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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 하늘 오존층에도 구멍 '뻥'..자외선 무방비 노출 '비상'

천하한량 2020. 4. 12. 21:07

북극 하늘 오존층에도 구멍 '뻥'..자외선 무방비 노출 '비상'

이정호 기자 입력 2020.04.12. 18:59 https://news.v.daum.net/v/20200412185900180

[경향신문] 지난해 3월23일, 지구 특정 지점의 오존층을 촬영한 미국 인공위성의 특수 카메라에는 붉은색과 녹색이 어울린 익어가는 사과 같은 모습의 지구가 잡힌다. 붉은색은 오존층이 두꺼운 곳, 녹색은 상대적으로 얇은 곳이다.

그런데 꼭 1년 뒤인 올해 3월23일 촬영된 사진에는 난데없는 파란색 부위가 사진 한가운데에 넓게 퍼져있다. 파란색은 오존층이 극단적으로 얇아져 구멍이 뻥 뚫렸다는 뜻이다. 이 사진이 항상 오존층에 구멍이 뚫려 있는 남극 상공을 찍은 것이라면 이상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이번 사진의 주인공은 뜻밖에도 북극이다.

2003년 캐나다 상공에서 ‘제트기류’의 흐름을 따라 형성된 구름의 모습. 제트기류는 극지방에서 부는 강력한 바람인 ‘극 소용돌이’의 일부다. 미국항공우주국(NASA) 제공

북극 상공에 초대형 오존층 구멍이 뚫렸다는 세계 과학계의 연구 결과가 나왔다. 크기가 무려 남한 면적의 10배에 이르는 100만㎢에 이른다. 이번 이상 현상은 유럽우주국(ESA)의 인공위성인 ‘코페르니쿠스 센티넬-5P’가 지난달 초부터 말까지 연속적으로 촬영한 사진에서 좀 더 자세히 확인됐다. 관측 결과 오존층 두께가 급격히 얇아진 ‘참사’는 올 3월 들어 불과 몇 주 사이에 벌어졌다.

과학계에선 북극 전역에 측정기구를 띄웠는데 오존 농도가 급전직하한 것이 수치로도 확인됐다. 지난달 말 오존층이 집중적으로 펼쳐진 고도 18㎞에서 측정된 오존 농도는 0.3ppm이었는데, 예년 평균 농도는 이보다 훨씬 높은 3.5ppm이었다. 무려 90%의 오존이 사라진 셈이다. 태양에서 쏟아지는 유해 광선인 자외선 대부분을 흡수하는 오존층이 북극 하늘에서 자취를 감춘 것이다.

왜 북극 오존층에 구멍이 뚫렸을까. 과학계에 따르면 답은 올해 북극의 비정상적인 추위와 염화불화탄소의 묘한 관계에 있다. 오존층에 구멍을 내는 원흉은 국제 규약인 1987년 몬트리올 의정서가 채택되기 전에 헤어스프레이 분사제나 에어컨 냉매로 다량 사용되던 ‘염화불화탄소’라는 화학물질이다. 염화불화탄소는 대기로 방출되면 쉽게 분해되지 않고 지상에서 수십㎞에 이르는 성층권에 올라가 햇빛을 만나며 염소 원자를 쏟아낸다. 염소는 오존층의 ‘킬러’다. 염소 원자 1개가 오존 분자 10만 개를 파괴한다.

그런데 염소는 추위를 만나면 더욱 강하게 활동하는 고약한 성질이 있다. 유럽우주국에 따르면 염소가 오존을 공격하기 좋은 온도는 영하 80도 이하다. 아무리 하늘 높은 곳인 성층권이라지만 이 정도 추위가 일상적으로 찾아오는 곳은 남극밖에 없다. 그런데 올해는 북극 하늘에서도 이 정도 극강의 추위가 나타나면서 오존층이 뚫린 지역이 추가된 것이다.

1년 사이 북극 오존층 변화. NASA 제공

과학계에 따르면 북극이 추워진 이유는 최근 유독 강하게 유입된 서풍에 있다. 서풍이 북극 하늘에서 같은 방향으로 뱅글뱅글 도는 바람인 ‘극 소용돌이(Polar Vortex)’의 회전력에 힘을 보탠 것이다. 서쪽에서 동쪽으로 나는 여객기의 비행 시간을 단축하도록 돕는 ‘제트기류’가 바로 극 소용돌이의 일부이다. 바람개비에 입으로 강하게 바람을 불어넣으면 회전 속도가 빨라지듯 서풍을 만난 극 소용돌이의 힘도 커졌다는 얘기다.

강하고 팽팽해진 극 소용돌이는 북극에서 피어오르는 차가운 공기가 중위도 지방으로 내려가지 못하게 가두는 튼튼한 장벽이 됐다. 북극의 냉기가 오롯이 북극을 냉각시키는 데에만 쓰인 것이다. 결국 이런 추위는 북극 하늘의 염소를 자극해 오존층 파괴를 불러왔다. 독일 알프레드 베게너 연구소의 마르쿠스 렉스 박사는 국제학술지 네이처를 통해 “1979년 이후 어느 겨울보다도 더 많은 차가운 공기가 북극 상공에 있다”고 말했다.

세계 과학계에선 북극 오존층 구멍의 ‘수명’을 두고 의견이 갈린다. 유럽우주국은 공식 홈페이지에서 디에고 로욜라 독일항공우주연구원 박사의 분석을 인용해 “이번 구멍이 이달 중순까지는 닫힐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태양의 고도가 점차 높아지며 기온이 상승할 것이고 결국 오존층 구멍의 원인인 극 소용돌이의 힘도 잦아들 거라는 전망이다.

하지만 미국 노스웨스트연구협회 소속의 대기과학자인 글로리아 마니 박사는 “2011년만큼 오존층이 손실을 보고 있으며, 어쩌면 그 이상일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 위성의 분석 결과를 보면 오존을 더 파괴할 수 있는 염소가 대기에 상당량 축적돼 있다는 것이다. ‘2011년’은 북극 오존층이 이번처럼 뚫렸던 때로, 당시 구멍 크기는 올해보다 두 배 큰 200만㎢였다.

과학계에선 오존층 구멍을 유발한 서풍 유입과 극 소용돌이의 활성화가 일단 자연적인 변동일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다. 2011년에도 유사한 현상이 나타났던 게 중요한 증거라는 시각이다. 대략 10년을 주기로 이런 지구과학적 변화가 반복되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며 인간 활동의 결과로 단정지을 근거는 부족하다는 얘기다.

하지만 원인이 무엇이든 오존층 구멍이 북극에 생긴 건 남극과는 다른 문제를 만들 수 있다. 북극 주변에는 인구가 많은 국가들이 넓게 분포한다. 연구 인력을 제외하면 ‘무인도’나 다름 없는 남극과는 다르다. 북반구 고위도 지역 시민에게 ‘자외선 노출’이라는 새로운 환경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대두된 것이다. 김백민 부경대 환경대기과학과 교수는 “북극 지역의 오존층 문제는 북유럽에선 상당히 주목하고 있다”며 “향후 큰 이슈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