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의 基本(기본)
욕에도 기본이 있을까? 이런 질문 자체가 愚問賢答(우문현답)인 것 같기는 하지만 세상 모든 것에는 이치가 있으며 근본이 있듯이 욕에도 분명 기본은 있다. 物有本末 事有終始(물유본말 사유종시)라 하지 않았던가? 우리나라 욕의 기본은 바로 이 세상의 이치와도 부합되는 동양 사상의 주축인 二元論(이원론)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원론이란 무엇인가? 바로 陰陽(음양)의 조화로서 세상이 움직이고 있다고 하는 이론이 아니던가. 구체적인 예로서 "좆"과 " 씹"을 말하는 것이다.
욕 가운데 가장 많이 응용과 변형이 되고 있는 것이 바로 이 "좆"과 "씹"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아이러니컬하게도 二元論的(이원론적)으로 해석을 하면 이 "좆"과 "씹"은 욕과는 거리가 먼 단어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왜 그런가를 밝히기 전에 먼저 국어사전에 명시된 이 단어의 뜻부터 살펴보자.
1. 좆 = 어른의 자지.
2. 씹 = ①어른의 보지. ②성교.
욕에 있어서 가장 기본이 되는 "좆"이나 "씹"은 동양 사상의 근간이 되는 음양이론에 있어서 각각 남자와 여자의 대명사가 된다. 음양이론을 토대로 해서 쓰인 周易(주역)에서 남자는 陽(양)으로 표현되며 곧 하늘을 나타낸다. 그 반대편에 있는 것은 陰(음)으로서 땅을 표현한다.
하늘의 기운은 언제나 말라있어 건조하다. 하늘에 습기가 많아지게 되면 비가 내려 곧 그 습기를 없애버리는 것은 현대의 과학을 빌리지 않더라도 잘 알고 있는 바이다. 옛날 사람들은 그래서 하늘로 대변되는 남자를 乾燥(건조)하다는 말에서 乾(건)자를 빼고 말라있다는 뜻의 燥(조)자를 상징적으로 사용하게 되었다.
땅은 하늘과 반대에 있으면서 항상 축축한 기운을 가지고 있다. 그 축축 한 기운은 이내 하늘로 올라가 다시 비로 내려오기도 하지만 거의 대부분 은 땅 위나 땅 아래쪽에 자리 잡고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땅으로 대변되는 여자를 일컬어 축축하다는 뜻의 濕(습)자를 사용하게 되었다.
그리고 한동안 "조"와 "습"으로 불리던 말은 세상이 끊임없는 전쟁으로 시달리며 인심이 흉흉해지는 사이 激音化(격음화)를 통에 오늘날의 "좆"이나 "씹"으로 변화되어 왔고 각박해진 세태를 반영하듯 그 발음은 더욱 드세어지는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한 가지 더 추가적으로 말을 하자면 "씹"은 어른의 보지라는 사전적인 뜻 외에 性交(성교)를 나타내는 뜻도 함께 포함하고 있다. 그래서 "씹한다."라고 하면 곧 남녀간의 성행위를 말하는 것이 된다.
예로부터 농경국가로서 父權(부권)중심의 씨족이 살아왔던 우리나라에서 남자의 상징인 "좆"을 제쳐두고 "씹"을 성교를 나타내는 말로 사용한 점은 우리 민족이 성행위에 대해 다분히 메저키즘적 思考(사고)를 잠재의식에 가지고 있다고 보아도 될 것이다. 이것은 또한 농경국가였기 때문에 특히 多産(다산)의 바람도 포함된다고 본다. 즉, 우리 민족의 성행위에 대한 잠재의식은 ‘들이 밈’이 아니라 받아들인다는 수동적 의미로서, 또한 "좆"을 삽입함으로서 母胎 歸屬本能(모태 귀속본능)의 욕구를 충족시킨다는 의미도 될 것이다.
3. 가랑이를 찢어 죽일 년.
이 욕은 주로 여성이 여성에게 퍼붓는 욕설이라는 것이 특징이다. 말만 들어도 섬뜩해지는 이 욕은 여성이 자신의 남편과 정을 통한 여자, 즉 남편이 바람을 피운 상대 여성에게 주로 사용하는 욕으로서 남편의 性器(성기)를 받아들인 보지에 대한 혐오와 증오가 섞여있는 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니 처녀들끼리 이 욕을 남용하는 것은 욕을 한 스스로에게도 어느 정도의 욕됨이 인정되어지고 있다고 하겠다. 이 욕과 비슷하게 쓰이는 욕으로는 앞으로 다루어지게 될 "조선시대 형벌이 사용되어진 욕"에서 소개될 "주리를 틀 년"과 일맥상통하고 있다.
