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끝내고 싶어"..친구의 이 말이 '마지막'인 줄 몰랐다
정경훈 기자 입력 2020.11.16. 06:30 수정 2020.11.16. 09:57 댓글 779개news.v.daum.net/v/20201116063018096
'극단적 선택' 92%가 사전 암시..알아차리는 사람은 21%뿐
"취업 준비만 2년째인데 버틸수록 희망이 안 보여. 이렇게 살 바에는 끝내는 게 나을 것 같아."
"취준이 다 그렇지. 너무 파고 들면서 생각하지 마. 늦었으니까 내일 얼굴 보고 얘기하자."
중앙자살예방센터(센터)가 20대 취준생과 친구의 대화를 재구성해 만든 대화 내용이다. 한동안 자살 암시 신호를 보냈던 취준생은 대화 후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센터에는 위 대화가 '자살 예방' 관점에서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설명한다. 지인의 고민 토로를 대수롭지 않게 넘기거나 섣부르게 해결책을 제시한 사례에 속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개인도 대화를 통해 '자살생각자'의 생각을 충분히 되돌려 놓을 수 있지만, 그 방법을 알아야 적절한 실천에 나설 수 있다고 조언한다.
중앙자살예방센터가 제공하는 예방 교육인 '보고듣고말하기 2.0' 동영상 캡처 화면. 중앙자살예방센터는 코로나19(COVID-19) 예방 차원에서 홈페이지를 통해 온라인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사진=중앙자살예방센터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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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의 안타까운 선택 막는 '생명지킴이'…신호를 먼저 인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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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터는 심리적인 고충을 토로하는 지인들에게 제대로 대처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생명지킴이' 양성 교육(보고듣고말하기 2.0 등)을 온라인 홈페이지를 통해 실시하고 있다. 기자가 직접 들어본 보고듣고말하기 2.0 강의의 주내용은 위험 신호를 어떻게 알아보고 공감하며, 어떻게 듣고 말해줄지에 관한 것이었다.
①1단계 '보기'...유명인의 안타까운 소식에 '과몰입' 위험 신호
1단계 '보기'는 극단적인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내는 직간접적 신호를 인지하는 과정이다. 이들은 가족·지인에게 먼저 '삶을 포기하려고 한다'는 등의 말을 꺼내는 경우가 흔치 않기에 중요하다.
'다 끝내고 싶다'거나 자기비하적인 말, 유명인의 안타까운 소식 과몰입은 눈여겨 봐야 할 신호다. 혹은 '가슴이 너무 두근거린다'는 등 신체 증상을 호소하기도 한다. 또 지속적인(2주 이상) 우울증상이나 식사를 꺼리고 주변을 정리하는 등 평소와 다른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단서를 잡았다면 "요새 안색이 안좋다" "전보다 옷차림에 신경을 덜 쓰는 것 같은데 이유가 있냐" 등 그들이 낸 신호를 활용해 말문을 틀 수 있다. 어느 정도 대화가 오가면, 자살생각자에게 '자살할 생각이나 구체적 계획이 있는지'를 직접 묻고 확인해야 한다.
②2단계 '듣기'…섣부른 해결책 제시, 충고 도움 안돼
1단계와 동시에 일어나기도 하는 2단계 '듣기'에서는 공감과 경청이 중요하다. 자살생각자는 생각이 극단적으로 흐르는 한편, 자신의 생각이 옳다고 여기는 경향이 있다. 이 상황에서 네 생각은 틀리다거나 나쁘다 등 비난이나 충고, 해결책 제시는 '도움되지 않는 듣기'에 해당한다.
'비밀 보장 약속'도 피해야 할 말이다. 내밀한 얘기를 들었기에 비밀을 보장해야 할 것처럼 생각되지만 목적은 결국 자살생각자를 전문 기관에 연결해주는 것이다. "당신 꼭 돕고 싶지만 비밀 보장은 도움이 안 되고 상황을 적절한 곳에 알리는 게 좋다"는 등의 말이 필요하다.
③3단계 '말하기'…음주 환경에 노출되지 말아야
마지막 '말하기' 단계에서는 실제적인 자살의 위험성을 확인하고 안전 약속, 도움 제공에 관한 말을 해야 한다. 1~2단계를 잘 거쳤지만 3단계에서 적절한 확인 절차를 밟지 못해 사고를 막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이때는 이미 정한 자살 방법이 있는지, 시간과 장소는 정했는지, 전에 시도한 적이 있는지 등의 질문이 필요하다. 또 '도구'를 구비해놓았다면 받아 없애는 절차를 밟고 도움을 줄 수 있는 시설을 안다며 함께 갈 것을 설득(연결)해야 한다.
기관 연결 전까지 자살생각자가 '음주' 등 위험한 환경에 노출되지 않게 해야 하며, 그의 가족 등에게 알려 고독을 피하게 해야 한다.
/사진=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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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 국가 중 인구 10만명당 자살 1위...자살사망자의 92% 암시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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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은 자살예방교육은 한국 자살률 등을 고려하면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통계청 등에 따르면 한국 자살 사망률은 인구 10만명당 26.9명으로,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보건복지부 국민정신건강실태조사 결과 올해 3분기 성인 자살생각자 비율은 13.8%로, 2018년 4.7%와 차이가 크다.
중앙심리부검센터 연구 결과, 자살사망자의 92%가 암시 신호를 보냈다. 하지만 이를 주변에서 알아차린 경우는 21%에 불과했다. 10명 중 8명은 제대로 감지를 못했다는 얘기다.
예방 교육은 암시 신호를 알아채고, 적절한 대응을 하는데 도움을 준다. 예방 교육 받은 사람 중 20%가 자살생각자를 만난 경험이 있었고, 이중 자살에 대해 물어보고 들어준 비율이 95%에 달했다. 이중 71.5%는 이들에게 전문가(기관) 정보 제공이나 연결을 해줬다.
현진희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장(대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위기에 처한 사람들에게는 지인의 아주 사소한 말도 큰 의미로 다가온다"며 "예방교육을 받는다면 '심폐소생술'하듯 사람을 구할 수 있 것인데, 센터에서 개인·기업 등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들을 제공하니 익혀두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면 자살예방 핫라인 1577-0199,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정경훈 기자 straigh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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