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촬영법 ▒

셀프사진 만들기

천하한량 2007. 8. 3. 15:33
 
Digital Tip _ 셀프사진 만들기
필자는 몇 년 전까지 사진 찍히는 것을 극도로 싫어했었다. 카메라 렌즈가 얼마나 부담스러웠는지 카메라 앞에 서면 온몸이 굳어지게 되며 웃으라는 말에 살짝 웃기라도 하면 입꼬리가 기괴하게 치켜 올라간 괴상한 사진을 받아보게 되었을 때 그 참담함이란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카메라를 손에 들기 시작한 이후로 워낙 찍고 찍히는 횟수가 잦아 자연스럽게 이러한 버릇은 없어지게 되었다. 간혹 전과 비슷한 표정의 사진을 받아들 때도 있지만 이 또한 내 얼굴이니 하고 쉽게 넘어가 버리게 된다.

카메라를 잡는 순간 대 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어떻게 사진에 찍힐지 궁금해 한다 . 자화상을 그리지 않은 화가가 없듯이 셀프를 찍지 않은 사진가 또한 없을 것이다. 사진 또한 창작의 영역의 하나라면 이는 내가 보고 느끼고 생각한 것을, 결국 스스로를 드러내는 행위인데, 이때 셀프는 아주 독특한 위치를 갖는다. 사진 속에 내가 있고 이를 내가 찍었으니 말이다. 이 장에서는 쉽게 접근 할 수 있는 증명사진에서 시작하여 다양한 사진 속에서 셀프를 생각해 보자.

■ 증명사진 이제 내 손으로 찍는다. 증명사진은 말 그대로 내가 어떻게 생겼는지를 보여주는 아주 스트레이트한 사진이다. 아직도 취업용 이력서에 웃는 모습을 담는 것은 피하고 있는 형편이다. 단색의 큰 배경지가 있으면 좋겠지만 사진용품점의 배경지는 웬만한 카메라 한 대 값이다. 방안에서 찾는다면 가구나 기타 잡다한 것들이 보이지 않는 단색의 배경을 찾아보자. 아마도 벽지가 선택될 것이다. 화려한 꽃무늬의 벽지만 아니면 상관없다.

방안의 각종 스탠드와 형광등을 모두 이용해도 사실 스튜디오와 비슷한 조명을 만들기는 힘들다. 그러면 포기해야 하는가? 조명중에 가장 좋은 것은 태양광이다. 하루 중 태양광이 실내 깊숙이 들어올 때를 찾아보자. 남향에 창이 나 있다면 12시 전후는 피하고 9시경이나 늦은 5시경이 좋다. 깊숙히 들어오는 태양광도 유리 그리고 실내의 벽에 반사 산란되어 적당한 깊이를 가지고 있는 조명을 만들어 낸다. 창문가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 사진이 찍히게 될 장소이다.

찍히는 위치에서 3미터 정도에 삼각대를 위치하고 프레이밍을 해 보자. 줌 렌즈라면 70mm정도의 약간 망원을 사용하는 것이 증명사진에는 좋다. 노출은 피부톤 보다 밝은 벽인 경우는 +1 정도로 하고 실내이기 때문에 조리개를 열고 셀프타이머를 이용하여 마음에 드는 사진이 나올 때까지 찍어보자.

진은 실내에 유입되는 태양광 하나만 이용하여 찍은 증명사진이다. 실내 깊숙이 들어오는 빛은 사진을 기준으로 좌측에 하이라이트를 만들어 내며 실내의 벽 등에 반사된 빛은 사진에 쉐도우 영역을 만드는 것을 막아준다.
■ 스스로를 연출해 보자 엄밀한 의미에서 모든 사진은 연출사진이다. 심지어는 다큐멘터리 사진이나 찍히는 사람이 카메라를 의식하지 못한 채 찍는 캔디드사진(Candid Photo)의 스냅 또한 최소한 사진가의 머리속으로 다양한 구도와 표정을 상상하고 이를 위하여 움직이고 기다리게 된다.

또한 내가 나를 찍는다는데 이러이러해야 한다는 방법이 있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다양한 사진을 시도해 보자.


