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움의 원인은 소유욕”…스스로 비워서 큰 가르침 | |
[법정 스님 입적] 법정스님이 우리에게 남긴것 ‘먹이는 간단하게’ 늘 두세가지 반찬만 “소유는 덧없어…행복은 이 순간에 존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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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 기자 김명진 기자 | |
1년 전 김수환 추기경이 뭇사람들에게 ‘사랑’의 가르침을 남겼다면, 법정 스님은 ‘무소유’라는 또 하나의 향기로운 가르침을 남겼다. 자신의 대표 산문집 <무소유>를 마지막까지 실천하려는 듯 그는 자신의 출판물을 더 이상 출간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일체 아무도 것도 남기지 않으려는 그의 ‘무소유’는 세속에서 왕자의 호사를 누린 뒤 세속을 버린 석가모니 부처의 삶과도 다른 것이었다. 바닷가 마을의 홀어머니 아래서 자라던 그는 초등학교 때 학교에 낼 육성회비가 없어 선착장에서 일하던 숙부를 찾아갔다가 돈을 타지 못하고 울며 돌아서던 아이였다. 어려서부터 총명해 글재주가 있었음에도 원고지 살 돈이 없었던 차에 소풍을 가 보물찾기를 하고 상으로 탄 원고지에 처음으로 글쓰기 연습을 하며 즐거워하던 가난한 소년이었다. 보릿고개를 겪었던 이들이 한을 풀려는 듯 하나같이 돈에 목숨을 건 삶에 매달렸지만, 그는 욕망의 거센 물살을 역류했다. 법정 스님의 5촌 조카인 현장 스님(전남 보성 대원사 주지)은 “불일암 부엌엔 ‘먹이는 간단 명료하게’란 글이 쓰여 있었는데, 스님은 늘 남의 손을 빌리지 않고 손수 두세 가지의 단출한 반찬만을 먹고 지냈다”고 회고했다. 법정 스님이 불일암에 머물던 때 송광사에 출가했던 인도 히말라야 다람살라의 청전 스님은 “누추한 옷으로 지내는 모습을 본 스님의 한 신도가 당시로는 가장 좋다는 옷감으로 승복을 해 선물을 했는데, 자신의 몸엔 걸쳐보지도 않고, 행자인 내게 그대로 줄 만큼 소유에 집착하지 않았다”며 “그 스님의 뜻을 기려 33년이 지난 지금까지 나도 그 옷을 입고 있다”고 했다. 외아들의 몸으로 홀연히 출가를 감행한 그는 물건은 물론 사람도 소유하려 하지 않았다. 해가 떨어진 뒤에는 어떤 손님도 암자로 받아들이지 않을 만큼 개인생활에도 철저했다. 따라서 대중적 환호와는 달리 그에겐 친구도 별로 없었다. 대신 그는 암자에 찾아온 다람쥐와 새와 달빛을 벗으로 삼으며 그 순간의 행복을 만끽할 줄 알았다. 불일암에서부터 40년 이상 그를 가장 가까이 모셨던 재가 신자로 꼽히는 원정거사 위재춘(64)씨는 “열반 전날 창문 밖으로 눈 쌓인 북악산을 바라보며 ‘북악산 자락이 참 좋다’고 하셨다”면서 “비록 병으로 호흡은 거칠었지만 열반 직전까지도 눈빛이 하나도 흐려지지 않고 그렇게 총총한 의식을 간직한 것은 무욕의 맑은 삶 때문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법정 스님은 ‘인간의 역사’를 ‘소유사’(所有史)이며, 끝없는 인간들 간의 싸움의 원인과 고통이 ‘소유욕’ 때문이라고 보았다. 그가 말하는 ‘소유’는 돈이나 물질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권력과 금력과 명예와 사랑을 다 포괄하는 것이었다. 그는 “때가 지나도 떨어질 줄 모르고 매달려 있는 잎들이 보기가 민망스럽다”면서 “때가 되면 미련 없이 산뜻하게 질 수 있어야 하고, 그래야 빈자리에 새봄의 움이 튼다”고 했다. 이 세상에서 변치 않은 유일한 것이 있다면 모든 것은 변한다는 진리라던가. 그 역설처럼 그는 우리가 남길 것은 결국 아무것도 없다는 진리를 남겨주었다. 그래서 그는 ‘이 순간’에 충실하며 ‘지금 행복하라’고 했다. “자동차, 좋은 가구, 권력 등 이런 욕망들은 막상 갖게 되면 한동안 행복할진 모르지만 머지않아 시들해진다. 이들은 덧없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진정한 행복은 이 다음에 이뤄야 하는 목표가 아니다. 지금 당장 이 순간에 존재하는 것이다. 봄날 활짝 핀 꽃들에서 행복의 비결을 들으며 마음껏 행복을 누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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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11일 세상과 인연을 다하고 열반에 든 법정 스님은 수필집 '무소유'에 수록돼 있는 '미리 쓰는 유서'라는 글에서 이런 유언을
남긴 적이 있다. "내 머리맡에 놓여 있는 책들을 매일 아침 신문을 배달하러 오는 사람에게 주어라."라고. 그말은 달리
생각해보면 "내가 죽는 순간까지 이 책들만은 내 머리맡에 두어라."는 의미와 같다.
