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총액 세계 5위 GE의 글로벌 성장 이끄는 존 라이스 부회장]
미국내 매출비중 2001년 65%→2012년 48%→2020년 20%
'15분 만에 짐 싸는 사나이'… 1년에 40개國출장, 건강 유지 비결은 홍삼 농축액
-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 연사로
상하이·베이징이 다 다른데 중국이 하나의 시장인가?
세계화와 현지화의 균형, 선택과 집중이 절실한 시기
- 향후 10년간 GE가 겪을 세상은?
세계 경제 거친 바다처럼 출렁일 것
지역을 불문하고 정부 장악력 커져
관세ㆍ비관세 장벽 높아진다는 얘기
- 디지털 스피드 가속화
60억 인구가 방에서 손가락 하나로 의견 표시하고 집단행동 하는 시대
정부도 기업도 투명하지 않으면 낭패
지난 18일 홍콩 금융 중심지 센트럴(中環)의 업무 빌딩인 원익스체인지스퀘어 33층 사무실에 들어서자 키가 190㎝ 가까운 존 라이스(Rice) GE(제너럴일렉트릭) 부회장이 "웰컴(Welcome)"을 외치며 성큼 걸어와 기자를 맞았다.
회 사에 들어서서 안내 데스크 바로 옆 그의 방에서 인터뷰를 시작하기까지 채 1분이 걸리지 않았다. 그는 소파에 앉자 마자 "어떠한 질문을 다 던져도 좋다"고 말했다. 사진에서 미리 본 수줍은 표정과 달리 인터뷰 내내 그의 어투에선 미국인 특유의 저돌성이 그대로 묻어 나왔다. 회의실을 마다하고 자기 사무실 소파에 몸을 묻고 기자와 1m도 떨어지지 않은 거리에서 인터뷰를 하는 그의 모습에서 격식을 따지지 않는 실용적인 성격이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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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다녀온 나라가 어디냐고 묻자 그는 곧바로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에 각각 세 번, 그리고 파키스탄·오만·튀니지"라고 대답했다. 그는 잠시 생각하더니 "알제리·스위스·영국·독일·체코·이탈리아·싱가포르·필리핀·미국·중국도 다녀왔고, 다음 주엔 한국과 일본도 방문 예정이며, 5월엔 인도, 7월엔 라틴아메리카를 방문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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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21세기에 살아남는 길은 20세기를 지배한 공식과 다른 방식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그 공식이란 현명한 세계화 전략이다. 그는 마치 강연을 하듯 설명하기 시작했다.
"GE 는 130년 넘게 글로벌 프랜차이즈 비즈니스를 발전시켜 왔다. 하지만 본부 책상머리에 앉아 160개가 넘는 시장에 대해 결정을 내리는 게 가장 큰 문제였다. 상하이, 베이징, 시안, 충칭 등 도시마다 환경이 천차만별인 중국을 하나의 시장으로 보는 것과 같은 문제가 여기서 나온다. 우리는 세상을 제대로 들여다볼 다른 렌즈가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하게 됐고, 2010년 글로벌 성장 운영 부문을 신설했다. 우리의 규모와 경쟁력을 최대한 레버리지 하기 위해서였다.
그렇다고 지역마다 작은 GE들을 다 세울 순 없다. GE에서 제트 엔진을 구매한 국가들은 저마다 자기 나라에 제트 엔진 서비스센터를 세우길 원하지만, 그것은 경제적인 결정이 아니다. 그래서 우리는 선택을 해야 한다. 글로벌 성장 운영 부문은 그룹이 좀 더 효율적으로 자원을 배분하고 투자를 실행할 수 있도록 방향을 제시한다."
요약하자면 현명한 세계화 전략이란 세계화와 현지화의 균형, 그리고 선택과 집중인 셈이다.
각 종 보너스와 스톡옵션 등을 포함한 그의 작년 연봉은 약 280억원에 이른다. 시간당 320만원을 번 셈이다. 오는 26~27일 조선일보가 주최하는 '제4회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에 연사로 초청된 그를 미리 만나 320만원어치 한 시간을 가로채 '직설' 인터뷰를 가졌다. 그는 인터뷰에서 '여정(journey)', '균형(balance)'이라는 단어를 즐겨 사용했다.
