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묘지에서 발견한 보화들...
제가 좀 별난지 모르겠습니다.
유럽 여행을 가면 왜 그렇게 묘지를 찾아다니는지...
유럽의 공동묘지에는 우리가 이름이라도 기억하는
음악가들, 작가들, 예술가들의 무덤이 있어서 그들의 묘를 찾아보는 일은
마치 보물찾기 하는듯이 매우 흘미로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오스트리아 비엔나에 있는 중앙묘지 Central Cemetry에 있는 악성 (樂聖)들의 묘
음악의 도시 비엔나의 중앙 묘지에는
악성 (樂聖)이라고 불리우는 베토벤, 슈베르트, 브람스,
모짜르트(무덤은 어디에 있는지 모르고 기념비만)와 요한 스트라우스의 묘가
음악의 도시답게 한자리에 모여 있어서 많은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습니다.
체코의 프라하에서는 비가 내려 축축한 날 유대인지구에 있는
유대인들의 묘지에 간 적이 있습니다.
이태리의 피렌체의 산타 크로체 성당에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 미켈란젤로, 롯시니,
단테(기념비만, 묘는 라벤나에), 갈릴레오 등...이태리의 유명인사들 수백명의 묘가 있고
밀라노에는 오페라 작곡가 베르디의 묘가 그가 세운 음악가의 집에 있고
피사에는 중세귀족들의 묘가 있는 캄포산토 묘당이 있는데
이곳에 있는 프레스코화 벽화가 유명하지요.
산 미켈레 섬 공동묘지 San Michele Cemetry
물의 도시 베니스에는 배(수상버스)를 타고 가야만 하는 작은 섬,
산 미켈레 섬 전체가 공동묘지입니다. 이곳에도 러시아의 발레단 창시자 세르게이 디아길레프,
러시아 작곡가 이고르 스트라빈스키, 미국의 시인 에즈라 파운드 등의
무덤이 있는데 이곳에 갔을 때 찾지는 못했습니다.
빠리 시내에 있는 나폴레옹의 묘는
황금돔이 빛나는 건물에 있어서 나폴레옹의 권위를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러한 왕이나, 귀족들의 묘지 보다는
공동묘지에 묻힌 평범한 사람들...
가난과 질병, 고독에 시달리면서도 창작의 열정으로 가득차 있던
예술가들의 묘지를 찾아보는 것이 더욱 흥미롭습니다.
빠리의 3대 공동묘지 중 가장 큰 페르 라 쉐즈 묘지에는
프레데릭 쇼팡, 샹송가수 에디뜨 삐아프, 이브 몽땅과 그의 아내, 그리고 오스카 와일드,
오페라 작곡가 롯시니의 빈무덤(유해는 이태리 산타 크로체성당에) 등이 있고
빠리 근교, 빈센트 반 고흐가 마지막 2개월 정도 살았던 오베르 쉬즈 와즈에는
고흐가 즐겨 그렸던 밀밭 옆에 있는 작은 규모의 공동묘지에
테오와 함께 나란히 묻혀 있는 고흐의 무덤도 있지요.
위에 열거한 묘지들에 대해서는 저의 여행기에 다 있습니다.
몽파르나스 묘지
이렇게 기억해 보니 유럽의 묘지들을 어지간히 많이 다닌 셈인데
이번 여행에서도 독일 라이프치히에 있는 성 토마스 성당 안 제단 바로 앞에 있는
음악의 아버지 요한 세바스찬 바흐의 묘를 보았고 프랑스 근교 지베르니의 교회묘지에 있는
수련의 화가 모네의 묘도 둘러보았습니다.
또한 빠리의 근교에 있는 다른 두 묘지, 몽마르트 묘지와 몽파르나스 묘지에도
이름 정도라도 알만한 인사들의 묘가 있어서 시내의 뮤지엄을 제치고
그곳에서 몇몇 인사들의 무덤을 찾는다고 이틀을 헤메고 다녔습니다.
하루는 몽파르나스 묘지를, 하루는 몽마르뜨 묘지를...
몽파르나스 묘지에서 만난 장례행렬
몽파르나스 묘지에는
알만한 이름으로 음악가 생상, 작가 모파상, 보들레르
그리고 싸르트르와 그와 51년간 계약결혼을 하였던 시몽 보봐르의 묘가 있습니다.