●현대문명 사고방식 비판 책 많아
그런 그가 강원도 오두막에서 밤을 새우며 읽었던 책들은 무엇이고, 이 시대의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었던 책은 어떤 것일까. 또 그토록 맑고 향기로웠던 스님의 사유를 키워낸 책들은 뭘까.
스님의 입적 직전에 나온 책 '법정 스님의 내가 사랑한 책들'(문학의숲 펴냄)은 그런 의문에서 출발한 책이다. 스님이 평소 법문이나 수필집을 통해서 언급했던 책 중 50권을 가려 뽑아 책의 주요 내용을 소개하고 있다. 여기다 스님이 언급 또는 인용한 대목들도 자세하게 전하며, 이를 통해 법정 스님의 독서편력를 전하고, 그것이 그의 지성과 가치관을 어떻게 구성해 놓았는가에 대한 지도를 그려준다.
'무소유'를 통해 물질문명에 치우친 사람들의 가슴에 큰 파문을 일으켰던 스님은 배타적·공격적이며 경쟁적인 현대 문명의 사고방식을 비판하는 책을 많이 읽어왔다. 특히 격월간지인 '녹색평론'은 스님이 창간호부터 빠짐 없이 읽은 책이라고 한다. 소비적인 현대 사회를 비판적 시각으로 보고 사람과 자연의 공생적 문화 재건을 목표로 간행되는 이 책을 두고 스님은 "이런 잡지가 널리 읽힌다면 우리가 사는 세상이 지금보다 훨씬 좋아질 것이다."라고 평가했다. 이외에도 스님은 '성장을 멈춰라', '슬로 라이프', '농부 철학자 피에르 라비', '나무를 심은 사람', '육식의 종말' 등 문명 비판적인 책을 자주 언급했다.
이런 비판 정신은 자연스럽게 아름다운 세상, 새로운 삶의 방식을 다룬 책들로 스님의 손이 가게 했다. 대표적으로 자연주의 운동가 스콧 니어링 부부의 이야기를 다룬 헬렌 니어링의 '아름다운 삶, 사랑 그리고 마무리'가 그렇고, '아름다운 지구인 플래닛 위기' '나무를 안아 보았나요' '펀드혼 농장 이야기' '가난하지만 행복하게' 등도 모두 새로운 삶과 공동체의 가능성에 대해 다룬 것이다.
●병마와 싸우면서도 꼼꼼히 문장 수정
스님은 또 '월든' '여기에 사는 즐거움' '걷기 예찬' '그리스인 조르바' '죽음의 수용소에서' 등을 읽으며 본질적인 삶에 대해 고민했고, '꾸뻬 씨의 행복 여행' '행복의 정복' '풍요로운 가난' 등에서는 진정한 행복에 이르는 길이 무엇인가를 타진했다. 소유에 대한 개념은 '톨스토이 민화집'에서 배우고 정약용의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를 읽고는 직접 현장까지 찾기도 했다고 한다.
책은 부록으로 스님이 언급한 책 300여권을 가나다 순으로 정리했다. 여기에는 스님이 한 법문에서 "늘 곁에 두고 읽으며 의지하는 스승"이라고 한 '초발심자경문(初發心自警文)'도 눈에 띄고, 스님이 직접 번역까지 했던 서산대사의 '선가귀감(禪家鑑)'이나 초기불교의 경전인 '숫타니파타', 수행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장로게' '정법안장' 등도 자리하고 있다.
