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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풍력발전 시장에‘코리아 강풍’

천하한량 2010. 2. 12. 02:51

풍 력발전 시장에 봄바람이 불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최근 한 달 사이 해외에서 굵직굵직한 수주 실적을 올리며 입지를 굳히고 있다. 삼성물산·한국전력 컨소시엄은 1월 22일 세계 최대 규모의 캐나다 풍력·태양광 복합단지 개발 사업을 수주했다. 프로젝트 규모가 60억달러(7조2000억원)에 달한다. 삼성물산과 한국전력 컨소시엄은 2016년까지 캐나다 온타리오주 남부 할리만드 지역에 2㎿급 풍력발전기 1000기를 설치해 2000㎿의 풍력발전단지를 조성하게 된다. 풍력발전단지 옆에는 500㎿ 규모의 태양광 발전단지도 함께 들어선다. 풍력과 태양광 복합단지에서 생산되는 전기는 총 2500㎿. 삼성물산 측은 “2500㎿는 온타리오주 전체 소비전력의 4%, 연간 160만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양”이라고 밝혔다. 우리로 치면 부산(130만가구)지역 전체 가구에 공급할 수 있는 발전소 규모다. 
 

북유럽 덴마크의 해상 풍력발전. photo 조선일보 DB

삼성물산·한전, 7조원대 사업 수주 

올 들어 첫 해외 풍력발전 수주는 이명박 대통령의 사돈기업 효성이 먼저 끊었다. 효성중공업은 지난 1월 4일 인도 업체 고다왓과1.65㎿급 풍력발전 증속기(기어박스)를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금액은 456억원. 풍력발전업체 고다왓은 인도에서 150기가량의 풍력발전기를 운영 중이다. 효성중공업이 납품하는 증속기(기어박스)는 프로펠러의 회전 속도를 전기 생산이 가능한 속도로 바꿔 모터에 전달하는 핵심부품이다. 효성그룹의 엄성룡 전무는 “1997년부터 풍력발전 사업에 뛰어든 효성은 2007년 2㎿급 풍력발전기 독자개발에 성공했다”며 “현재 5㎿급 풍력발전기 개발에 들어간 상태”라고 밝혔다. 효성은 오는 2017년까지 전세계 풍력발전 시장에서 3%를 차지한다는 계획이다.

효성에 이어 STX가 수주 실적을 올렸다. STX윈드파워는 1월 18일 “네덜란드의 풍력발전 개발업체 메인윈드와 총 50㎿의 풍력발전설비를 제공하는 MOU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수주금액으로는 1300억원에 달한다. STX는 지난해 8월 풍력발전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있는 네덜란드의 하라코산 유럽(현 STX윈드파워)을 인수합병하면서 풍력발전 시장에 뛰어들었다. 네덜란드는 풍력발전의 원조격인 풍차의 나라. 풍차의 나라 네덜란드 기업을 인수한 지 6개월 만에 1300억원에 달하는 계약을 따낸 것이다.

STX윈드파워는 메인윈드가 네덜란드, 터키, 이라크 등지에 세울 2㎿급 풍력발전설비 25기를 공급하게 된다. 50㎿(2㎿×25) 가운데 이라크에 설치될 12㎿ 풍력발전기는 이라크 최초의 풍력발전기로 알려졌다. 

1 월 25일에는 현대중공업이 파키스탄 유누스 브라더스(YB)사와 50㎿ 규모의 풍력발전단지를 조성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현대중공업은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가 대주주로 있는 회사. 현대중공업은 파키스탄 남서부 신드 지역에 들어서는 풍력발전단지에 1.65㎿급 풍력발전기 30기를 공급하게 된다. 이 지역 6만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규모다. 수주금액만 800억원가량에 달한다.
 

조선업계 새 성장모델로 급부상
  

효성중공업이 제작한 풍력발전 증속기(기어박스). photo 효성

최 근 풍력발전 시장에서 한국 기업의 약진은 경이적이라는 평가다. 지난 2007년까지만 해도 한국 기업의 기술수준은 해외에서 부품을 들여와 조립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에너지관리공단의 2007년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평균 풍력발전 기술 수준은 선진국 대비 73%, 특허경쟁력은 42%에 불과했다. 지금도 국내에서 운영하는 풍력발전설비 가운데 97%가량은 수입산이다. 특히 세계 최대 풍력발전 기업인 덴마크 베스타스는 국내 풍력발전설비의 약 80%를 공급했다. 지난해 10월 아시아 최초로 3㎿급 해상풍력 발전설비를 설치하는 데 성공한 두산중공업의 한 관계자는 “예전에는 우리 업체의 기술수준이 형편없어 기술을 거의 전적으로 해외에 의존하고 조립만 하는 수준이었다”며 “바람개비를 세워 놓아도 돌아가지 않는 것이 태반이었다”고 털어놓았다.   

실 제 1~2년 전만 해도 자금과 기술력을 갖춘 대기업들은 풍력발전 시장에 뛰어드는 데 주저했다. 시장규모가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유니슨과 같은 중소업체들이 풍력시장을 주도했다. 세계 선두업체들이 2~3㎿급 발전설비를 생산하고 있을 때 우리나라는 고작 750㎾급의 설비를 개발하는 데 그쳤다.

