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코 짧지 않은 길이었다.
내가 쉬고 싶었던 안식의 종점이 가까왔다.
해는 서산에 넘어간 지 오래
어릴 때 우물동지의 미루나무 그 새 고목이 되었고
나뒹구는 나뭇잎에 서릿발이 쌓였다.
뿌연 안개 저쪽에 작은 오두막 불빛이 보인다.
만나고 헤어지는 일, 붙이고 떼어내는 일
그 억새밭길에 맺힌 피멍
숱한 상채기에 발걸음 무거웁다.
그래 그것들이 없었다면 얼마나 더 허전했을지
이젠 짐을 내려놓을 때가 되었다.
결코 되돌릴 수 없는 외길..
내게도 마지막 남은 꿈이 있다면
꿈이 있다는 사실조차 송화가루처럼 바람에 날리고
사랑도 그리움도 더 바라지 않는
언덕을 넘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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