―1년에 보통 40여 개국을 다닌다고 들었다. 그렇게 많이 다니는 이유는?
" 각 지역에서 고객과 시장을 직접 경험하는 매니저들은 우리에게 매우 소중한 인적 자산이다. 나는 주로 혼자 출장을 다니면서 그들과 함께 직접 고객을 만나고 현장 정보를 얻는다. 해당 지역 직원들과 한 차를 타고 다니다 보면 걸러지지 않은 생생한 정보를 들을 수 있다. 회사가 무엇을 잘하고 있고, 앞으로 무엇을 더 잘할 수 있는지 알게 된다."
―GE는 2020년까지 전체 매출의 80%를 미국 바깥에서 올릴 계획을 가진 것으로 아는데 전략은?
" 지난해 우리가 100만달러 이상의 수주를 딴 나라가 모두 164개국이다. 이 중 20개국에선 각각 10억달러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가장 중요한 것은 글로벌 기술과 지역의 수요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는 것이다. 예를 들어 중동 사막에서 쓸 엔진은 열·바람·모래를 견딜 수 있어야 하며, 고원 지대의 엔진과는 달라야 한다. 우리는 획일화된 기술로는 살아남을 수 없는 시대에 살고 있다. 우리는 세계 톱클래스의 기술을 개발함과 동시에 그것을 로컬 시장의 니즈에 맞게 현지화하는 이중의 과제를 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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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에 40개국을 출장 다니는 존 라이스 GE 부회장은 15분 만에 출장 짐을 쌀 수 있다. 그렇게 짐을 빨리 싸기 위해서는 가방을 자주 바꾸지 않아야 한다. 그래야 가방의 어디에 어떤 물건을 넣을지 익숙하고 외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15년간 똑같은 서류 가방을 들고 다니다 너무 낡아져 최근에야 바꿨다고 했다.
그와 인터뷰를 하는 동안 책상 한쪽 구석에 낯익은 용기가 눈에 띄었다. 한국산(産) 홍삼 농축액이었다. 그는 비밀을 들켜버렸다는 쑥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몇 년 전부터 친구가 권해 준 한국 홍삼을 먹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건강 유지 비결은 한국산 홍삼과 세계 어디로 가든 매일 새벽 5시에 하는 아침 운동이다.
◇앞으로 10년간 어디서나 정부 규제 강해질 것
―앞으로 10년간 GE가 경험할 세계는 지난 10년과 어떻게 다를까?
“지역에 따라 엇갈릴 것이다. 앞으로 3~5년간 유럽의 일부 나라는 역풍을 계속 맞을 것이고, 이에 따라 세계 경제도 거친 바다처럼 출렁일 것이다.
중 요한 변화 중 하나는 정부의 역할이 커진다는 것이다. 지역을 불문하고 정부들은 스스로의 운명을 결정하는 데 장악력을 높이고 있다. 우리 같은 기업에 그것은 관세나 비관세 장벽 같은 ‘규제 행동주의(regulatory activism)’를 의미한다. 한국에도 새 대통령이 들어섰다. 그는 기업의 비즈니스 관행과 투명성에 대해 강한 소신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이런 상황은 다른 나라들도 비슷할 것이다.
내가 또 하나 눈여겨보는 것은 디지털 세상에서 스피드가 가속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아랍의 봄’이나 ‘월가를 점령하라’ 시위를 보라. 요즘 사람들은 시위를 하기 위해 시청 광장으로 갈 필요가 없다. 60억 인구가 자기 방에서 손가락 하나로 의견을 표현하고 집단행동을 할 수 있는 시대다. 이는 정부뿐 아니라, 우리 같은 기업의 행태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만일 정부나 기업이 투명하지 않거나 윤리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면 그것이 큰 은행이든 GE든 튀니지 정부이든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예전엔 없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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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 비밀이다. 내가 말하는 순간 거기 포함되지 않은 지역이나 사업 담당자들이 미쳐버릴 것이기 때문이다(웃음). 지난 10년간 우리는 사회적 생산 기반(infrastructure) 분야에 자본을 집중 투입했다.