4. 염불 빠진 년.
이 욕 역시 여성에게 국한된다는 것이 특징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 이 남성에게는 염불이 없기 때문이다. 여기서 염불은 스님들이 외는 念佛(염불)이 아니라 여성들에게 있는 일종의 병으로서 자궁이 음문 밖으로 비어져 나온 것을 가리키는 말이다. 염불이 빠지게 되면 어기적거리며 걸음을 잘 걷지 못할 뿐 아니라 그 모양이 아주 보기 흉하다.
염불이 빠지는 이유로는 선천적으로 자궁이 약한 경우도 있지만 출산 후 힘든 일을 했을 때도 이런 증상을 보이게 된다. 또한 과다한 房事(방사. sex)로도 이런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며, 이런 증상이 있는 여성은 임신을 해서도 유산될 확률이 높다. 흔히 옛날 어른들은 이런 증상을 가리켜 "밑이 빠진다."고 말하고 있다. 이것이 욕으로 쓰일 때는 직설적으로 "염불 빠진 년"이라고 가차 없이 말하고 있는 것이다.
5. 채신머리없는 놈.
채신 또는 치신은 處身(처신)을 얕잡아 일컫는 말로서 "채신머리없다"고 하면 언행이 경솔하여 남을 대하는 위신이 없으며, 소견이 좁고 인정도 없다는 말이 된다.
"채신머리"에서 "머리"는 여러 가지 뜻으로 사용되고 있는데 여기에서 뜻하는 머리는 신체 부위로서의 頭部(두부)를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앞 단어의 뜻을 格下(격하)시키는 의미로서 쓰이고 있다.
6. 비루먹을 놈.
이 욕은 "빌어먹을 놈 (비럭질 할 놈)"이라는 욕과 그 음이 비슷하나 뜻은 서로 다르다. 비루는 개나 말, 나귀등 가축에 걸리는 피부병의 일종으로 이 병에 걸린 가축은 아주 지저분하고 추하게 보인다. 비루먹는 것은 이 병에 걸린다는 말이다. 그러니 사람에게 "비루먹을 놈"이라고 하면 역시 욕이 된다.
7. 염병할 놈.(옘병할 놈)
염병은 장티푸스(장질부사)나 전염병을 나타내는 말이다. 장티푸스는 잘 알다시피 법정 전염병의 하나로서 장티푸스균이 창자를 침범하여 생기는 全身病(전신병) 가운데 하나이다.
전염 경로는 주로 입이며, 전염된 지 1~2주일이 지나야 증세가 나타난다. 처음에는 몸이 피로하고 머리나 허리가 아프며 열이 난다. 열은 점점 높아지고 이 고열은 2~3주일째 계속되며 헛소리를 隋伴(수반)한 장alt빛 발진과 설사를 하게 되며 염통이 약해지고 창자가 터져 피가 나오는 등 매우 위험하고 고통스러운 병이다. 무엇보다 괴로운 것은 전염성이 매우 강하므로 격리 치료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요즘이야 백신이 개발되어 미리 예방도 할 수 있어서 그리 큰 병으로 생각되지 않지만 옛날에는 이 병을 앓다가 죽는 경우도 非一非再(비일비재)했다.
그리고 이 병은 땀을 내야 낫는 병이기도 해서 "땀을 낼 놈"이라던가 "염병 앓다 땀도 못 내고 죽을 놈"이라는 욕들이 파생되기도 했다. 과연 염병 앓다 땀도 못 내고 죽는 고통이 어떤 것인지 알고 이런 욕이 생겼는지 자못 궁금하다.
이렇듯 상대에 대한 저주가 가득 찬 욕임에도 불구하고 이 욕이 세간에서 많이 쓰이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인심이 각박해졌다는 말이 아닐까. 하기야 요즘같이 장티푸스에 걸리더라도 어렵지 않게 치료하는 세상에서 "염병할 놈"은 심한 욕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그 어원에 있어서는 무서운 저주의 뜻이 숨겨져 있으므로 역시 욕은 욕이라 하겠다. 이 욕을 굳이 현대식으로 해석을 하자면 "AIDS 걸릴 놈"정도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8. 칠뜨기 같은 놈.
