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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나미는 초속 100m로 덮쳐… 살아나려면 3분내 대피해야"

천하한량 2011. 3. 14. 04:29

“쓰나미는 초속 100m로 덮쳐… 살아나려면 3분내 대피해야"
자연의 위력 앞에서 인간은 맥없이 쓰러지지만 또한 인간의 부축으로 일어설 수 있습니다

대형 재앙은 일본 센다이 동쪽 바다 130㎞ 지점에서 시작됐다. 그 도시의 도호쿠(東北)대학에서 ‘쓰나미’ 관련 논문으로 이호준(43)씨는 공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국내에 몇 안 되는 쓰나미 전문가들 중에서도 그의 소감(所感)은 좀 다를 것이다.

" 내 스승과 친구들에게 연락을 취했으나 모두 불통이다. 일본 유학을 할 때 센다이 앞바다에서 큰 지진이 발생할 것이라는 말이 있었다. 온천으로 유명한 지역인데, 주민들은 수온이 조금씩 올라가고 있다고 말했다. 내가 거주하는 동안(1995~98년)에도 규모 6.5의 강진이 두 번 있었다. 내가 무서워할 때도 주민들은 태연했다. 워낙 지진과 같이 살아온 도시여서 그 정도 지진에는 별문제가 없었다."

이호준 박사는 "쓰나미 앞에서 인간이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무서워 피하는 것일 뿐" 이라고 말했다. / 조인원 기자 join1@chosun.com

그는 국립방재연구소에서 근무했고, 기상청에서 지금 사용하고 있는 ‘지진해일 예ㆍ경보시스템’ 모델을 만들었다. 현재 삼성화재 방재연구소 수석연구원으로 있다.

―실제 지진이 언제 어디서 어떤 규모로 발생할지 과학적으로 예측할 수 있나?

"지진 발생을 과학적으로 미리 알아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인간의 과학이 아직 그런 단계까지 올라가진 않았다. 지진이 발생한 직후에나 알 뿐이다."

―그럼에도 어느 지역에 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발표할 때가 있지 않나?

"한 지역에서 오랜 기간 지진이 발생한 과거의 통계기록을 분석해서 ‘언제쯤 어느 정도 크기의 지진이 발생할 것’이라고 예측하는 것이다. ‘과학’이라기보다는 통계분석에 의한 ‘확률’인 셈이다."

―당신이 거주했던 센다이(仙臺)의 경우 그런 통계분석이 얼마나 들어맞았나?

"일본 정부는 1980년대 이전부터 ‘지진조사연구추진본부’를 설치해 지진발생 기록과 통계 분석을 실시해왔다. 센다이 앞바다에서는 숱하게 지진이 발생했다. 그 주기는 37~100여년 간격이었다. 그래서 센다이에서는 2002년을 기점으로 30년 안에 규모 8.0 크기의 지진이 발생할 확률이 98%일 것으로 발표한 적이 있다."

―그 위력이 이 정도가 될 것까지도 예측이 됐나?

"예측된 규모는 8.0이었으나, 이번에 발생한 지진은 규모 9.0이었다(당초 8.8로 발표됐으나 수정됨).”

―그런 차이라면 거의 적중한 셈이다.

" 그렇지 않다. 당초 예상치보다 무려 32배 이상의 에너지가 방출됐다. 히로시마 원자폭탄의 5만배 위력이었다. 지진규모 1.0의 차이란 엄청난 것이다. 가령 7.0에는 탁자가 흔들리지만, 8.0에는 건물이 크게 흔들리고, 9.0에는 무너진다. 지진규모 수치가 너무 사소하게 보여 개인적으로는 불만이다."

쓰나미가 휩쓸고 지나간 뒤. / 교토 연합뉴스

―어쩌면 인간의 전쟁보다 더 참혹했다. 당신은 일본의 재난 위기관리능력을 어떻게 보나?

"세계 최고의 수준이다. 이를 연구하는 학자들이 전 세계적으로 수십명 있는데 일본인 학자가 대부분이다. 그만큼 일본의 쓰나미 예보시스템은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물론 안정적이라는 것이 언제나 정확한 것은 아니다. 작년 2월 칠레에 서 발생한 쓰나미가 일본에 내습했을 때 일본 기상청이 다소 과도한 해일 경보를 발령해 눈총을 받았다. 그럼에도 이런 수준에 도달한 것은 국가 차원의 엄청난 투자와 노력이 투입됐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 때 일본 내 많은 지역에서 정전이 발생하고 통신이 두절됐다. 그런 상황에서도 서울에 앉아 NHK의 재해방송을 시청할 수 있었다. 휴대폰으로 일본 기상청의 지진과 쓰나미 속보를 신속히 확인할 수 있었다."

