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공가이드 ▒

고객을 엮어라

천하한량 2007. 6. 5. 16:37
얼마 전 인터넷을 검색하다
책 한 권을 무료로 주겠다는 안내를 받았다.
 
책을 주되, 그냥 공짜로 주기만 하는 게 아니라
책을 공짜로 받는 대신 책을 읽고 독후감을 쓰고
 
주위 사람에게 책을 소개하는 등
일련의 활동을 해야 한다는 단서가 붙어있었다.
 
단서는 부담스러웠지만 그냥 주겠다는
책의 제목이 <고객이 최고의 마케터다>인 바람에 신청을 했다.
 
(공짜 싫어하는 사람, 있음 나와보라 그래!)

우선 에이전트캠프라는 홈페이지에 회원으로 가입하고
책을 소개하는 일에 내가 왜 적합한지도 적어야 했다.
 
이미 소개받은 단서조항에 대해 서약도 했다.
그리곤 책을 기다렸다.
 
며칠 후 에이전트 캠프에서 전화를 걸어와 단서조항에 대해 다시 확인을 했다.
물론 화끈하게 그러마고 했다.

과연 약속한 날짜에 책이 왔다
.
하필이면 내가 좋아하는 주황색 박스를 열자
 
내용물이 보랏빛 포장지에 보랏빛 리본에 예쁘게 포장되어 있었다.
책과 내년치 다이어리와 에이전트 캠프에 관한 팜플릿이었다.


우선 책에 대해 짧게 브리핑하자면 이렇다.

입소문 마케팅전문회사인
버즈 에이전트의 창업자이자 CEO인 데이브 볼터와
 
비즈니스 전문 작가인 존 버트먼이 공동 집필한
<고객이 최고의 마케터다>는 입소문마케팅에 대한 경험적 실천서다.
 
버즈 에이전트는 세계에서 제일 가는 입소문 마케팅업체로 자타가 공인한다.
수십만명의 회원이 버즈 에이전트의 클라이언트를 위해 부지런히 입소문을 낸다.
 
질풍노도와 같은 입소문 커뮤니티를 3년 동안 관리하면서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한 버즈 에이전트를 운영하며 경험한
 
입소문 마케팅에 대한 통찰력과 노하우를
각각의 사례를 통해 소개하고 있다.

요컨대, 이 책에서 미주알고주알 풀어쓰고 있는
입소문마케팅 방법론을 고스란히 적용하여
 
한국판 <고객이 최고의 마케터다> 출판사에서는
입소문마케팅을 전개한 것이다.
 
책의 저자가 속해있는 버즈 에이전트와 같은
매개체 역할을 하는 곳이 바로 이 책을 보내준 에이전트 캠프다.
 
그 일련의 과정에서 나는 가장 중요한, 입소문전도사의 역할을 하게 된 것이고
그 댓가는 책과 다이어리를 공짜로 받게 된 것이다.


책으로 돌아가 저자들은
입소문마케팅이 지니고 있는 함정에 대해 경고하기를 꺼리지 않는다.
 
그 함정이란 그저 입에서 입으로 수없이 전파되는 이야기를 퍼뜨린다고 해서
입소문마케팅에 성공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오프라 윈프리가 2004년 9월13 자신의 쇼를 통해엄청난 일을 꾸몄다’.
 
그날 방송을 마친 오프라는 11명의 방청객 이름을 불러
공장에서 막 빠져나온 자동차 폰티액 G6를 선물했다.
 
그런데 오프라가 준비한 차는 모두 12.
행운의 주인공이 한 명 더 남았다고 했다.
 
진행요원들이 방청객들 사이를 돌아다니며
빨간색 리본이 묶인 작은 선물상자를 나눠주었다.
 
이 상자 가운데 마지막 차 열쇠가 들어있다는 것이다.
상자를 받은 방청객들은 오프라의 지시에 따라 일제히 상자를 열었다.
 
마지막 행운의 주인공은 누구?
세상에도 방청객 모두의 박스에 자동차 열쇠가 들어있었다.
 
이들은 오프라를 따라 주차장으로 갔다.
주차장에는 리본을 단 폰티악G6가 빼곡히 차 있었다.
 
언론이 이 이벤트를 어떻게 보도했을 것 같은가?
현장에 있었던 행운의 방청객과
 
TV를 통해 이벤트를 본 사람은
얼마나 수다스럽게 이것을 말하고 또 말하고 또 말했겠는가.

GM
이 이 이벤트로 800만 달러의 비용을 썼다.
칸 국제 광고제 미디어 부문에서 수상도 했다.
 
비용 800만 달러는
GM이 아테네 올림픽 때 2주 동안 TV광고비로 지출한 금액과 같다.
 
이 회사의 폰티액-GMC를 총괄하는 짐 버넬은
비용은 같지만 그 결과는 비교가 안될 만큼 차이가 컸다고 자랑스럽게 밝혔다.

, 이쯤되면 이 이벤트는
입소문마케팅의 성공사례로 마케팅바이블에 올라야 하지 않을까?
 
과연 그랬을까?
그 결과로 폰티액 G6는 불티나게 팔렸을까?
 
아쉽게도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차를 운전해본 사람들이 차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남기지 않았다.
 
이 차의 판매율도 목표치의 70% 밖에 달성하지 못했다.
그것도 3,600달러의 판매 인센티브를 내걸고서.

이 사례는 성공한 마케팅이
반드시 입소문을 형성하는 것은 아니라는 진리를 입증했다고 저자들은 말한다.
 
오프라의 경품행사가
G6에 관한 엄청난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냈지만
 
오프라 쇼에서 아무리 시끄럽게 떠들어댔어도
 사람들이 나름대로 갖는 의견까지 통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공짜로 차를 얻는 것에 대해 이야기했을 뿐,
정작 그 차가 얼마나 좋은지 얘기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그 결과, 차를 사려는 사람들에게
결정적인 구매근거를 제공하지 못했다고 평가한다.


이 책은 읽다 보면
기업소설처럼 흥미진진하여 권하기 좋기는 하다.
 
하지만 이 책의 입소문 마케팅 프로그램에 초청된
에이전트로서 내 체험을 요약하자면
 
결국 공짜는 없었다는 것,
즉 미끼치고는 좀 약했다는 것.
 
고객이 최고의 마케터다
데이브 볼터, 존 버트먼 지음 ㅣ 토네이도 펴냄

 
(숙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