七朔(칠삭)둥이, 즉 열 달 만에 태어난 것이 아니라 일곱 달 만에 태어난 어딘가 부족한 사람이라는 말이다. 朔(삭)은 달이 차고 기우는데 걸리는 시간, 즉 한 달을 가리키는 옛사람들이 사용하던 1개월의 의미이다.
이와 비슷한 욕으로 "여덟 달 반"이라는 것이 있다. 팔삭둥이라고도 하는 이 욕도 역시 어머니의 胎(태) 속에 있던 달수를 가리키는 것이다. 그렇다면 滿朔(만삭)둥이는 가장 완벽한 사람이라는 말인가?
수양대군을 도와 김종서, 황보인 등을 죽이고 端宗(단종)을 폐위시키며 세상을 거머쥐었던 한명회가 칠삭둥이라고 한다. 이 사람은 어디가 그렇게 많이 부족해서 남들이 부러워하는 부와 권력을 거머쥐었단 말인가? 아무래도 태속의 달수와 사람의 됨됨이와는 전혀 무관하다고 증명이 되는 셈이다.
이 욕을 도태시키기 위해서 출생 시 인큐베이터(Incubator) 신세를 졌던 요즘의 칠삭둥이나 팔삭둥이들은 만삭둥이들 보다 두배 세배의 노력을 기울여 결코 부족하지 않은, 오히려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아야 할 것이다.
9. 후레아들 놈.
배운 데 없이 제 멋대로 자라서 버릇이 없는 놈이라는 뜻으로 두 가지의 어원이 하나로 합쳐져서 전해 내려오는 이 욕의 이면에는 아버지를 욕되게 하는 뜻이 숨겨져 있다.
두 가지의 어원 가운데 어떤 것이 먼저 이 욕을 만들어지게 했는지 자세하지 않지만 그 뜻에 있어서는 같은 맥락으로 이해하면 될 것이다.
먼저 국어학적인 면을 살펴보자면, 이 욕의 원 말은 "홀의 아들" 또는 "홀의 자식"에서 호레자식-> 호로자식-> 후레자식으로 변화 되었다고 보고 있다. 홀은 짝이 없는 외톨이란 뜻으로 ㅎ -> ㅎ오 -> ㅎㅇ -> ㅎ옷 -> 홋 -> 홀 이라고 변화가 되어왔고, 이 욕에서는 아버지 없이 홀어머니 밑에서 성장을 한 자식이란 의미로 쓰이고 있다. 이 욕 때문인지는 몰라도 요즘에도 홀어머니 밑에서 성장을 한 사람은 버릇이 없고 독선적이라 하여 취직을 할 때나 맞선을 볼 때 감점의 요인으로 작용을 하고 있다.
다음으로 역사학적인 면을 살펴보자면, 후레자식으로 변화 과정을 거친 "호로아들" 혹은 "호로자식"의 호로를 胡虜(호로), 즉 중국 북방의 이민족인 凶奴(흉노)를 가리키는 말로 보고 있다. 그러므로 이 욕은 상대방을 오랑캐의 자식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오랑캐의 자식이니 아버지가 오랑캐인 것은 당연지사가 아닌가?
10. 젠장 맞을 놈. (태질 할 놈)
"넨장 맞을 놈"이라고 쓰이기도 하는 이 욕은 조선시대 끔찍스런 형벌 가운데 하나인 朱杖撞問刑(주장당문형)에서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다. 亂杖(난장)이라고 더 많이 알려진 이 주장당문형이란 일종의 고문형인데 죄수를 가운데 두고 여러 명이 그 주위를 돌면서 붉은 몽둥이로 닥치는 대로 때리는 형벌이다. 오뉴월 개 패듯 한다고나 할까? (이것을 유식한 말로 犬打式 毆打(견타식 구타)라고 한다.)
이 때 때리는 몽둥이가 붉은 색이었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여졌으며, 중종6년(1511년)과 영조46년(1770년)에 이 형벌이 왕명으로 금지 되었으나 세간에서는 여전히 이 난장이 자행되고 있었다. 난장은 주로 상민이나 천민의 계급인 사람이 신분이 높은 여자를 범하였거나 近親相姦(근친상간) 등 반인륜적인 죄를 지은 범인을 다스리는 형벌로 쓰였다. 물론 왕명으로 금지되어 공식적으로는 행하여지지 않았으나 私罰(사벌)로서의 난장은 민간에 오랜 관습으로 존재하고 있었다.
11. 경을 칠 놈.
