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층 3명 중 2명 "73세까지 일하고 싶다"
정부 제공 노인 일자리 월급 27만원.."생계 유지 어려워"
[편집자 주] '노인情'은 지금을 살아가는 노인들의 이야기를 담습니다.
https://news.v.daum.net/v/20190810100021071
"일하고 싶어도 일자리가 있어야지…평균수명 늘어 죽지도 못하는데 어떻게 먹고 사나"
지난 8일 방문한 종로구 한 인력사무소에서 김태섭(70·가명)씨는 하염없이 소파에 앉아 있었다. 하루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아침부터 인력사무소에 나왔지만 나이가 많아 불러주는 곳이 없었기 때문이다.
두 세시간씩 기다리다 운이 좋으면 나이 제한이 없는 일자리를 소개받을 때도 있다. 김씨는 자신보다 늦게 온 60대 초중반 남성들이 일자리를 얻고 떠나는 것을 묵묵히 바라보며 자리를 지켰다.
그는 "10여 년 전에 은퇴한 이후 안정적인 직장을 가져본 적이 없다"며 "기초연금만으로 생계를 유지할 수 없어서 경비일이라도 하고싶은데 그마저도 구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60대 초반까진 건설현장에도 나가봤다"며 "지금은 나이가 많아서 아무데서도 불러주지 않는다. 죽을 수도 없고 몸은 건강한데 어떻게 먹고 살아야할 지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김씨는 이날 끝내 일자리를 소개받지 못하고 빈손으로 돌아갔다.
지난달 통계청이 발표한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고령층(55~78세) 인구 3명 중 2명(64.9%)은 평균 73세까지 일하고 싶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자리를 원하는 가장 큰 이유는 생활비 마련이 60.2%로 가장 컸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우리나라 정년퇴임의 기준은 60세 안팎으로 생각되지만, 최근 통계청 조사결과에 따르면 실제 직장인 퇴직 연령은 평균 49세에 불과하다. 재취업을 하더라도 70%는 2년 안에 그만둘 정도로 노년에 안정적인 일자리를 찾긴 쉽지 않다.
종로구 인력사무소 관계자는 "현장에선 젊은 인력을 선호하기 때문에 연령대가 높으면 일을 구하기 어렵다"며 "건설현장은 60세로 제한돼있고 가사도우미나 식당일도 60대 후반이 마지노선"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월급 100만원도 되지 않는 청소부나 가사도우미를 하지 못해 아쉬운 어르신들이 천지"라며 "얼마든지 일할 수 있고 쌩쌩한데 나이가 많아 거부당하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짠하다"고 전했다.
정부는 2022년까지 노인 일자리 80만개를 제공한다는 목표를 1년 앞당겨 2021년 조기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하반기에 노인 일자리 3만개를 추가 지원해, 정부가 올해 확보한 노인 일자리는 61만개로 증가했다.
그러나 정부가 제공하는 노인 일자리의 80%는 쓰레기 줍기, 초등학교 등·하굣길 지도 등 저임금·단기 아르바이트 형식이다. 일주일에 2~3회, 하루 3시간 정도 일하고 받는 돈은 월 30만원 안팎이다.
노인들은 해당 금액으로 생계를 유지하기 어렵고, 이마저도 안정성이 보장되지 않아 불안하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올해 3월부터 노인 일자리로 쓰레기를 줍고 있는 강 모(72)씨는 "아내와 둘이 사는데 한 달에 60만원은 벌어야 월세 내고 살지 않겠나"며 "이 일을 해서 월 27만원을 번다. 걱정인 건 11월에 계약이 끝나서 겨울에는 뭐 먹고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는 것"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지금은 꾸역꾸역 살지만 아프기라도 하면 치료비가 없어서 암담하다"며 "솔직히 말해 죽지 못해 산다"고 하소연했다.
지난해까지 폐지를 줍다가 올해 노인 일자리를 신청했다는 박 모(71)씨는 "이 일도 인원초과로 뽑히지 못하는 노인이 많다. 나는 주민센터에 시켜달라고 사정사정해서 겨우 하게 됐다"며 "내년 3월에 재신청해야 하는데 뽑힐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우리도 먹고살려면 돈이 필요하고 일을 해야 하는데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며 "내년에 노인 일자리 떨어지면 다시 폐지를 주워야 할 것 같다"고 말끝을 흐렸다.
#노인 #일자리
banaffle@fnnews.com 윤홍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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