이들 경전 외에도 '어린 왕자' '꽃씨와 태양' '구멍가겟집 세 남매' 같은 동화들도 목록에 포함돼 있다. 스님은 '나의 과외 독서'라는 글에서 '어린 왕자'를 두고 "누워서 부담 없이 읽히는 동화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앞뒤가 툭 트이는 그런 책"이라면서 "내 나날의 생활에서 시들지 않은 싱싱한 초원"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책은 문장가로서의 스님의 손길이 묻어 있는 마지막 책이기도 하다. 출판사 측은 처음에 스님이 언급한 책 300권 목록을 뽑았고,
이를 다시 2년여에 걸친 스님과의 대화를 통해 50권으로 추렸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법정 스님은 병마와 싸우면서도 원고를 꼼꼼히
읽고 문장을 바로 잡아 주었다고 한다.
【서울=뉴시스】이현주 기자 = 천주교 주교회의 의장 강우일(65) 주교가 12일 법정 스님의 입적을 애도하는 조전을 순천 송광사로 보냈다.
"우리에게 무소유의 가르침을 남기고 가신 법정 스님의 입적을 슬퍼한다"며
"큰스님을 잃으신 불자 여러분에게 온 국민과 더불어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전했다. "시간과 공간을 버리시고 당신의 모든
것을 비우신 법정 스님의 영원한 삶을 빈다"고 기원했다.
"법정 큰스님과 선연을 맺은 지는 어느 덧 한참 세월이 많이 흘렀다. 자주 뵙지는 못했지만 처음부터 마음이 통하는 그런 귀한 만남"이라고 추억했다.
법정 스님을 로마에서 만난 에피소드도 전했다. "어느 해 청학 스님을 대동하고 로마로 찾아오셨다"며 "파리와 서울에 길상사를 짓기에 앞서 유럽 수도승의 뿌리를 탐방하시자기에 몇몇 유서 깊은 옛 수도원으로 모시고 다니는 행복도 누렸다"고 전했다.
"불임암에 묵으면서 툇마루에 호젓이 함께 앉아 저무는 날을 조용히 바라보던 때나 남녘 어느 차밭에 자리를 깔고 햇찻잎에 쌈을 싸먹으며 흐뭇한 반나절을 지냈던 추억도 새롭다"고 회상하기도 했다.
종교의 벽을 허물었던 일화도 공개했다. 부처님오신날 갓 지은 법련사에서 종교와 삶에 관한 대담을 나누던 일, 성북동 길상사 법요식에서 김수환 추기경이 봉축사를 한 일, 화답으로 명동성당에서 천주교 신제들에게 법문을 한 일 등을 회고했다.
"이 시대의 스승이요 빛이시던 그 어른을 기리는 마음에서 우리 모두 큰스님의 샘물같은 말씀을 마음에 더욱 새로이 새겨야 한다"며 "하루하루를 참되이 고맙게 살아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앞서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정진석(79) 추기경은 "고통받는 중생들에게 많은 위로와 사랑을 주셨던 법정 스님의 입적은 불자들 뿐
아니라 모든 국민에게 큰 슬픔"이라며 "부디 극락왕생하시기를 기원하며 다시 한 번 애도의 뜻을 표한다"는 내용의 애도문을
발표했다.
[마이데일리 = 김경민 기자] 불교계의 거목 법
정 스님(78)이 11일자로 입적에 들어갔다.
시
인 류시화는 법정 스님 입적한 날 오후 2시께 자신의 홈페이지에 '산이 산을 떠나다'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법정 스님의
유언을 공개했다.
또, 류시화 시인은 이 글을 통해 "나는 죽을 때 농담을 하며 죽을 것이다. 만약 내 생명을 연장하기 위해 거추장스러운 것들을 내 몸에 매단다면 벌떡 일어나 발로 차 버릴 것이다"며 20여 년 전부터 법정 스님이 해오던 말을 전하기도 했다.
한편 법정 스님은 생전에 스님 이름으로 출판된 모든 출판물을 더 이상 출간하지 말며, 사리도 찾지 말고, 탑도 세우지 말라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정스님의 다비식은 오는 13일 전남 순천 송광사에서 엄수된다.
[11일 길상사에서 입적한 법정 스님. 사진제공 = 조세현 작가].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pres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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