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좋은시모음 ▒

지고 싶은 날이 있습니다.

천하한량 2007. 1. 5. 01:02
음악에 압도되어 버리고 싶은 날이 있습니다,,


음악이 너무 가슴에 사무쳐 볼륨을 최대한

높여놓고  그 음악에 무릎꿇고 싶은날이

있습니다,,

내 영혼의 깃대위에 백기를 달아

노래 앞에 투항하고 싶은 날이 있습니다,,

음악에 항복하고 처분만 기다리고 싶은

저녁이 있습니다,,


지고 싶은 날이 있습니다,,

어떻게든 지지 않으려고 너무 발버둥치며

살아왔습니다,,

너무 긴장하며 살아왔습니다,,

지는날도 있어야 합니다,,

비굴하지 않게 살아야 하지만 지지않으려고만

하다보니 사랑하는 사람, 가까운 사람,

제 피붙이한테도 지지 않으려고 합니다,,


지면 좀 어떻습니까..

사람사는 일이 이겼다 .졌다 하면서 사는건데

절대로 지면 안된다는 강박이 우리를 붙들고

있은 지 오래되었습니다,,

그 강박에서 나를

풀어 주고 싶습니다,,


폭력이 아니라 사랑에 지고 싶습니다,,

권력이 아니라 음악에 지고 싶습니다,,

돈이 아니라 눈물나도록 아름다운 풍경에

무릎 꿇고 싶습니다,,

선연하게 빛나는 초사흘 달에게 항복하고

싶습니다,,


침엽수 사이로 뜨는 초사흘 달,,

그 옆을 따르는 별의 무리에 섞여 나도 달의 부하,,

별의 졸병이 되어 따라 다니고 싶습니다,,

낫 날같이 푸른달이 시키는 데로 낙엽송 뒤에 가

줄 서고 싶습니다,,


거기서 별들을 따라 밤하늘에

달배,, 별배를 띄우고 별에 매달려 아주 천천히

떠나는 여행길에 따라 가고 싶습니다,,

사랑에 압도당하고 싶습니다,,

눈이 부시는 사랑,, 가슴이 벅차 거기에서

정지해 버리는 사랑,, 그런 사랑에 무릎 꿇고

싶습니다,,


진눈깨비 같은 눈물을 뿌리며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러 가고 싶습니다,,

눈 밭에 포위 당하고 싶습니다,,

두 손 두 발 다 들게 하는 눈 속에 갇히고

싶습니다,,

허벅지까지 쌓인 눈 속에 고립되고

싶습니다,,

구조 신호처럼 기다리며 눈 속에 파묻혀

있고 싶습니다,,



" 좋은 생각,, 중에서 도종환님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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