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는 현재 미국의 퍼시픽신학대학에서 일반 교양과목으로 컴퓨터를 가르치고 있다.
때때로 수강생 중에, “이렇게 컴퓨터를 배울 수 있어서 너무 좋고 기뻐요.”하며 감사의 표현을 하는 이들이 많다. 특히 컴퓨터를 매우 어렵고 무서운 존재로 인식해 켜기조차 두려워하던 사람들이, 이제 자신들이 컴퓨터에서 자료를 찾고 영화를 보고, 폴더를 정리하고, 윈도우 설정을 바꾸는 등 갖가지 재미를 붙이게 되면서 으레 “어떻게 하면 컴퓨터를 잘 할 수 있어요?”하고 묻게 된다. 단순히 인터넷을 뒤지고 문서를 작성하는 차원을 넘어서 멀티미디어와 응용의 단계를 갈망하기 시작한 게다. 사람의 적성과 능력에 따라 컴퓨터를 잘할 수 있는 실력도 다르겠지만 최소한 다음의 몇 가지 가이드 정도만 염두하고 꾸준히 노력한다면 한두 달 사이에 몰라보게 남다른 실력을 뽐낼 수 있다.
1.‘자기만의’ 컴퓨터로 무장하라
무엇부터 시작할까? 우선 컴퓨터가 있어야 한다. 자녀와 함께 쓰거나 업무용이 아니라 ‘자신이 주로 사용할 수 있는 자기만의 컴퓨터’가 있어야 한다. 컴퓨터 가격이 많이 저렴해진 요즘에 5십만 원 전후의 노트북도 괜찮다. 인터넷이나 문서 작성, 영화 ·음악 감상, 사진 등을 다루는데 전혀 지장이 없을 정도로 좋은 성능을 갖췄다.
인터넷이라는 무대에 들어서기 위해서는 자기만의 컴퓨터를 보유해야 한다. 그것을 자유자재로 다룰수록 별다른 세계를 경험하면서 유용한 정보를 얻기가 쉽다.
2. 컴퓨터를 ‘가까이’ 두라
컴퓨터를 사서 애지중지하다보면 가방이나 구석 한 귀퉁이에서 썩어난다. 어찌 기계가 썩을까마는 주인의 손길을 기다리다 못한 배터리가 먼저 죽어 버린다. 기계는 쓸수록 좋아진다고 하잖은가! 컴퓨터는 계속해서 만져주어야 한다.
컴퓨터를 처음 배우는 사람이 컴퓨터 하는 맛을 들이기 전에는 컴퓨터를 가까이 두려 하지 않는 습성이 있다. 필요한 몇 가지 정보를 찾거나 이메일을 열람하거나 하는 정도라면 그 비싼 컴퓨터는 단순히 기계 덩어리에 불과하다. 컴퓨터를 몸 가까이 두게 되면 자연히 많이 만지게 되고 그러면서 컴퓨터 하는 맛을 들이게 된다.
그러니 할 수 있는 한 컴퓨터를 최대한으로 몸 가까이 두라. 돌아다닐 때도 들고다니자. 부피와 무게를 핑계 대는 사람이 있다. 작으면 성능에 밀리고, 크면 무게 때문에 부담스럽지만 어차피 갖고 다니는 데는 크기나 무게가 이유가 되지 않는다. 의지다.
컴퓨터로 음악도 듣고, 영화도 보고, 뉴스와 사전도 검색해 보자. 일터에서 데스크톱을 쓰고 있을지라도 옆에 자신의 컴퓨터(주로 노트북)를 별도로 켜두면 분명히 그 컴퓨터로 할 일이 생긴다. 갓난아기 다루듯 강보에 쌓아두지 말고, 꺼내어 흠집과 얼룩을 내면서라도 컴퓨터라는 기계를 손에 붙여 보라. 무기를 제대로 다루지 않고 고수로 가는 길은 없다.
3. 컴퓨터와 인터넷을 설명한 ‘기초적인 책을 읽고 따라해 보라’
컴퓨터를 처음 사면 그 안에 많은 것들이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뚜껑을 열어보지만 실제로 그 속에는 아무 것도 없다. 무엇부터 해야 할지, 인터넷으로 뉴스보고 사진 찾고 채팅까지 해 보려면........ 실로 막막할 것이다.
먼저 컴퓨터 전반에 관해 설명한 기초적인 책을 한 권 사서 훑어보고 따라 해보라. 자세한 설명보다는 쉬운 책으로 골라서 오가는 차 속에서, 화장실에서, 짬짬이 라도 수시로 보면 좋다.
게임 잘하는 학생, 오피스 프로그램 잘 다루는 회사원이라고 해서 컴퓨터를 잘하는 것이 아니다. 자기 분야의 특정 프로그램만을 단편적으로 다룰 줄 알 뿐, 컴퓨터 전반에 관한 지식이 없다. 그런 지식은 컴퓨터가 고장 나거나 어려운 질문 앞에서 꼼짝 못하고 두 손 드는 경우가 많다.
4. 컴퓨터 배우기를 두려워 말고 바로 시작하라
“두꺼운 컴퓨터 책들, 그 많은 내용을 언제 다 봐요? 꼭 그래야 하나요? 학원 같은데 다니면서 컴퓨터를 배우면 안 되나요?” 하고 되물을 수 있다.
“에이~ 난 컴퓨터를 하나도 모르는데, 그런 것들 본다고 그 짧은 기간에 설마......” 할 것이다. “저는 시간이 없어요. 직장 다닐라, 애들 돌보랴, 잠자는 시간도 부족하다니까요.....” 하면서 못 배우고 있다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정작 시간이 흐를수록 후회만 커질 뿐이다. 지금부터라도 빨리 컴퓨터 앞에 앉아서 이리저리 눌러보기를 권한다. 고장 날 각오를 하고 적극적으로 컴퓨터를 만져야 한다. AS를 겁내지 말자. 고수로 가자면 깨지고 다치고 상처 입는 건 기본이다.
