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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톡스 원료, 다이옥신보다 최소 100배 유독

천하한량 2008. 2. 15. 21:23
보톡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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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름을 애써 지우고 싶어 하는 마음은 동서고금이 같다. 서양 문헌상 주름 펴는 약을 처음 사용한 인물은 로마 네로 황제의 아내 포페아였다. 플리니우스의 『박물지』엔 “포페아는 하루 700번이나 당나귀 젖으로 세수했으며 피부가 진주처럼 매끄러웠다”고 기술돼 있다.

고대 중국에선 천문동·차전자·밀을 가루 내 주름 개선제로 썼다. 우리 조상은 섣달 납일(臘日)에 내린 눈을 받아 녹인 납설수로 세수하고, 창포·느릅나무 잎·유자를 그 물에 넣고 달인 뒤 얼굴에 정성스레 발랐다.

요즘 주름 펴는 약의 대표는 보톡스(Botox)다. 보톡스는 상품명이지만 보툴리눔 독소를 이용한 여러 주름 개선제를 사실상 통칭한다. 이 약은 약효의 지속기간이 3∼6개월에 그치고, 고뇌에 찬 표정을 짓기가 어렵다는 것이 약점이다. 그러나 젊어 보이려는 영원한 갈망과, 주름 제거 수술에 비해 부담도 적다는 점 때문에 의약품 분야에서 비아그라에 이어 No. 2의 브랜드 파워를 갖고 있다.

약 이름 끝에 붙은 ‘tox’는 ‘독소(toxin)’를 뜻한다. 보톡스는 국내에선 몇 년에 한 건 생길까 말까 하지만 외국에선 흔한, 보툴리눔 식중독을 일으키는 강력한 독(毒)이다. 인공 유해물질 중 독성이 최고라는 다이옥신보다 최소 100배는 더 유독하다. 그래서 설사·복통에 그치는 일반 식중독과 달리 보툴리눔 식중독의 치사율은 50%에 이른다.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보톡스의 안전성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보톡스 시판 뒤 16명이 부작용으로 숨졌다고 지난달 말 미국의 시민단체인 ‘퍼블릭 시티즌’이 발표한 것이 계기였다. 우리 식의약청도 조치를 취했다. 보톡스를 과량 주사하면 숨쉬기와 음식을 씹어 넘기기가 힘들어져 생명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고 봐서다.

여기서도 문제는 용량 과다다. 희생자는 대부분 근육경련을 보톡스로 일시 해소하려 했던 뇌성마비 환자였다. 이들에겐 주름을 펼 때 쓰는 양의 28배가 주입됐다. 16세기 스위스의 의사이자 독성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파라셀수스는 “양(量)이 독을 만든다”고 했다.

주름은 얼굴에 그려진 인생이다. 20대 후반에 눈가부터 생기기 시작해 30대 후반엔 이마, 40대 후반엔 입가로 옮겨가면서 세월의 궤적(軌跡)을 남긴다. ‘눈가 주름은 이성(理性), 이마 주름은 인생, 입가 주름은 천리(天理)를 알 만한 나이에 생긴다’는 서양 속담이 있다. 그런 주름을 인생의 동반자이거니 생각할 수는 없을까.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