흥미롭지요? 뭐 제가 생상, 모파상, 보들레르, 싸르트르와 보봐르 등에 대해서
잘 아는 바는 아니지만 그래도 이름이라도 알고 있으니 찾아가 보고 싶은 곳이었지요.
빠리는 전철 지도만 있으면 어디든 찾아다니기가 그리 어렵지는 않아서
전철을 몇번 바꿔타기는 했지만 쉽게 찾을 수 있었습니다.
묘지 입구에는 이곳에 묻힌 위에 언급한 인사들의 지도가 있어서
이들을 찾아나섰는데 다른 사람들은 쉽게 찾을 수 있었지만
모파상의 묘지는 도무지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이 손가락으로 가르킨 지역을 아무리 헤메여도
얼른 눈에 띄지 않는거예요. 거의 문을 닫을 시간이 다 되어가는데...ㅋㅋ
결국은 경비를 보는 직원에게 가서 못찾겠다고 하니
이번에는 함께 가 주더군요. 고맙게도...
사이의 강남스타일 덕을 보았습니다.
흑인이었는데 어디에서 왔느냐고 해서 미국에서 왔지만
한국사람이라고 하니까 강남스타일 흉내를 내더군요. ㅎㅎ
그렇게 해서 겨우 찾을 수 있었던 모파상 (Guy de Maupassant, 1850 - 1893)의 묘입니다.
지병인 정신질환이 있어서 자살을 시도하기도 했던 모파상은
정신병원에 수용되었다가 발작을 일으켜
43세의 짧은 생을 살았지만 우리에게 많은 단편소설을 남겼지요.
오래 전에 "빠리의 에펠탑과 모파상"이라는 제목의 포스팅이 있습니다.
http://blog.chosun.com/triocavatina/525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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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마르뜨 언덕...
예술가들의 꿈과 낭만과 애환이 서린 곳이라는 몽마르뜨 언덕의
사크레 쾨르 사원 앞에는 관광객들로 넘쳐나고 있었고 누군가 공을 가지고
멋진 묘기를 보이고 있어서 사람들은 사진찍기에 여념이 없었습니다.
이곳에서 장난감같은 관광 트레일을 타고 빨강풍차라는 이름의
물랑루즈가 있는 피갈의 몽마르뜨 묘지 앞에 내려 달라고 했습니다.
시내를 돌아 묘지 앞에 내려서 낙서가 마치 현대미술 같이 그려진
길 모퉁이를 돌아 계단을 내려가니 묘지 입구가 나옵니다.
몽마르뜨 묘지
몽마르뜨 묘지를 꼭 와 보고 싶었던 이유는
이곳에 작가 에밀 졸라, 화가 밀레와 드가, 시인 하이네 등의 묘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환상교향곡의 작곡가 베를리오즈와
호프만의 뱃노래의 작곡가 오펜바흐가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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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리인 부모에게서 이집트의 수도 카이로에서 출생하여 1954년에
미스 이집트가 되었던 미모의 샹송가수 달리다 (Dalida: 1933 - 1987),
영화배우가 되기 위해 빠리에 왔지만 노래공부를 하게 되어
2년만에 가수로 성공하지만 그녀가 사랑한 사람들 3명이 모두 자살을 하였고
그녀도 자살을 시도하기도 하다가 결국 54세의 나이에 자살로
화려했던 생을 마감하고 여전히 미모를 자랑하는 모습으로
몽마르뜨 묘지에 있었습니다.
묘지의 문을 닫는 해질 녁....
남편의 묘에 다녀가는 것인지 부모님의 묘에 다녀가는 것인지
물통과 대야를 들고 돌아가는 여인의 뒷모습이,
그리고 보라빛 벨벳 모자가 마음을 서늘하게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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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지에서 나와 시내쪽으로 조금 걸어가니 빨강 풍차가 있는 건물이 보입니다.
19세기 화가 앙리 로트렉이 한쪽 구석에 앉아서 무희들을 그렸다는 물랑루즈...
로트랙의 포스터들이 유명하지요.
물랑루즈.. 쇼를 보러 들어가는 사람들이 줄을 길게 서 있었습니다
예술가들의 애환이 서려있던 곳, 캉캉춤을 한번 볼까 망설이다가
지금은 관광객 상대의 저급한 쇼를 하고 있다는 말이 생각나서
어두워지기 전에 서둘러 호텔로 돌아와 버린
얌전한 첼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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