―피해 규모가 이렇게 천문학적인데도.

"인간이 어떻게 해볼 수 없는 것도 있다. 쓰나미 자체가 워낙 초대형이었다. 강타당한 곳이 도시와 인구밀집지역이었다. 이런 쓰나미가 우리나라에 닥쳤다고 가정해보면 비교가 될 것이다."

―이번 쓰나미가 해안을 덮치기 직전에 예보시스템은 제대로 작동됐나?

" 쓰나미 예측은 해저에서 지진이 발생한 이후 이뤄진다. 지진의 강도를 분석해 해일(海溢)이 육지에 도달하기까지의 예상 시간과 크기를 알아낸다. 모든 과정은 컴퓨터로 처리돼 실시간으로 정보를 알아낼 수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경보 발령이 나자마자 거의 동시에 쓰나미 해일이 해안을 덮친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경보발령이 나면 해변에 있는 사람들이 피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는 얼마인가?

" 해저 진앙(震央)이 얼마나 떨어져 있느냐에 다르다. 진앙이 해안에 가까우면 지진과 거의 동시에 해일이 덮친다. 통상 지진 발생 후 해일이 내습하기까지 3분쯤 걸린다. 지진 빈발 지역에서는 진동을 느끼는 순간 본능적으로 피신하는 훈련이 돼 있어야 살아날 수 있다."

―쓰나미의 속도는 어느 정도인가?

"바다가 깊을수록 쓰나미는 빨리 이동한다. 수심 1000m에서 초(秒)당 100m의 속도로 달려온다. 쓰나미가 해안에 도달하는 시간은 바다의 수심과 거리에 달려있다. 작년 칠레 지진의 경우 태평양을 건너 일본에 닿기까지 거의 하루가 걸렸다. 제트 여객기가 태평양을 건너오는 속도와 비슷한 시속 800km의 속도였다."

―해수욕장 같은 인접 해안에서도 쓰나미가 발생한 적 있나?

"수심 1000m가 넘는 바다에서만 발생한다. 거기서 수평이 아닌 상하로 움직이는 규모 7.0 이상의 지진이라야 쓰나미가 일어난다."

―해저 땅속의 움직임을 어떤 식으로 관찰하는가?

" 일본의 동쪽 태평양 해저에는 대규모 활(活)단층이 위치하고 있다. 일본은 해안을 몇 개의 권역으로 나눠 수십 km의 해저 케이블을 설치했다. 이 케이블에 장착된 지진계로 감지한다. 작게는 사람이 느끼지 못하는 미(微)진동부터 지진으로 인한 흔들림까지 실시간으로 정보를 받을 수 있다. 지진계가 설치되지 않은 곳이라면 진앙으로부터 해저면을 따라 전달되는 진동을 육상에서 감지한다. 육상의 세 곳에서 진동을 관측하게 되면 바닷속 위치와 크기를 역추적할 수 있다."

―이번에 우리는 처음으로 쓰나미가 덮치는 충격의 영상을 보게 됐다. 대체 쓰나미의 위력(威力)은 어디까지인가?

" 태풍이 내습할 때 바람에 휩쓸리지만 않는다면 파고 50cm의 해일에는 대피가 가능하다. 그러나 쓰나미의 경우 바닷가에서 낚시하던 사람이 무릎 높이의 바닷물에 휩쓸리는 사진이 보도된 적 있다. 지금껏 조사된 쓰나미의 피해 데이터를 보면, 파고 2~3m 해일에 벽돌이나 목조건물이 파괴됐다. 4~10m 해일에는 콘크리트 건물이 붕괴됐다. 1940년대 알래스카 해안에 덮친 쓰나미의 파고는 30m였다. 쓰나미가 때린 철근콘크리트 등대가 기초만 남고 흔적없이 사라졌던 기록이 있다."

―인간의 힘으로 어느 정도까지 막을 수 있나?

" 막는다기보다는 무서워 피한다는 표현을 쓰는 것이 맞다. 쓰나미가 닥쳐올 때 살아날 수 있는 길은 미리 높은 곳으로 대피하는 것뿐이다. 아니면 해일보다 더 높은 제방을 쌓는 것이다. 1993년 일본 북해도에 위치한 오쿠시리섬을 15m의 쓰나미가 강타했다. 지금 그곳에는 높이 15m가 넘는 장벽이 설치돼 있다. 이 장벽에 막혀 집에서는 더이상 바다가 보이질 않는다. 경관을 해치고 환경을 파괴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하지만 해안가 주민들의 안전을 확보하는 길은 그것밖에 없었다."

