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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한 승부 잃어 버린, ‘재미있는 태권도’

천하한량 2008. 10. 30. 16:15

공정한 승부 잃어 버린, ‘재미있는 태권도’

▲경북 영천에서 열린 실업연맹 최장건 대회 경기모습

 

 '스포츠맨십'이란 경기정신을 말한다. 스포츠를 애호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생기는 훌륭한 '마인드'이다. 공명정대하게, 상대의 처지를 존중하며, 규칙을 지키고, 명랑하게 경기를 하며, 최선을 다하는 정신이다. 오늘날 전 세계 스포츠 종목들은 이런 '스포츠맨쉽'을 '페어플레이'라고도 한다. 이는 모든 스포츠 종목에 요구되는 기본 중의 기본이다.

 

 당연히 태권도 역시도 스포츠맨쉽을 강조한다. 대한민국 태권도 경기단체인 대한태권도협회(KTA) 산하 한국실업태권도연맹(회장 김태일)도 마찬가지다. 깨끗한 경기문화 즉, 공정한 경기는 너무도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지난 28, 29일 경북 영천에서 열린 ‘2008 한국실업태권도 최강전’은 마치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을 태워버린 꼴'이었다. 요즘 화두가 되는 '재미있는 태권도'에서는 분명 성과를 거뒀지만 스포츠의 근본인 '공정성'을 잃었기 때문이다.

 

아래는 대회 도중 모인 지도자들의 대화를 재구성한 것이다.
A지도자 - “(깊은 한숨을 푹 내쉬며)OOOO팀에 물려줬지(일부러 져줬다는 의미). 우리는 그냥 (우승)하나 받았어요.”
B지도자 - “연말이라 성적 없는 팀에게 하나 줘야 하지 않겠어요.”
C지도자 - “그래도 KTA가 승인한 대회에서 이럴 수 있냐. ‘승부’라는 개념을 모르고 있다.”
D지도자 - “계속 이러면 다음 대회 나올 필요가 없지. 난 다음 대회 때 안 나오려고….”

 

 이날 대회에 참가한 지도자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잃어버린 공정성'을 스스로 자랑삼아 얘기하고, 또 불만을 토로하고는 했다.

 

 이런 황당한 분위기는 참가참수들로부터도 확인이 가능했다. "그냥 한번 물려줬어요. 윗분(코치,감독)들 말도 있고 해서요….” 중요한 경기를 끝내고 들어오던 한 선수의 말이다. 코치와 감독들의 의중이 그대로 출전선수에게까지 전해져 지도자와 선수, 심판 및 연맹까지 포함된 '짜고치는 고스톱판'이 만들어진 것이다. 결국 이런식으로 공정하지 못한 승부가 계속된다면 아무리 재미가 있어도 결국 피해를 본 실업팀은 물론이고 팬들까지 외면할 것이 뻔하다.

 

▲지난해 베이징에서 열린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모습

 

 그간 실업연맹은 실험정신에 입각한 획기적인 경기규칙을 적용하며 재밌는 태권도를 선보여 왔다. 지난 2006년 11월 28일 첫 번째 대회를 시작으로 태권도계의 이슈메이커가 됐다. 태권도계에 경종을 울리며 ‘충격파’를 전해 준 것이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태권도 경기규칙의 새 물결을 이끌어 가는 와중에 정작 스포츠로 가장 기본이 되는 ‘공정한 승부’를 놓친 것은 아쉽기만 하다. 아무리 실업연맹의 실험이 초기라는 한계를 갖고 있다고 해도 존립근거를 망가뜨려서는 안 되는 것이다. 앞으로 실업연맹이 재미있는 태권도를 위한 신선한 실험을 성공적으로 계속하기 위해서는 이 점을 명심해야 한다.

 

출처: http://www.mookas.com/media_view.asp?news_no=8518
기사제공= 무카스뉴스/ 정대길 기자 press02@mooka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