이 욕은 혼을 내주겠다는 뜻으로 쓰이고 있는데 여기서 말하는 '경'은 자자할 경(?)으로 조선시대 형벌 가운데 刺字刑(자자형)을 가리키고 있다. 자자형은 주로 재물에 관한 죄를 지은 사람에게 내려졌던 형벌로서 장형이나 徒刑(도형)으로 治罪(치죄)한 후 얼굴이나 팔뚝에 4.5cm 크기로 盜官錢(도관전)이나 槍奪(창탈), 强盜(강도)라는 문신을 새기는 것이다.
자자형을 얼굴에 가하는 것을 '경면'이라 했는데 예종원년(1468년)에 생겨난 이 형벌은 비인간적인 이유로 거의 시행되지 않다가 영조16년(1740년)에는 팔뚝에 가하는 자자형까지 모두 없어졌다.
"경을 친다."는 것은 얼굴에 자자형을 가한다는 것이다. 즉, 상대방을 도둑놈이나 강도라고 하는 말과 같은 것이다.
12. 육실할 놈.
이 욕은 조선시대 5刑(형) 가운데 가장 極(극)한 형벌인 사형을 말하고 있다.
조선시대에 사람을 죽이는 방법은 위의 두 가지 외에도 여러 가지가 있었는데 "육실할 놈"의 '육시'도 그 가운데 하나이다. 이 욕은 '육시를 당해 죽을 놈'이 줄어서 된 말로 육시는 한자의 쓰임에 따라 그 뜻이 달라진다. 즉, 戮屍(육시)라 하면 이미 죽은 자의 죄가 후일에 밝혀졌을 때 그 무덤을 파헤쳐 시체를 斬首(참수)하거나 四肢(사지)를 잘라버리는 陵遲處斬(능지처참), 또는 剖棺斬屍(부관참시)를 말하는 것이고, 六弑(육시)라 하면 네 마리나 다섯 마리의 말이 끄는 馬車(마차)를 사지에 묶고 달리게 하여 사지를 다섯 토막이나 여섯 토막으로 찢어버리는 車裂(거열)을 말하는 것이다.
물론 끔찍했던 이 형벌은 謀反大逆(모반대역)이나 殺父母(살부모)등 최고의 반도덕, 또는 체제 顚覆(전복)의 죄를 범한 사람들에게 행해졌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한명회가 죽은 뒤 연산군에 의해 이 부관참시를 당한 것은 잘 알려진 史實(사실)이다. "육실할 놈"이라는 이 욕은 이렇듯 끔찍한 뜻을 담고 있는 욕으로 민심이 흉흉했던 시대에 많이 쓰이면서 지금에 이르고 있다고 보아진다.
13. 오살할 놈.
이 욕도 역시 "육실할 놈"에서 소개되었던 것과 같이 車裂(거열)에서 비롯된 욕이다. 한자로는 五殺(오살)이며, 몸통과 사지를 찢어 다섯 토막을 내어 죽인다는 말이다. 생각만 해도 끔찍스러운 이 '오살' 또한 반역죄 등 중죄를 범한 사람에게 행해졌던 형벌 가운데 하나이다.
14. 우라질 놈.(오라질 놈)
이 욕은 "오라질 놈"이라고도 많이 쓰이고 있으며 노인들이 입버릇처럼 많이 쓰고 있는 욕이라 하겠다. 심지어는 손자들의 뜻밖의 귀여운 행동에도 혼잣말처럼 이 욕을 사용하는 것으로 보아서 옛날부터 이 욕이 많이 쓰여 왔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증명할 수 있다고 하겠다. 그렇다면 이 욕에서 나타나는 "우라(오라)"는 무엇인가. "우라"는 "오라"의 된소리로, 역시 조선시대 죄인을 묶을 때 사용했던 붉고 굵은 밧줄을 일컫는 "오랏줄"의 줄임말이다. 이 오랏줄의 사용은 현대의 형법에까지 이어져 중죄인의 경우 수갑을 채운 뒤 흰색의 捕繩(포승)줄로 결박 짓고 압송하고 있다. '질'은 '지다'의 원형으로 뒷짐지다와 같이 두 손을 뒤로 젖혀 맞잡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오라질"하면 두 손을 뒤로 젖혀 오랏줄로 결박을 진다 는 뜻이다. 그러므로 이 욕은 상대방이 못된 짓을 하여 오랏줄로 묶인다는 말이다.
15. 주리를 틀 놈.
