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노컷뉴스 김리선 기자]
대한민국의 미래인 2030 젊은층이 좌절의 늪에서 버둥거리고 있다. 하늘 높을 줄 모르는 대학 학자금과 일자리가 없는 고용 가뭄이 '청춘의 덫'으로 덧씌워지면서다. 학문에 대한 목마름도, 청춘을 불사를 로맨스도 상아탑에서 사라진 지 이미 오래다.
청년실업자 100만 명, 학자금 대출금 10조 9000억 원 등 수치는 이같은 현실을 말하는 우리 사회 단면들이다. 취업을 위해 학원가를 떠돌고, 창업동아리를 기웃거려 봐도 탈출구는 보이지 않는다.
용케 입사에 성공했더라도 학자금 대출을 갚기 위한 고난의 여정이 이어진다. 결혼과 출산은 사치와 다를 바 없다.
반값등록금을 실현해내지 못한 사회. 일자리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사회. 대한민국 2030에게 비상구는 없는 것인가. CBS노컷뉴스가 창간 6주년을 맞아 대한민국 2030의 좌절과 희망찾기를 위한 몸부림을 추적했다.
서울 A 사립대학 졸업반인 강민지(가명·여·26) 씨는 현재 6년째 학교를 다니고 있다.
넉넉지 않은 집안 형편상 학비 마련을 위한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면서 학업은 늘 뒷전이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암으로 쓰러진 아버지의 치료비 마련에까지 뛰어들면서 2년 동안 휴학을 해야 했다.
◈ 장밋빛 대학생활 헛꿈
강 씨는 2006년 대학 합격증을 받아들었을 때만 해도 장밋빛 대학생활을 꿈꿨다.
넉넉지 않은 집안 형편으로 부모의 고생을 곁에서 지켜보고 자란 그는 토목공학과를 택했다. 돈을 많이 벌고 싶다는 생각에서였다.
서울행 대학 티켓은 가난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지름길임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가난을 대물림하고 싶지 않았던 부모도 서울행을 적극 권했다.
그러나 곧 깨달았다.
서울행이 사치이고 분수에 맞지 않았다는 것을. 생활비와 집값, 한 한기 400만 원이 넘는 학비에 발목을 잡히면서다.
강씨는 1학년 1학기 때부터 한국장학재단에서 학자금 대출을 받기 시작했다. 학비를 대주지 못한 부모는 그에게 연신 "미안하다"고 했다.
◈ 2번의 휴학, 아르바이트로 버텨온 6년
남들은 해외 어학연수다, 인턴이다, 스펙쌓기에 정신이 없을 동안 강씨는 3학년이 되던 해 2년간 휴학을 해야 했다.
고향인 충남 논산에서 아버지가 암에 걸렸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돈벌이에 내몰리면서다.
보험을 해지한 직후 암판정을 받았던 아버지는 보험혜택을 전혀 받을 수 없었다.
수술비와 병원비, 항암치료비로 들어간 돈만 몇 천만원. 학교를 다니면서 일을 할 수가 없어 2년간 사무보조로 악착같이 돈을 벌어 집에 보탰다.
그러나 부모를 원망할 수 없었다. 농사를 지으며 새벽에야 집에 오시던 부지런한 아버지였고, 공장에서 일하느라 기관지까지 상한 어머니였다.
◈ 아르바이트 3~4개 겹치기 끝
우울증 강씨는 복학하자마자 수업을 들으며 3~4개의 아르바이트를 겹치기로 뛰었다.
주말까지 쉬지 못하니 체력이 버티질 못했다. 녹초가 된 몸을 이끌고 수업을 들었으나 집중이 안됐다. 악순환이 계속되자 하던 아르바이트를 모두 그만두었다.
한 달이 지나자 그나마 모아뒀던 돈이 바닥 났다.
학교를 자퇴하고 집에 내려갈까 고민도 수십 번. 여기 저기서 동기들의 취업 소식이 들렸다. 괴로웠다. 아버지, 어머니, 강 씨 자신도 다 피해자 같았다.
외롭고 힘들어 우울증까지 걸렸다. 스트레스로 두 번의 응급실 신세도 졌다.
◈ 집세, 가스비 줄줄이 연체
그러나 무엇보다 힘들었던 것은 돈이 없는 고통이었다. 가스비가 연체되니 가스도 끊겼다. 한 겨울 내내 난방이 안된 얼음장 같은 반지하 방에서 생활해야 했다.
집세에 후불제 교통비, 인터넷비가 줄줄이 밀렸다. 집에 독촉 경고장이 날아오고 채권 추심으로 넘어갈거란 독촉 전화가 이어졌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집에 전화도 해봤지만, 힘들게 고생하고 계신 부모님 얼굴이 떠올라 돈을 보내달란 소리가 차마 입 밖에 나오지 않았다.
당장 통학에 필요한 차비가 없었다. 결국 2년간 다달이 부은 100만 원의 적금을 해지하기로 했다.
큰 마음을 먹고 은행에 갔지만, 빈 손으로 돌아 오기를 몇 차례. 못먹고 못입고 아껴서 부어온 적금이었다.
적금을 깨고 터벅터벅 집에 돌아오자마자 참았던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 졸업 앞두고 3000만원 빚만
이미 졸업학기인 8학기가 끝났지만, 강 씨는 졸업하지 못하고 있다. 닥치는 대로 일을 하다 보니 졸업 학점을 채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현재 5학년 1학기 초과 학기를 듣고 있는 강씨에겐 3000만 원의 빚이 남아 있다. 마지막 학비를 대느라 제2금융권에서 200만 원을 대출하기도 했다.
현재 월세 35만 원 원룸에서 3명의 친구들과 함께 생활한다.
커피숍과 화상 과외 아르바이트를 하며 한달에 50만 원을 벌지만, 교통비와 생활비, 집세를 제하고 나면 빠듯한 생활이다.
그러나 현재 월 7만 원 정도의 제2금융권 대출금 이자는 꼬박꼬박 내고 있다. 신용불량딱지만큼은 피하고 싶기 때문이다.
◈ 청년채무 상담사, 한줄기 빛으로
내년 졸업을 하면 대출 원금을 상환해야 한다. 빚을 안고 졸업해야 하는 막막한 상황이지만, 최근 어렴풋이 한 줄기 희망을 봤다.
대출 상담을 받고 싶어 등록한 청년 채무 상담사 과정을 듣고 직접 상담사가 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고 했다.
강씨는 이제 피해자 마인드에서 벗어나 미래를 향해 살고 싶다고 말했다.
"재무 상담이라는 게 돈 있는 사람들을 위한 영역이라고 생각했는데, 빚도 재무잖아요. 제 또래에겐 꼭 필요한 것 같아요. 주변에 아르바이트를 열심히 해도 학자금 대출 상환기간이 도래해 항상 돈이 없는 친구들이 많습니다. 이런 학생들에게 힘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leesun@nocutnews.co.kr
'▒ 새로운소식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앞으론 소변볼때 앉아 쏴” (0) | 2012.11.29 |
---|---|
“밥값 떼먹는 공무원들 때문에” 문닫는 식당들 (0) | 2012.11.29 |
귀국선은 오지 않았다…조국은 사할린을 버렸다 (0) | 2012.11.28 |
中 돼지고기 먹는건 자살행위" 농민 폭로글 확산 (0) | 2012.11.28 |
도굴꾼이 안내한 고려청자와 조선총통 (0) | 2012.11.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