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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터루족' '헬리콥터 맘' '캥거루족'의 공통점은?

천하한량 2017. 9. 2. 16:52

최근 성인이 되어서도 부모가 자식의 뒷바라지를 해주는 경우를 주변에서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취업 후에도 부모에게 의존해 살아가는 이른바 '캥거루족'이나 자녀 주위를 맴돌며 자녀의 일이라면 무엇이든 발 벗고 나서는 엄마를 지칭하는 '헬리콥터 맘'이라는 단어가 낯설지 않다.

2일 한국노동연구원이 발표한 '청년층 경제활동상태 선택 요인' 보고서에 따르면 취업자 4290명, 미취업자 1397명 등 청년 5687명을 조사한 결과 취업자 절반 이상(53.2%)이 '부모가 생활비를 부담한다'고 답했다.

본인이 생활비를 부담한다고 응답한 청년은 26.7%에 지나지 않았다.

주거비와 생활물가가 날로 치솟는 데다 청년들이 자력으로 살아갈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한 임금을 주는 질 좋은 일자리가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10명 중 6명 "나는 캥거루족인 것 같다"

지난해 한 취업포털이 성인남녀 1061명을 대상으로 캥거루족 체감 정도를 조사한 결과 '스스로 캥거루족이라 생각합니까'라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의 56.1%가 '그렇다'고 답했다.

'경제적으로 부모님의 지원을 받고 있기 때문'이라는 답변이 62.0%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어 '경제적으로도, 인지적으로도 독립하지 못했기 때문'(19.7%),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부모님의 도움을 받아야 마음이 편하기 때문'(14.1%) 등이었다.

결혼해 독립했다가 전세난 등으로 부모 집으로 다시 돌아가는 사람을 빗댄 '리터루(returoo)족'이라는 신조어도 생겨났다.

'돌아가다'와 '캥거루족'의 합성어인 '리터루족'은 결혼 후 독립했다가 전세난과 육아 문제 등으로 부모 집으로 다시 돌아가는 이들을 뜻한다.

리터루족이 증가함에 따라 주거 트렌드도 변해 기존에 인기가 높던 중소형 아파트 대신 부모와 자식 부부가 함께 살 수 있는 중대형이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에 관련업계는 주거비 부담을 줄이는 것은 물론, 부모 부양과 육아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최근 주택산업연구원이 실시한 세대 통합형 주택공급 활성화의 필요성 조사결과에서도 '세대를 통합해 살 생각이 있냐'는 질문에 합가 의향을 보인 응답자는 19.5%였다. 정부 지원이 이뤄진다면 합가를 고려하겠다는 응답자도 62.1%인 것으로 나타나 80%에 해당하는 가구가 세대 통합 거주에 긍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다만 통합 거주 조건으로 80%가 넘는 응답자가 사생활이 보장되는 복층형 구조의 주택 또는 세대 구분형 주택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리터루족 등장, 주거·양육 트렌드 변화

이같은 리터루족의 등장은 자연스레 ‘할빠’와 ‘할마’를 탄생시켰다. ‘할빠’는 할아버지와 아빠의 합성어, ‘할마’는 할머니와 엄마의 합성어다.

부모 대신 조부모가 아이를 돌본다는 뜻을 함축하고 있다.

맞벌이 부부가 늘어나면서 하루 종일 손주를 돌보는 조부모들이 늘고 있다. 50~60대부터 많게는 70대 어르신들이 자식 대신에 손자녀를 돌보고 있는 상황이다.

육아정책연구소의 육아정책포럼 ‘맞벌이 가구의 가정 내 보육 실태 및 정책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맞벌이 부부 10쌍 중 6쌍이 조부모에게 아이를 맡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2년 50%에서 지난해 63.8%로, 4년만에 10%포인트 이상 증가했다.

◆성인 되어서도 부모 도움 받을 수 밖에 없는 사회

하지만 손자녀를 돌보는 조부모들은 이른바 ‘손주병’을 앓고 있는 현실이다. 육아 노동의 무게가 결코 가볍지 않기 때문.

실제 손주를 안아주고 놀아주면서 관절염이나 스트레스 등 몸 건강뿐만 아니라 정신 건강에도 이상이 생겨 여러 질환을 호소하는 노년층이 증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제 성인이 되어서도 부모의 도움을 받는 일은 드문 사례가 아닌, 범사회적 현상으로 차츰 굳어가고 있는 추세라고 말한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