가 3만원짜리가 30만원으로 껑충 뛰기도
해외 로열티를 낼 필요가 없는 국내업체들도 가격이 높기는 마찬가지다. 업계 2위 코오롱스포츠, 3위 K2의 가격은 초고가 제품으로 풀세트를 장만할 경우 코오롱은 332만9000원, K2는 220만4000원에 달한다. 해외 제품인 노스페이스 역시 217만5000원이나 한다. 코오롱스포츠의 경우 홈페이지에 'MD 추천 상품' 코너를 만들어서 초보자·중급 상관없이 주로 고가 라인을 추천하고 있다.
원가 3만원짜리가 '브랜드' 라벨만 붙으면 30만원으로 돌변한다는 지적도 있다. 동대문의 한 전문 판매상은 "바느질 등 가공 비용이 전체 판매가의 10%도 차지하지 않는다"며 "원가 3만원짜리가 마트나 시장에서 팔면 10만~15만원, 백화점에서 팔면 30만원에 팔린다"고 말했다. 아웃도어 브랜드들이 백화점 브랜드, 마트 브랜드 따로 두는 것이 바로 이런 이유다. 예를 들어 블랙야크를 파는 동진레저는 마트용으로 '카리모어'와 '마운티아' 브랜드 제품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기술은 별 차이 없는데 몇 가지 기능을 덧붙여 비싸게 판매한다는 것이다.
또 백화점에서 고가로 팔다가 30~50% 이월상품 할인 판매를 하고 또 상설 할인매장에서 소비자가의 최대 90%까지 할인해서 파는 것도 그만큼 마진이 높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무조건 '비싸야 잘 팔린다'는 상술 때문에 애꿎은 소비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며 "마트나 시장 브랜드 제품 구매를 꺼리는 소비자들도 이젠 합리적 소비를 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Snapshot] 동네 뒷산 오르는데, 등산복은 '히말라야 등반용'
폭발하는 아웃도어 시장… 高價 마케팅 판친다
고어텍스·연예인 앞세워 홍보… 주력 제품, 80만원대로 껑충
해외 명품 등산복도 들어와… 현지 가격의 두 배로 '뻥튀기'
아웃도어 시장 규모가 매년 폭발적으로 커지고 있다. 2007년 1조5000억원에서 지난해 3조원 규모로 3년 만에 2배 이상 성장했다. 올해는 4조원이 넘을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매년 20~30%의 고성장이다.
하 지만 아웃도어 시장이 커지는 만큼 생산업체들의 '고가 마케팅'도 논란이 일고 있다. '해외 수입 명품'으로 불리는 몇몇 브랜드는 현지 소비자가격보다 2배 가까이 '뻥튀기'해서 가격을 높이고 있고, 국내 브랜드 역시 이들 가격에 발맞춰 고가 제품 위주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특히 '고가'로 분류되는 고어텍스 제품의 경우 원가가 판매가의 25% 정도여서 업체들이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시장 과열로 고가 마케팅 판쳐
아웃도어 1위 브랜드 노스페이스는 지난해 업계 처음으로 매출이 5000억원을 넘었고, 국내 브랜드인 코오롱스포츠 4200억원, K2는 3100억원 등을 기록하며 그 뒤를 바짝 쫓고 있다. 블랙야크·라푸마·네파·컬럼비아 등도 2000억~2500억원대의 매출을 올리는 등 '5대 업체'로 진입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각 업체는 연예인을 앞세워 고가 제품을 주력 상품으로 내놓고 있다. 5년 전만 해도 업체들의 주력 제품은 20만원대였지만 올 들어 업체들의 주력제품은 70만~80만원에 달하고 있다. K2에서 최근 내놓은 일명 '현빈 재킷'은 72만원이고 코오롱스포츠의 모델 이승기가 TV 프로그램에서 입어 인기를 끈 고어텍스 재킷은 82만원이다.
업 계에 따르면 70만원짜리 고어텍스 재킷의 경우 한 벌당 3~4.5야드(2.8~4.2m)의 옷감이 필요한데, 1야드당 가격은 3만5000~4만5000원으로 총 10만5000원~20만2500원, 전체의 15~28% 정도다. 백화점 마진은 30%로, 부자재·임가공비·가공비용 등과 각종 마케팅 비용을 제하면 업체 마진이 30~40% 된다는 설명이다.
가격 상승의 원인을 고어텍스 탓으로 돌리기도 하지만 실제 가격은 최근 5년 사이 거의 오르지 않았다고 한다. 고어코리아 정영아 차장은 "고어텍스가 일종의 '브랜드화'하면서 매년 각 브랜드에서 고어재킷 신제품이 나올 때마다 가격이 오르는 것처럼 보이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아웃도어 인기 틈타 해외 수입품 가격 '뻥튀기'
아웃도어 제품들이 인기를 끌면서 해외 수입품도 물밀듯이 밀려오고 있다. 캐나다의 '아크테릭스'나 이탈리아 '몬츄라' '잠발란', 스위스 '마무트', 스웨덴의 '하글롭스' 등 각국의 유명 브랜드가 속속 상륙하고 있다. 이들은 '아웃도어 명품'으로 꼽히며 초고가 라인을 형성하고 있다. 백화점 바이어들에게 제품별로 인기상품 추천을 받은 결과 모자부터 배낭, 스틱 등 풀세트로 장만하면 400만~500만원에 달한다. 중고차 한 대 값이다.
하지만 현지 소비자가격은 국내 가격의 절반 정도 수준이어서 '고가 마케팅' 논란이 불붙고 있다. 인기 브랜드로 꼽히는 아크테릭스의 경우 대표 재킷의 미국 가격은 599달러인데, 국내에선 114만원에 팔린다. 바지도 350달러짜리가 62만9000원, 499달러 배낭은 110만원에 팔린다. 1.8~2배에 달한다. 마무트 재킷도 미국에서 479달러에 팔리는데 우리나라에선 96만원으로 1.8배쯤 된다. 보통 '명품 수입 의류'의 한국 가격이 현지의 1.3~ 1.4배인 것과 비교해도 비싸게 올려 받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해외 브랜드 가격 수준에 맞춰 국내 아웃도어 가격이 전반적으로 상승하고 있다는 것. 국내 브랜드뿐 아니라 노스페이스·라푸마 등 상당수 라이선스 브랜드의 경우 임가공 비용이 싼 중국과 방글라데시, 베트남 등에서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데도 제품 가격을 해외 명품 수준으로 올려 받는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각 업체는 소비자들이 비싸고 차별화된 제품을 좋아하기 때문에 고가 제품을 주력 생산하고 있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가격을 내릴 요인이 충분히 있는데도 고가 마케팅을 내세우는 업체들에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