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량 1000배 많은 델타.."우리가 알던 코로나 아니다"
이지현/이선아 입력 2021. 08. 01. 17:44 수정 2021. 08. 01. 18:20 댓글 765개https://news.v.daum.net/v/20210801174402346
전쟁 룰이 바뀌었다
델타, 바이러스량 1000배 많고 치명률도 높아
1명이 8명 감염..델타 변이, 수두만큼 빠르게 전파
美 "사망 등 치명률까지 높아"
金총리 "더 강한 방역조치 검토"
< “백신 증명서 반대”…프랑스 3주째 시위 > 프랑스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증빙하는 ‘보건 증명서’ 도입에 반대하는 시위가 3주째 이어지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지난달 21일부터 영화관 박물관 헬스장 등 50명 이상이 모이는 문화·여가 시설을 이용할 때 보건 증명서를 제시하도록 했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백신 접종의 자유’라고 적힌 손팻말을 든 시위대가 파리 몽마르트르 거리를 행진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코로나19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수두만큼 빠르게 전파된다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내부 문건이 공개됐다. 확진자 한 명이 8명에게 옮기는 수두는 공기로도 번진다. 백신을 맞아도 코로나19로부터 벗어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의미다.
1일 CDC에 따르면 코로나19 델타 변이의 전파력(기초감염재생산지수·R0)은 5~9 정도로 추정된다. 예방조치를 하지 않으면 환자 한 명이 5~9명에게 바이러스를 퍼뜨린다는 뜻이다. 앞서 영국의학저널(BMJ)도 델타 변이 전파력을 6으로 추정했다. 우한 코로나 바이러스 전파력이 2.5, 알파(영국) 변이가 4인 것을 고려하면 최대 네 배까지 높은 것이다.
감염병은 사람 곁에 오래 남기 위해 잘 퍼지고 덜 위험한 방향으로 진화한다. 델타 변이는 달랐다. 이 변이 감염자는 입원하거나 사망할 위험이 크게 높았다. 전파력은 물론 치명률까지 높은 변이에 백신만으로 대응하는 것은 역부족이란 지적이다. 백신이 위중증 환자 비율을 줄여준다고 해도 환자 규모가 늘면 인명 피해가 커질 수 있어서다.
영국 미국 등에서 델타 변이는 유행을 주도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델타 변이가 신규 확진자의 절반을 넘어 우세종이 됐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인류의 70%가 백신을 맞아야 한다고 했다. 세계 백신 접종 완료율은 14.2%에 불과하다. 미국 50%, 한국 14%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이날 “변이 바이러스 확산으로 기대만큼의 방역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며 “확산세가 반전되지 않으면 더 강력한 방역조치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델타변이는 우리가 아는 코로나 아니다" 경고 잇따라
1명이 5~9명 전파, 수두와 비슷…美 확진자 다시 10만명 넘어
“전쟁은 바뀌었다. 델타 변이는 우리가 알던 코로나19가 아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메시지는 간명했다. 2019년 12월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시작된 코로나19가 끝나고 새 코로나19 유행이 시작됐다는 것이다. 델타 변이다.
사람 간 전파가 빠른 데다 치명률도 높다. 델타 변이 바이러스 감염자는 백신을 맞은 뒤에도 미접종자와 비슷한 수준으로 바이러스를 내뿜는 것으로 나타났다. 백신으로 입원 위험은 낮출 수 있지만 확산은 막지 못한다는 의미다. 각국 정부의 방역대책에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두와 비슷한 전파력
CDC가 델타 변이를 경계한 이유는 전파력 때문이다. CDC는 수두와 전파력이 비슷하다고 했다. 대상포진 바이러스로 잘 알려진 질환이다. 수두는 공기로도 퍼진다. 이를 막기 위해 아이들은 태어나면 수두 백신을 맞는다. 백신 예방률은 90%를 넘는다. 중증 예방률은 100%에 육박한다.
델타 변이도 비슷했다. 에볼라 독감 천연두보다 빠르게 번졌다. 기초감염 재생산지수는 5~9다. 환자 한 명이 5~9명에게 퍼뜨릴 수 있다는 의미다.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재생산지수가 5일 때 80%, 9일 땐 89%에게 면역이 있어야 확산이 멈춘다. 백신 예방률이 80%보다 낮으면 인구의 100%가 백신을 맞아도 백신만으로는 확산을 차단하는 게 불가능하다. 마스크 쓰기 등 보조적인 비약물적중재조치(NPI)가 계속 필요하다는 뜻이다. 확산 속도가 빨라 감염자 추적·격리가 더 이상 힘을 내지 못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감염력 높은 데다 중증환자도 많아
델타 변이 감염자의 초기 체내 바이러스 농도가 우한 바이러스 감염자보다 1000배 많다는 중국과 영국 연구 결과도 이런 내용을 뒷받침했다. 증상 시작 전에도 많은 바이러스를 내뿜어 환자를 찾아 격리하기 전에 이미 많은 사람에게 바이러스를 퍼뜨렸다.
백신을 맞아도 전파력은 떨어지지 않았다. 접종을 끝낸 뒤 델타 변이에 감염된 사람은 백신을 맞지 않았거나 한 번 맞은 사람과 비슷한 수준으로 바이러스를 분출했다. 백신 접종자가 코로나19에 걸리는 돌파감염 사례는 74%에 달했다. CDC가 매사추세츠 반스터블의 확진자를 분석한 결과다. 로셸 월렌스키 CDC 국장은 “바이러스가 많다는 건 전파 위험이 높다는 뜻”이라며 “백신을 맞은 뒤 델타 변이에 감염된 사람이 바이러스를 전파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델타 변이는 중증 위험도 크다. 캐나다 연구에서 델타 변이 감염자의 입원 위험은 우한 바이러스 감염자보다 120% 높았다. 다른 변이 감염자는 입원 위험이 59% 높아졌다. 사망 위험은 우한 바이러스와 비교해 델타가 137%, 다른 변이가 61% 컸다.
확진 급증하는 각국
미국의 신규 코로나19 환자는 지난달 30일 10만1171명이다. CDC 공식 집계에서 10만 명을 넘어선 것은 올해 2월 6일 후 처음이다. 매주 돌파감염 사례가 3만5000명 정도 보고된다. 영국에선 델타 변이에 감염된 사람 중 17%가 돌파감염 사례였다.
이런 분석에도 백신은 여전히 필요하다. 델타 변이에 감염돼 증상이 악화될 위험을 90%까지 줄여주기 때문이다. 델타 변이가 급속도로 확산하자 백신을 거부하던 미국인들이 백신을 찾기 시작했다. 루이지애나 아칸소 플로리다 미시시피 등에서 백신 접종률이 반등했다. 보수적 정치 성향 탓에 백신을 불신하는 사람이 많은 곳이다.
코로나19가 독감처럼 인류 곁에 남아 매년 영국에서만 수천 명의 인명 피해를 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제임스 네이스미스 옥스퍼드대 교수는 “집단면역 덕에 코로나19가 들불처럼 번지지는 않겠지만 독감과 비슷한 질환이 돼 인명 피해를 낼 것”이라고 했다.
이지현/이선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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