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로운소식 ▒

썩을대로 썩은.. 국제축구연맹인가, 도적떼인가

천하한량 2015. 12. 5. 19:55

"어둠 속에 숨어 있는 부패한 자들은 수사망을 피하지 못할 것이다. 이들은 신뢰를 배신하고 비양심적으로 막대한 규모의 비리를 저질렀다."

국제축구연맹(FIFA)의 부패를 수사해온 미국 검찰이 4일(한국 시각) 전·현직 FIFA 집행위원 5명을 포함한 축구계 고위 인사 16명을 뇌물 수수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현직 FIFA 부회장 2명을 포함한 이들은 중계권과 마케팅 권리를 대가로 총 2억달러(2330억원)가 넘는 뇌물을 받았다.

로레타 린치 미 법무부 장관은 이날 워싱턴DC 법무부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6명을 추가 기소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5월 기소된 14명을 포함하면 FIFA 관리 30명이 비리로 수사를 받게 됐다. 3일 스위스 경찰이 새벽 취리히의 한 호텔을 덮쳐 FIFA 최고위직 인사 10명을 체포한 가운데 나온 조치다.

◇"부패가 넘치는 조직"

236페이지에 달하는 기소장은 16명의 비리 혐의뿐 아니라 FIFA와 국제 축구계가 얼마나 썩었는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최소한 지난 24년간 FIFA와 미대륙 축구연맹들은 부정이 '흘러넘치는(flourish)' 조직이었고, 부패가 거미줄처럼 뻗어 성한 곳을 찾기 어려울 지경이었다. 한 사람의 부정이 발각돼 자리에서 물러나면, 후임자는 재빨리 똑같은 방식의 부정을 시작했다.

이들은 뇌물 상납 구조도 갖고 있었다. 한 국가의 축구협회장과 대륙연맹회장이 함께 부정을 저지르고 나눠가졌다. 뇌물 금액을 '협상'하고, 뇌물 적발을 우려하는 이에게는 '내 아내가 받으니 걱정하지 마라'고 안심시키기도 했다. 심지어 범죄 수사가 본격화된 올해 5월 이후에도 부정을 멈추지 않았다. 돈을 빼돌리기 위해 수단과 방법도 가리지 않았다. 세무 당국을 피하려고 현금을 다발째 '밀수'하는 경우도 있었고, 추적이 어려운 은행 안전금고도 애용했다. 차명 부동산 구입을 위해 가족과 친척을 동원하는 건 기본이었다. 이들의 혐의 내용은 뇌물 수수·사기·돈세탁 등으로 총 92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소 대상자 중에는 라파엘 카예하스 전 온두라스 대통령도 있었다. 카예하스 전 대통령은 1994년 퇴임 후 FIFA에서 마케팅 및 TV위원회 위원을 맡으면서 부정을 저질렀다. 전 FIFA 회장 주앙 아벨란제의 사위인 히카르두 테이셰이라 전 브라질축구협회장도 기소됐다.

미 법무부는 이들의 범죄가 '뻔뻔하고(brazenness), 광범위(breadth)하다'고 했다. 알프레도 아위트 부회장과 카예하스 전 대통령은 2012년 10여년간의 중계권을 대가로 60만달러(7억여원) 뇌물을 챙기고, 이를 파나마에 있는 아위트의 부인 계좌로 송금하게 했다. 비리 수사가 시작되자 아위트 부회장 등 공범 3명이 한자리에 모여 "우리 셋 다 X됐다"고 말한 증거까지 미 검찰은 확보했다.

◇북중미에 이어 남미까지… 다음은 블라터?

지난 5월 미 검찰에 1차로 기소됐던 14명 중 FIFA 인사는 9명이고, 이 중 7명이 북중미카리브해연맹 소속이다. 이번에는 앙헬 나포우트 남미축구연맹 회장을 비롯해 브라질·아르헨티나 출신 등 남미 축구계 인사들이 걸려들었다. 지난 5월 기소됐던 제프리 웹 전 FIFA 부회장은 1000만달러 보석금을 내고 전자발찌를 찬 채 가택연금을 당하고 있다. 외신들은 미 법무부가 'FIFA 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한 가운데 제프 블라터 FIFA 회장까지 수사가 확대될지 주목하고 있다. 자신의 4선 지지를 대가로 미셸 플라티니 유럽축구연맹(UEFA) 회장에게 뇌물 24여억원을 준 제프 블라터 회장은 FIFA 명예회장 자리를 노리는 것으로 최근 알려졌다.

'스위스 취리히 호텔 습격 검거' 이후 열린 회의에서 FIFA는 회장 등 고위직의 임기 제한 등을 담은 개혁안이 집행위원회 회의에서 만장일치로 승인됐다고 발표했다. 개혁안은 FIFA 회장 임기를 12년으로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 Copyrights ⓒ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