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암 발생과 이로 인한 사망자가 많은 우리나라는 그래서 암에 대한 속설도 많다.
'암에는 무엇이 좋더라', '이런 방법을 쓰면 효과가 있다' 등 되면 좋고 안 되면 할 수 없다는 식의 주장들이 적지 않다.
특히 이 중에서도 대표적인 일반적 오해는 바로 '암에는 적게 먹는 것이 좋다'는 속설.
그러나 암에는 소식이 좋다는 의견에 귀를 기울이면 암환자에게 매우 치명적 결과까지 부를 수 있다.
암의 특성상 영양부족이 되기 쉬운데 여기에 소식까지 하게 되면 이후 치료 과정에서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쳐 암환자 사망원인으로까지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암환자, 항암제 투여 중 식욕부진 더 심해져
건강한 성인도 식욕부진을 겪게 되면 건강이 급속히 나빠지는데 암환자의 식욕부진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그 중요성을 알 수 있다.
암은 단기간에 치료되지 않을뿐더러 치료과정 중에 다양한 증상들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영양보충을 통한 체력관리는 기본 사항이다.
암이 발생하면 그 자체로도 식욕부진이 나타나며 항암제 투여 중에도 식욕부진이 심해져 오심이나 구토가 동반될 수 있다.
또한 암환자의 절반의 경우에서 혀 맛 봉오리의 수, 기능의 변화를 비롯해 단맛을 잘 못 느끼고 쓴 맛을 쉽게 느끼는 생리적 변화가 생긴다는 보고도 있다.
여기에 암환자가 느끼는 불안감이나 우울감은 환자들의 입맛을 더욱 떨어드리게 된다.
실제로 지난해 ‘암환자의 식욕부진과 영양’이란 주제로 열린 심포지엄에서 미국 뉴욕의대 전후근(종양학) 교수는 암환자의 영양실조 발생률이 63%에 이른다고 말했다.
췌장암과 위암 환자는 83% 이상이 영양실조였고 전체 암환자의 20%가 영양부족으로 사망한다는 내용도 발표됐다.
뿐만 아니라 지난 1989년10월부터 1995년2월가지 강남 성모병원 호스피스 병동에 입원한 환자 911명의 증상을 분석한 연구에서도 환자의 37.7%가 식욕감퇴를 호소한 바 있다.
◇ 암환자 영양실조, 면역과 폐 기능에 장애까지
암 치료의 기본은 영양상태에서 출발한다고 전문의들은 강조한다. 무엇보다 일부에서는 적게 먹어야 암이 빨리 낫는다는 가설도 있었지만 이는 오해에 불과하다는 것이 전문의의 의견.
중앙대병원 혈액종양내과 이상재 교수는 “옛날에는 암환자에게 영양공급이 잘되면 암세포도 잘 자라나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이는 오히려 병을 키우는 오해”라며 “뚱뚱한 암환자가 없는 것을 보더라도 암환자에게서 영양보충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고 조언한다.
영양공급이 잘 되지 않아 암환자가 영양실조에 걸리게 되면 봉합이 터져 벌어지거나 장폐색 같은 수술 후 합병증 발생률이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와 함께 면역과 폐 기능의 장애, 종양치료에 대한 인내력 방해, 삶의 질 방해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암환자에게 영양보충이 중요하다고 해서 음식을 강요하는 것도 추천되지 않는다. 억지로 음식을 먹을 경우 환자 본인이 더욱 괴로울 수 있기 때문.
다행히 최근엔 식욕을 촉진하는 약인 메게스트롤 아세테이트 제제(메게이스 등)와 같은 식욕촉진제를 병행해 영양 상태를 개선하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실제로 한 조사에서는 식욕이 극도로 떨어진 암환자 66명을 대상으로 이 약물을 복용토록 한 결과 32%에서 체중이 증가했고 암세포 전이율도 절반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한편 일반적으로 암환자의 식욕부진 개선을 위해서는 완자에게 음식의 선택권을 주고 이에 맞춰 조리하는 것이 좋다. 다만 향신료는 강하지 않게 하면서 쓴맛을 피하는 것이 요구되며 영양만을 강조하기보다 음식 자체에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이와 함께 무조건 한 번에 많이 상을 차리는 것보다는 작은 그릇에 소량씩 보기 좋게 담아내야 하고 소량씩 자주 먹는 것이 좋다.
더불어 환자와 함께 식사를 하며 음식 중에서 영양이 풍부한 음식을 먼저 조금이라도 섭취하도록 도와주는 것이 권유된다.
물론 항암제나 방사선 요법 등으로 인한 식욕부진이 심각하다면 담당 주치의와 상의하는 것이 우선이다.【서울=메디컬투데이/뉴시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