이 욕에서 말하고 있는 周牢(주리. 牢=굳을 뢰. 로.) 역시 조선시대 형벌 가운데 하나였으며, 剪刀周牢刑(전도주뢰형)의 줄임말이다. 剪刀(전도)라 하면 가위의 한자말이며, 이 형의 이름에서도 나타나 있다시피 양다리를 가위 벌리듯 찢는다는 말이다. 이 형벌은 일종의 고문형으로 죄인의 양다리와 사지를 결박하여 의자에 앉히거나 바닥에 자빠뜨린 다음 붉은색의 주릿대를 가랑이 사이에 넣고 벌리는 것으로 비록 誣告(무고)한 사람이더라도 없는 죄를 실토하고 마는 혹독한 방법이라 할 수 있겠다. 물론 이 형을 받은 뒤에 불구가 되는 경우가 많았다.
16. 치도곤 맞을 놈.
治盜棍(치도곤)이란 말 그대로 도적을 다스리는 몽둥이로서 조선시대에 사용되었던 棍(곤)과 杖(장) 가운데 가장 중한 몽둥이였다. 치도곤의 규격은 길이가 약 173cm 였으며 두께는 약 3cm로 다른 곤에 비해 넓적한 형태가 아니라 둥글었으며 치도곤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아마 요즈음의 데모 진압대 전경들이 가지고 다니는 몽둥이나 다듬이질에 사용되는 방망이를 상상하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17. 끓는 물에 삶아 죽일 놈(육장낼 놈).
이 욕은 역시 말만 들어도 行刑(행형)되었던 형벌의 잔혹성이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이 형벌은 말로만 끔찍했지 실상은 그렇지가 않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욕은 烹刑(팽형. 삶을 팽)을 가리키는 것으로서 煮刑(자형. 삶을 자)이라 불리기도 했는데, 백성의 재물을 貪(탐)한 관리에게 국한되어 사용되진 것으로 보인다. 이 형벌의 자료로는 성종 때 노사신, 강희맹 등이 쓴 "東國與地勝覽(동국여지승람)"이 있는데, 이 자료에 의하면 "民間(민간)에서 말하기를 관원으로서 재물을 탐한 자를 惠政橋(혜정교) 위에서 삶는다 한다." 라는 대목이 이 형벌에 대한 설명으로 전하고 있다. 또 하나 비교적 상세하게 기록되어진 그 후의 자료로 경성형무소장을 지냈던 中橋政吉(중교정길)이라는 일본사람이 지은 "朝鮮舊時의 刑政(조선구시의 형정)"(1937년)을 들 수 있는데, 외국 사람의 시각으로 본 조선시대의 刑政(형정)이라는 관점에서 참고할 만하다.
이 자료를 근거로 팽형, 또는 자형의 집행방법을 살펴본다면 이렇다. 종로의 사람 많은 다리 위에 커다란 아궁이를 만들고 가마솥을 걸어 놓는다. 아궁이에는 나무가 지펴져 있으나 불을 붙이지는 않는다. 이런 준비가 끝나면 재판장 격인 포도대장이 엄숙하게 재판석에 나와 앉고 죄인에게 죄명을 선고하고 처형을 下命(하명)하면 빈 가마솥, 또는 미지근한 물이 담 긴 가마솥에 죄인을 쳐박아 넣고 불을 때는 시늉만 한다. 이 때 죄인은 죽은 듯이 있어야 하며, 형의 집행이 끝나서 가족에게 인도될 때에도 마치 끓는 물에 삶겨 죽은 듯 행동해야 한다. 가족들도 죽은 사람 대하듯 呼哭(호곡)하며 喪禮(상례)를 갖추어 죄인을 인도받아야 하며, 귀가 후 이 죄인은 몸은 살았으되 죽은 자와 똑같이 취급을 받아 장례를 치루고 공식적으 로 가족 외에 아무도 만날 수 없으며 외부 출입도 일체 금지되었다고 한다.
이러한 절차로 보았을 때 이 형은 단지 삶아 죽이는 흉내만 냄으로 해서 다른 여러 사람에게 警鍾(경종)을 울리는 효과를 꾀하고 있다고 하겠다. 시쳇말로 여러 사람 앞에서 쪽팔림을 당했다고나 할까? 여하튼 조선시대의 형벌이 아무리 혹독했다 하더라도 재물을 탐한 죄를 물어 끓는 물에 삶겨 죽이지는 않았으리라 보아진다.
18. 개차반.
