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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수출 위태..금융위기 때보다 심각

천하한량 2016. 2. 22. 20:01

한국 경제의 중심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수출이 급감하고 있다. 자원이 빈약한 한국경제를 논할 때 우리는 늘 "수출이 살길이다."라고 말해왔다. 해외에서 자원을 수입해서 제품으로 가공한 뒤 외국에 되팔아 돈을 벌어왔다. 이렇게 속된 말로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에서 수출이 급감한다는 것은 먹고 살길이 막막해지는 꼴이다.

통계를 살펴보자. 세계무역기구 WTO가 집계한 올 1월 한국의 수출액은 366억 2천3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8% 줄었다. (참고로 관세청이 집계한 2월 들어 20일까지 수출액은 221억 6천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3% 줄어 급감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1월 한국의 수출액 감소율은 상대적으로 아시아 다른 나라보다도 컸다. 이 기간에 일본이 수출액은 452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8% 줄었고, 중국의 수출액은 1,774억 7천500만 달러로 11.2% 감소했다. 같은 기간 대만의 수출액은 221억 9천600만 달러로 12.9% 줄었다.

한국의 수출 감소율 18.8%는 현재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대표적인 나라인 브라질의 수출감소율 17.9%보다도 크다. 브라질은 현재 국제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로부터 국가신용등급이 'BB+'에서 'BB'로 강등당할 정도로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다. 다만 한국은 인도네시아의 -20.7%나 싱가포르의 -20.7% 보다는 지난달 수출이 덜 줄었다.

문제는 한국의 수출이 추세적으로 계속 악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의 수출액은 지난해 전체로는 8.0% 감소했지만, 그 양상이 심각하다. 수출감소율은 1분기에 -3.0%, 2분기 -7.3%, 3분기엔 -9.5%, 4분기 -11.9% 로 등 갈수록 감소 폭이 커지고 있다.

한 번 꺾인 추세는 되돌리기가 쉽지 않다. 더구나 2015년의 수출 감소율은 지난해 연말부터 시작된 국제원유가 하락과 올 들어 폭발한 중국경제위기가 모두 반영되지 않은 결과이다. 따라서 올 들어 경제상황은 더 악화될 개연성이 높다.

올 들어 나타난 한국의 전년대비 수출 감소율은 2009년 금융위기 때보다 심각하다. WTO의 자료를 보면 2009년 당시 한국의 전년대비 수출 감소 폭은 13.9%였다. 당시 한국의 수출감소 폭은 중국(16.01%)이나 일본(25.7%), 타이완(20.3%), 인도(15.3%), 인도네시아(14.3%)보다 작았다. 그러나 올 들어서는 이들 국가보다 감소 폭이 더 큰 실정이다.

한국의 수출이 올 들어 급감한 원인으로는 ▲대중국 수출 급감 ▲유가 하락에 따른 수출단가 급락 ▲전 세계적 교역규모 감소 등이 꼽히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수출의존도가 높은 대(對)중국 수출이 가파르게 꺾이고 있다. 대중국 수출 규모가 전체 수출의 4분의 1에 달한다. 그런데 대중국 수출 감소 폭은 지난해 11월 6.8%에서 12월 16.5%, 올 1월에는 21.6%로 확대됐다.

세계 경제의 엔진 역할을 해 온 중국 경제가 둔화하면서 중국으로의 수출이 타격을 입었다. 한국의 대중국 수출의 70% 정도가 중간재인데, 중국 경기가 둔화하면서 한국 수출이 줄고 있는 것이다.

국제유가 하락도 한국 수출 감소에 영향을 주고 있다. 한국 수출 품목의 약 17%가 석유 제품 등 유가 관련 품목인 데다, 유가 하락이 제품의 단가 하락으로 이어져 수출액 감소를 부르고 있다.

전 세계적인 교역 규모 감소도 한국 수출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세계무역기구의 집계에 따르면 전 세계 수입액은 2014년 17조 5천480억 달러에서 지난해는 15조 3천290억 달러로 12.7% 줄었다. 같은 기간 수출액도 17조 870억 달러에서 15조 2천150억 달러로 11.0% 감소했다. 이를 합친 전체 교역액 역시 2014년 대비 2015년 11.8% 줄었다. 전 세계적으로 사지도 팔지도 않는 교역 정체 속에 한국의 수출이 타격을 받는 것은 불가피했다.

지금은 어디를 둘러봐도 기댈 곳이 없어 보인다. 한국 수출의 약 25%를 차지하는 중국의 경기가 갈수록 둔화하는 데다 유가 하락과 세계 교역량 감소 등의 악재가 겹쳐있다. 그리고 이런 문제는 단기간에 해결될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

백진원기자 ( jwhite@k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