처음에는 컴퓨터의 반응에 놀랍기도 하겠지만 익숙해지고나면 신기하고 재미있는 복덩어리임을 곧 깨닫게 된다.
5. 컴퓨터에 끊임없이 의문을 가져라
컴퓨터가 고장 나거나 인터넷이 되지 않거나, 프로그램이 제대로 동작하지 않을 때, 잘 쓰던 컴퓨터가 어느 날 부팅조차 되지 않을 때...... 참으로 난감하고 답답할 것이다. 글쓴이도 그런 시절이 있었다. 주변에 컴퓨터를 잘 아는 사람이 있으면 한밤중에라도 고치다가 전화해 묻고 싶은 충동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한창 컴퓨터 조립에 빠져 있을 때는 컴퓨터 시스템에 관한 서적들을 주변기기마다 여러 권씩 읽어가며 따라 해보고 그러다가 CPU도 태우고,, 하드디스크도 뻥내 보고 그러면서 모질게 배웠다. 밥 먹는 시간과 잠자는 시간이 뒤죽박죽되면서 컴퓨터 앞에 앉아 개별 부품을 떼었다 붙였다, 케이블을 이렇게도 연결해보고 저렇게도 꽂아보고 하면서 며칠 몇날을 시간가는 줄 모르고 컴퓨터에만 매달리던 시절이 있었다. 오죽 했으면 군입대하기 전날에도 그 며칠 전부터 부품 사다 조립한 펜티엄 초기의 컴퓨터가 부팅이 되지 않아 밤새 애먹다가 들어갔을까! 지금도 가끔은 프로그램 문제로 날밤 샐 때가 있다.
컴퓨터를 할 때는 생각없이 (무의식적으로) 마우스나 키보드를 누르지 말고, 먼저 생각하면서 ‘이렇게 하면 아하~ 이렇게 되는 구나! 그럼 이건 무슨 기능일까?’하는 탐구자가 되어야 한다.
6. 기본적인 프로그램을 알고 설치하라
컴퓨터를 잘하기 위해서는 자기 컴퓨터에 기본적으로 설치해야 할 프로그램들을 잘 알아야 한다. 적어도 다음의 프로그램들은 컴퓨터에 맛을 들이는 필수 양념 같은 것들이다.
* 타자 연습 프로그램 : 일주일 정도 매일 하루에 30분씩 연습한다.
* 문서 작성하는 한글 또는 MS 워드 : 이 프로그램만 있으면 모든 문서를 작성, 관리할 수 있다.
* 해킹이나 바이러스를 막아주는 보안 프로그램 : 컴퓨터에 자물쇠를 걸어 도둑과 고장을 방지하는 필수 프로그램이다.
* 영화나 음악을 감상하기 위한 KMPlayer 또는 GOMplayer : 컴퓨터로 영화나 드라마, 음악을 감상하는 것은 기본이다. 윈도우에 내장한 윈도우 미디어 플레이어보다 막강한 성능을 자랑하니 이 프로그램을 설치해 사용해 보라.
그 외에 DVD/CD를 복사하는 ‘네로 버닝 롬’(Nero Burning Rom), 사진을 수정 관리하는 ‘피카사’(Picasa), 가상으로 CD롬을 사용할 수 있는 데몬(Demon) 또는 시디스페이스(CDspace), 알콜120(Alcol 120).........
7. 컴퓨터와 관련한 자료들을 꾸준히 읽어라
‘컴퓨터를 잘한다.’는 것은 매우 함축적인 말이다.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잘한다는 것인지 분명하지 않다. 예전에는 게임이나 문서편집, 인터넷 검색을 빠르게 하는 경우에 컴퓨터를 잘한다고 했다. 물론 지금도 그런 편이지만, 컴퓨터를 잘한다는 것은 하드웨어(- 컴퓨터 주요부품의 장착과 그 성능•사양 등)와 소프트웨어(- 주요 기능과 설치•관리, 사용례 등)를 잘 운용한다는 것이다. 나아가 하드웨어간,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간, 또는 소프트웨어 상호간 호환성과 안정성을 고려하여 능숙하게 다루면서 기본적으로 컴퓨터와 관련해 어느 한 분야에 통달한 마니아의 기질을 발휘해야 한다. 예를 들면 개인 웹사이트(홈페이지)를 만들거나 게임을 두루 잘하거나 디지털 기기들을 잘 다뤄야 한다. 그러면서 컴퓨터와 인터넷 전반에 걸쳐 두루두루 박식해야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매월 1~2권의 컴퓨터 전문 월간지, 전자/디지털 신문 정기구독, 1~2개 이상의 게임 숙달, 전문적인 컴퓨터 도서(웹사이트 제작기법, 포토샵 등 그래픽 다루기 등)를 분야별로 1권 이상씩 보는 것이 필수 코스다. 이렇게 6개월만 꾸준히 하면 주변 사람들에게서 컴퓨터 전문가라는 부러움을 자아낼 수 있다.
이제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컴퓨터는 재미삼아 소일거리로 하는 것이 아니라 꼭 다룰 줄 알아야 하는 필수품이다. 이것만 잘 다뤄도 인생의 범위를 한층 더 넓힐 수 있다. 망설이지 말고 두려워 말고 꾸준하게 조금씩 조금씩 컴퓨터를 익히다보면 어느새 고수의 대열에 서 있는 자신을 보게 될 것이다.@
[저자] 김연수(kim@yonsu.net) 미국 퍼시픽신학대학교 교수, IT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