지 금도 세계에는 전기와 물, 병원 등등 기본 생활 조건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사는 사람이 20억명에 이른다. 심지어 미국과 한국에도 그런 사람들이 있다. 수요는 무궁무진하다. 우리는 그들에게 솔루션을 제공한다. 물론 이는 자선이 아니며, 궁극적으로 주주들에게 이익을 환원시키기 위한 과정이다. 하지만 결국은 한 국가의 양극화 해결과 민주주의 정착으로까지 연결되고 있다. 최근 진출한 미얀마 시장이 좋은 예다. 미얀마가 GE의 매출에 중요한 비중으로까지 자라기 위해선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미얀마 정부는 국민에게 민주주의와 함께 삶의 질이 개선되고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사회적 생산 기반 건설에 매진하고 있다.”
―2020년까지 글로벌 부문을 80%로 키운다는 건 거꾸로 미국 비중이 20%로 줄어든다는 말인데, 미국의 시대가 저무는 것인가?
“미 국은 적어도 내가 살아 있는 동안엔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시장으로 남을 것이다. 문제는 다른 나라들의 성장 속도가 미국이나 서유럽보다 빠르다는 데 있다. 현재 금융을 제외한 산업 부문 매출이 1000억달러 정도인데, 이 중 40% 정도가 개도국에서 발생하고, 나머지는 미국·유럽·일본에서 생긴다. 신흥시장은 두 자릿수로 성장하는데, 서유럽의 일부 지역은 전혀 성장하지 않는다.
그 러나 ‘이것 아니면 저것’ 식은 결코 아니다. 신흥시장만 중요하고 선진국은 의미가 없다는 식이 아니라는 것이다. 사람들은 유럽이 곤경에 처해 성장도 투자 기회도 없을 거라 말하지만, 그건 남유럽 일부 국가에 국한된 얘기다. 1억4000만 인구의 동유럽은 여전히 인프라 건설이 활발하다. 유럽이라는 하나의 이름으로 모든 지역을 동일시할 순 없다. 마찬가지로 아시아도 하나의 시장이 아니다. 아시아라는 이름 하나로 정의 내리는 건 불가능하다.”
―하지만 미국의 제조업은 힘을 잃었고, 일자리는 잘 늘어나지 않고 있다.
“일 자리 문제에 대해 한 가지 밝혀두고 싶은 게 있다. 일자리라고 하면 사람들은 흔히 제로섬 게임을 떠올린다. 내가 중국에 일자리 하나를 만들면 미국이나 서유럽에 일자리 하나가 줄어든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잘못된 생각이다. 일자리는 시너지(synergy)다. 보잉이나 에어버스가 중국에 비행기를 수출하고, 우리가 두 회사에 비행기 엔진을 팔기 때문에 미국에 수천 개의 일자리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우리가 글로벌 시장을 이용하기 때문에 일자리가 생기는 것이다. 일자리란 ‘여기 아니면 저기’ 식이 아니다.”
◇GE에서 35년간 일한 건 늘 배우는 회사이기 때문
라이스 부회장에게 GE는 첫 직장이고 35년을 일했다. 미국은 물론 한국에서도 이례적이다.
―35년간 GE에서 일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경험은 무엇인가?
“그 질문을 ‘왜 나는 35년 동안 GE에 계속 남아 있을까’라고 바꿔도 되겠나? 그 질문에 세 가지 대답이 있다.
첫째,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사람들과 함께 일한다는 점이다. 우리가 하루 중 그렇게 긴 시간을 직장에서 보내는데,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좋은 사람이면 더 좋을 것이다.
둘 째, GE는 늘 배우는 문화를 가진 회사다. 오늘의 나는 작년의 나보다 더 나은 리더가 돼야 한다. 또한 내년엔 올해보다 더 성장해야 한다. 이는 실수에서 배우고, 새로운 나라와 문화, 시장, 제품에서 늘 배우려는 문화가 있어야만 가능하다.
셋 째, 여기서는 중요한 일을 할 수 있다. 세상엔 돈을 버는 여러 길이 있지만, 가능하다면 중요한 일에 노력을 기울이고 싶다. 인생은 하찮은 것에 신경을 기울이기에 너무 짧다. 나의 기억할 만한 경험은 모두 이러한 것으로부터 비롯됐다.”