사진은 정면을 응시하는 사진과 카메라를 향해 등을 돌리는 장면을 슬로우셔터로 찍은 것을 컴퓨터를 이용하여 붙인 것을 보여준다. 이와 같이 두장의 다른 하지만 같은 사진을 같이 병치를 시키면 보다 다의적인 느낌을 주게된다.


벗는 것은 여전히 부끄러운 일임에 틀림없다. 아이가 아이였을 때 옷을 벗는 것은 부끄럽지 않지만 성인이 대중 앞에서 알몸을 드러내는 것은 여전히 힘든 일이다. 하지만 우리의 몸은 얼굴처럼 나를 드러내는 하나의 대상임에 틀림없다. 늑골이 보이거나 배가 좀 나오면 어떤가 결국 이도 나의 모습인걸...

조명만큼 사진에 힘을 주는 것은 없다. 어느 사진가는 사진은 사물을 찍는 것이 아니라 빛을 찍는 것이라고 했다. 전문적인 조명 장비보다는 쉽게 이용할 수 있는 모니터나 탁상용 스탠드를 이용해 보자.


사진은 밤에 실내의 조명을 모두 끄고 모니터에서 나오는 빛만을 이용해 찍은 사진이다. 특히 모니터를 이용해 찍을 경우 배경색에 따라 다양한 색을 만들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사진은 탁상용 스탠드를 이용해 욕실 안에서 거울 밑에 조명을 설치하여 찍은 것이다. 문틈으로 보이는 엿보기와 거울에 반사된 정면을 한 프레임에 담고자 한 사진이다.
포트레이트는 원래 회화에서 사용하던 용어로 얼굴 위주의 인물 사진이지만 셀프를 찍을 때는 꼭 얼굴이 나와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손 발 그리고 뒷모습에도 모두 표정이 있기 마련이다.


■ 사진 속의 나? 사진을 찍다보면 내 그림자도 보이고 반사된 내 모습도 보인다. 이는 사진이라는 텍스트의 또 다른 기표로서 혹은 정적인 사진에 힘을 주는 디자인 요소로서 작용을 한다. 실재와 허상이 공존하는 사진은 보다 심층적인 구조를 가지며 다의적인 표현을 가능하게 한다.

그림자 자체로만 사진을 만들 수도 있고 그림자가 부재로서 사용될 수도 있다. 사진13은 우측하단에 그림자를 집어넣어 너무 정적인 느낌을 주는 것을 피하는 요소로 사용되었다.



유리나 수면 등에 의해 반사된 이미지 또한 또 다른 나의 모습이다. [사진15]는 동물원 유리에 비친 내 모습을 보여준다. 여기에는 우리안의 동물과 유리에 반사된 풍경 그리고 반사된 내 모습이 있는 복합적인 구성을 취하고 있다.


여러장으로 묶인 사진을 시퀀스사진(Sequence Photo)이라 하는데 한 장의 사진으로 표현하기 힘들 경우 이와 같은 형식으로 표현을 하면 재미있는 이야기가 담긴 사진을 만들 수 있다.

■ 내 속의 나? 소설중에는 소설가 소설이라는 것이 있다. 작중 화자의 직업이 소설가로 나와 소설을 쓰는과정과 그 주변의 것을 이야기하는 이 소설은 창작 그 자체를 주제로 하기 때문에 메타소설이라고도 부른다. 사진 또한 현대로 넘어오면서 가장 큰 주제의 하나는 자기 정체성에 대한 탐구이다. 이는 내가 보고 느낀 것을 간접적으로 드러낼 수도 있고 사진 속에 나를 담아 보다 적극적으로 드러낼 수 있다.



이상으로 셀프사진에 대해서 살펴보았다. 간단한 증명사진을 찍는 방법에서부터 시작하여 내 안의 나를 담는 사진까지 셀프에는 다양한 매력이 있다. 더 이상 찍을 것이 없다 거나 무엇을 찍어야 할 지 모른다면 이번에는 셀프를 찍어보는 것이 어떨까? 셀프는 일기를 쓰듯 외로운 독백이 될 수도 있고 자신을 찾아가는 여행이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