이 욕은 행동을 함부로 하거나 성격이 더러운 사람을 가리키는 말로서 상대방을 '똥'이라고 치부해 버리는 것이다. '차반'은 채반에서 비롯된 말로 새색시가 覲親(근친. 친정어머니를 뵈러 옴.)할 때나 근친 후 시집에 와서 정성껏 맛있게 잘 차려놓은 음식이나 음식상을 말하는 것인데 개에게 있어서 이렇듯 맛있는 음식은 똥이라 하여 이런 말이 생겨난 듯 하다. 그래서 행동이나 매너가 더러운 사람을 가리켜 "개차반"이라고 일컫는 바, 개가 똥을 먹는 더러운 상황을 연상되게 하는 점잖은 것 같지만 더러운 뜻을 내포하고 있는 욕이라 하겠다.
19. 쥐 좆도 모르는 년(쥐뿔도 모르는 놈).
이 욕은 아무것도 모르면서 설쳐대는 사람에게 쓰는 욕으로 이에 얽힌 옛날이야기가 있어 한 토막 소개할까 한다. 옛날 한 소년이 있었는데 이 소년에게는 못된 버릇이 하나 있었다. 손톱이나 발톱을 깎으면 마당에 함부로 버리곤 하는 버릇인데, 부모님에게 주의를 받고도 이 버릇은 고쳐지지 않았다.
물론 이 소년이 장성하여 장가를 들었어도 그 버릇은 여전했다. 아마 우리 속담에 세살 적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말이 있지? 아무튼 장가를 가서 꽤 오랜 세월이 지난 후에 그는 난감한 일을 당하게 되었다. 자기와 똑같이 생긴 사람에 의해서 그는 집을 쫓겨나는 신세가 되었다. 원래 가짜는 진짜보다 더 진짜처럼 보이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다를 바가 없는 것인가 보다. 그는 할 수 없이 걸식을 하며 이 곳 저 곳을 떠돌아다니며 생활을 했다. 집 생각이 간절했지만 다시 찾아오면 죽인다는 가짜의 엄포에 집으로 갈 엄두는 내지도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남루한 차림을 한 스님을 한 분 만나게 되었는데 자신의 신세타령을 늘어놓게 되었다. 이 말을 들은 스님이 사내를 딱하게 여겨 방도를 한 가지 일러주었는데 스님이 주는 고양이 한 마리를 들고 집으로 가서 그 가짜 앞에 내려놓으라는 것이었다. 사내는 半信半疑(반신반의)하며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마찬가지니 스님이 시키는 대로 해보고 죽더라도 죽자고 결심을 하고 집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 스님이 시키는 대로 가짜 앞에다 다짜고짜 고양이를 내려놓았다. 순간 고양이는 쏜살같이 그 가짜에게 달려들어 온 몸을 마구 물어뜯는 것이었다. 잠시 후 발악을 하던 가짜는 연기를 뿜으며 고양이만한 쥐로 변해 버렸다. 고양이가 늠름하게 쥐의 목을 물고 대문 밖으로 나가는데 대문 밖에는 뜻하지 않게 고양이를 준 스님이 서있었다. 스님은 어리둥절하는 사내에게 이 사건의 전모를 밝혀 주었다. 이 쥐는 사내가 어려서 부터 함부로 깎아버린 손톱과 발톱을 주워 먹으며 몇 십년을 살았는데, 이 사내의 精氣(정기)를 받아 이런 둔갑을 할 수 있었단다.
그러니 앞으로는 손톱이나 발톱을 깎아 함부로 버리지 말라는 말과 함께 옛날이야기답게 "뿅"하고 사라졌다. 물론 사내는 그 후부터 그렇게 고치기 힘든 버릇을 고친 것은 두 말 할 나위가 없다. 그런데 이 사내, 곰곰이 생각할수록 마누라가 괘씸했다. 자신이 떠도는 동안 쥐와 동침을 했다는 얘긴데, 몰라도 그렇게 모를 수가 있냐는 듯이 사내는 입버릇처럼 말을 했단다.
"쥐좆도 모르는 여편네 같으니라구. . . "
20. 돼지 불까는 소리하고 자빠졌네.
얼토당토않은 얘기를 지껄이는 사람에게 퉁명스레 내뱉는 이 욕은 돼지가 불알을 까며 내지르는 비명 소리를 연상되게 해 조금은 희극적인 요소를 내포하고 있는 듯 보인다. '불'은 물론 '불알'의 줄임말이다. 돼지가 질러대는 이 소리는 들어본 사람만이 그 느낌을 전달 받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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