그만큼 해외 시장 공략도 늦어졌다. 지금도 전세계 풍력시장은 덴마크 ‘베스타스’, 독일 ‘에네르콘’, 스페인 ‘가메사’, 미국 ‘GE윈드’ 등 구미 업체들이 95%를 장악하고 있다. 1위 기업인 베스타스의 전세계 시장점유율은 32%에 달한다. 강원 산간 일부 지방을 제외하면 연중 바람이 몰아치는 곳이 없는 자연환경도 풍력발전 개발이 더뎌진 까닭 가운데 하나다. 풍력발전에 필수적인 한반도 바람지도 작성은 지난 1월 20일에야 완성했다.

하 지만 최근 1~2년새 상황이 급변했다. 녹색성장이 화두로 떠오르며 풍력발전이 새로운 성장모델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국내 대형 조선업체들이 앞장섰다. 포화상태에 달해 수주가 막힌 조선업 대신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야 했다. 더욱이 대형선박을 추진시키는 프로펠러는 풍력발전기의 프로펠러와 비슷한 원리에 바탕을 두고 있다.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STX 같은 대형조선업체들이 풍력발전 시장에서 성과를 내는 것도 선박 프로펠러에서 축적한 기술 덕분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최근 들어 국내 기술수준은 풍력발전 타워의 경우 100%, 풍력발전단지 설계와 시공 능력에서는 선진국의 90%까지 치고 올라왔다고 한다. 삼성중공업 윤종덕 차장은 “풍력발전기는 구조가 단순하고 1기당 가격도 30억~40억원 정도에 불과한 기계장치”라며 “대형 선박을 만들던 조선업체에는 비교적 쉬운 기술”이라고 말했다. 

전망도 밝은 편이다. 지난해 11월 한국정책학회는 국토해양부의 의뢰를 받아 펴낸 그린에너지 관련 보고서(연구책임자 경희대 윤지웅 교수)에서 “풍력발전은 재생에너지 가운데 가장 경제성이 높은 에너지원으로 중공업 분야를 중심으로 높은 고용효과를 지닌다”며 “대체에너지 가운데 기존의 화석연료를 대체할 만한 에너지원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보고서는 국토해양부 장관에게 올라간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경제연구소(SERI) 강희찬 수석연구원도 “미국과 중국 풍력시장의 성장과 맞물려 국내 조선 및 중공업체들이 미국시장 진출을 시도하고 있다”며 “최근 중국시장의 해외 기업 진출이 보다 자유로워진 점도 국내 업체에 기회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풍력발전

국내 발전용량, 日의 10분의 1… 해상 풍력으로 진화

풍 력발전은 바람의 힘을 회전력으로 전환시켜 전력을 일으키는 발전방식이다. 바람을 이용하기 때문에 방사성 폐기물과 같은 발전 찌꺼기는 전혀 없다. 지식경제부와 관련 업계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국내에 설치된 풍력발전기는 모두 140기. 발전 용량은 276㎿이다. 1517기를 보유한 일본의 10분의 1 수준이다. 정부는 오는 2013년까지 풍력발전 용량을 2237㎿로 10배 가량 늘려 전체 발전량의 1.8%를 풍력으로 대체한다는 계획이다.

풍력발전은 친환경에너지 가운데 경제성도 가장 높다. 발전 단가는 54유로 정도로 태양광(265유로)에 비해 5분의 1 가까이 저렴하다. 익명을 요구한 한국남동발전의 한 관계자는 “녹색성장한다고 태양광이니 뭐니 중구난방 들고 나오지만 겨울이면 저녁 6시에도 해가 떨어지는 나라에서 태양광 발전이 가능하냐”며 “태양광은 열사의 사막에서나 가능한 발전방식이고 우리에게는 풍력이 적합하다”고 잘라 말했다. 강원 산간 지역이나 해안가에 위치한 풍력발전기는 관광수입을 올리는 데도 일조하고 있다.

다만 프로펠러 소음 문제는 풍력발전의 최대 단점으로 거론된다. 현재 풍력발전기에 주로 사용되는 프로펠러는 직경 80m 이상의 날개 3개를 가진 것이 대부분이다. 직경 80m 이상의 프로펠러가 빙빙 돌며 소음을 내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일본 환경성(우리나라 환경부에 해당)은 풍력소음 피해조사에 나서기도 했다. 풍력발전 소음에 따른 이명과 두통 등을 호소하는 피해자들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해상 풍력발전은 소음 문제를 차단할 수 있는 신기술로 부상하고 있다. 육지가 아닌 바다 한가운데 풍력발전기를 세우고 바닷바람으로 프로펠러를 돌려 전기를 생산하는 것이다. 육지와 달리 바다에는 장애물이 없어 풍속은 대략 20% 증가하고, 발전기 출력은 40% 정도 올라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선박 위에 발전기를 세운 다음 프로펠러를 돌릴 수도 있다. 해상 풍력은 육상 풍력과 달리 소음피해도 거의 전무하다.

국내에서는 효성중공업과 두산중공업이 직경 124m에 달하는 5㎿급 해상용 풍력발전기를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염분을 포함한 바닷바람을 견딜 수 있는 프로펠러 소재 개발이 관건이다. 삼성경제연구소(SERI) 조용권 수석연구원은 “해상 풍력발전은 최적의 입지 선정에 따른 효율적인 발전, 소음문제의 해소 측면에서 육상 풍력발전보다 유리하다”며 “해상 풍력발전이 차지하는 비중은 현재 전체 풍력발전의 8%에서 오는 2020년 39%로 확대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 이동훈 기자 flatron2@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