GE의 글로벌 부문 본부는 원래 영국 런던에 있었다. 2001년 GE가 항공기 부품업체 하니웰을 인수하려다 EU의 승인을 못 받아 무산된 뼈아픈 경험을 치른 뒤 브뤼셀로 옮겼고, 2010년 글로벌 부문을 글로벌 성장 운영(Global Growth & Operations) 부문으로 통합·확대되면서 홍콩으로 옮겼다.
―왜 글로벌 본부를 홍콩에 뒀는가?
“우 리가 미국에 머무른다면 세계의 고객들이 우리의 글로벌 비즈니스 의지를 진지하게 보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홍콩을 택한 데는 상징적인 이유도 있고, 실용적인 이유도 있다. 실용적인 의미란 홍콩이 드나들기 편하고, 자본 거래와 무역이 개방돼 있다는 점이다. 상징적인 이유는 지금 전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지역 중 하나인 아시아의 한가운데 있다는 점이다. 홍콩은 중국에 속해 있으면서도 분리된 일국양제(一國兩制)를 택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여기에 있다고 해서 중국만 중요하다고 보는 건 결코 아니다.”
◇GE에 취직하려면 제너럴리스트보다 스페셜리스트가 돼라
―새로운 직원을 채용할 때 중시하는 것은?
“아 까 이야기한 GE의 기업 문화에 맞는 사람인가가 가장 중요하지만, 또 하나 중요한 것은 뭔가 하나라도 남달리 잘하는 게 있는 사람인가이다. 1980년대나 1990년대엔 여러 가지를 적절히 아는 제너럴리스트형 관리자가 통할 수 있었다.
하지만 요즘 같은 세상에서 직장을 가지려면 처음엔 뭔가 하나라도 남들보다 잘하는 게 있어야 한다. 그게 금융일 수도 있고, 엔지니어링일 수도 있다. 일단 뭔가 하나에 강한 상태로 출발하고, 다른 일반적인 기술들은 승진을 해가면서 배우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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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라이스 부회장은 35년 GE 생활 동안 세 명의 회장을 모셨다. 그렉 존스(Jones)가 3년, 잭 웰치(Welch)가 20년, 제프리 이멜트(Immelt)가 나머지 12년이었다. 세 명 중 누가 가장 인상에 남느냐는 질문에 그는 즉답을 피하는 대신 세 사람의 장점에 대해 이야기했다.
“존스 때는 내가 너무 신참이어서 그가 내 이름도 몰랐을 것이다. 잭(웰치)과 제프(이멜트)에게서는 지금과는 다른 길, 더 좋은 길을 찾아내는 힘을 배웠다. 그리고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법으로 점들을 연결하는(connecting dots) 능력을 배웠다. 트렌드와 기회를 포착하고, 바꿀 수 있는 것과 바꿀 수 없는 것을 구별해 내는 능력을 배웠다.
리더십은 과학이자 예술이다. 그 요체는 어제의 아이디어 중에서 별로 좋지 않아 바꿔야 할 것과 완벽해서 바꿀 필요가 없는 것을 구별해내는 것이다. 이게 어려운 이유는 세상은 움직이는 표적(moving targets)들로 가득하고, 사람이 바뀌는 속도보다 상황이 더 빨리 변하기 때문이다. 리더는 또 단순 명쾌하게 말해야 한다. 리더는 혼란 속에서 질서를 만들어내는 사람이다. 이런 덕목을 잭과 제프에게서 배웠다.”
―당신이 생각하는 리더십의 정의는?
“간 단하다. 하겠다고 말한 것을 실천으로 옮기고, 되겠다고 한 그 사람이 되라는 것이다. 이는 당신의 투자자와 고객, 직원들에게 하는 약속이다. 도대체 누가 오로지 더 높은 다음 자리에만 신경을 쓰고, 거짓말을 일삼는 상사를 믿고 따르겠는가.”
―가장 존경하는 리더는?
“기 업가는 아니지만 싱가포르의 리콴유(李光耀) 전 총리를 꼽고 싶다. 30년 전 그가 내린 결정으로 작은 섬나라가 세계경제 강국이 됐다. 그는 교육과 경제에 대해 용기와 확신을 가지고 매우 중요한 결정을 내렸다. 모든 사람이 영어를 쓰도록 해 싱가포르를 글로벌한 장소로 바꾼 것도 포함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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