―건물과 교량 등을 지진에 견뎌낼 수 있게 짓는 것에 대해 왜 말하지 않나?

"내진(耐震)설계라면 인명과 재산 보호만 떠올린다. 하지만 전기, 가스, 통신시설이 파손되면 도시와 산업시설이 마비된다. 어떤 시설의 본래 기능이 지속될 수 있는 측면까지 고려돼야 한다는 뜻이다."

―세계 곳곳에 걸쳐 지진 발생 가능성이 과거보다 커졌다는 주장이 있다. 어떤 과학적 근거에 의한 것인가?

" 가능성이 커졌다는 것을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근거는 없다. 다만 한 곳에서 큰 지진이 발생하면 그보다 작은 지진들이 길게는 수개월간 계속된다. 최근 지진이 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전 세계에 설치되어 있는 지진계 수가 많아지고 그 성능이 좋아져 그렇다고 학자들은 이야기한다."

―지리적으로 보면 일본은 우리와 인접해 있다. 왜 일본에서는 유독 대형 지진이 빈발하나?

" 지구 표면 아래에는 딱딱한 지각판(板)이 여러 개 붙어 둥그런 구를 이루고 있다. 이들은 서로 충돌하고 마찰을 일으킨다. 지진이 문제가 되는 곳은 그런 지각판들이 만나는 경계면이다. 일본은 열도(列島)를 따라 지구상의 거대한 4개 판이 서로 만나고 있다. 당연히 대규모 지진들이 발생하게 된다."

―일본에서는 이번 쓰나미 이후 여진(餘震)이 계속되는 중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재앙으로 그치고 않고 또 다른 초대형 지진들이 발생할 것이라는 설이 있다.

" 도쿄의 서남쪽 해안 등이 지목되고 있다. 태평양 둘레에 분포하는 활성(活性)단층대이기 때문이다. 이는 마치 뚜껑에 스프링을 깔아둔 것과 같다. 스프링의 반발력이 강하면 쉽게 튀어오를 것이다. 조심스러운 얘기지만 일각에서는 이번보다 더 규모가 클 것으로 보기도 한다."

―과연 우리는 얼마나 안전한가?

"우리나라는 일본에 겹쳐 있는 유라시아판의 가운데 있다. 따라서 경계면에서 발생하는 대규모 지진은 피할 수 있다. 그렇다고 안전지대는 아니다. 판의 경계가 아닌 내부에서도 강진은 발생한다. 삼국유사나 조선왕조실록 등에도 대규모 지진 기록이 나온다. 우리와 같은 입지에 있는 중국 쓰촨(四川)에서 3년 전 사망자 4만여명을 낳은 규모 7.8의 지진이 발생했다."

―만약 우리나라에서 지진이 일어난다면 어느 지역이 가장 위험할까?

" 지진 에너지의 크기가 일본처럼 규모 8.0을 넘을 확률은 극히 미약하다. 하지만 규모 5.0~6.0 사이의 지진들은 전 세계 어디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 국내의 어느 지역이 지진에 위험하다는 결론은 학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이번 쓰나미가 한반도로 접근 못한 것은 일본 본토가 ‘바리케이드’처럼 막았기 때문이다. 당신의 박사학위 연구논문은 우리 동해(일본 서쪽 바다)에서 쓰나미가 발생하는 경우를 다룬 것이다. 그럴 가능성은 얼마나 되나?

"향후 50년 안에 7.8 규모의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은 있다. 과거 1964년, 83년, 93년 일본 서해 쪽에서 대규모 지진이 일어났다."

결국 일본이 겪는 재앙을 통해 ‘우리’를 살핀다. 우리가 사는 곳은 안전할까, 우리 경제에 끼치는 피해는 혹 없을까, 우리 교민들은 무사한가라고. 누구나 자신의 문제부터 떠올리게 마련이다.

하 지만 이번에 그렇게 하기에는 ‘우리 이웃’ 일본의 고통과 불행이 너무 크다. 진정 그들의 입장에서 그들을 살피고 부축할 때가 됐다. 자연의 위력 앞에서 인간은 맥없이 쓰러지지만, 또한 인간은 인간의 부축으로 일어설 수 있다. 전 국민 성금 모금이 시작됐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