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좋은시모음 ▒

술타령은 끝이 없어라.|

천하한량 2012. 11. 2. 20:18

시작할 땐 으례 한두잔이나

  마시면 갑자기 취하기 쉽고

  취하면 본마음 어두워지네

  백잔을 기울이며 정신없이 취하여

  거친숨 몰아쉬며 무진무진 마셔대네. 

      -다산 정약용이 25세 때 과거시험에 낙방하고 쓴 시의 일부

         : 다산은 당시로는 늦은 나이인 28세에 과거 급제하였답니다.

  

   - 2012.2.14  남이섬(전시관)에서

  

  한 잔 먹세그려,  또 한 잔 먹세그려.

  꽃 꺾어 세어가며 무진무진 먹세그려.

  이 몸 죽은 후면 지게 위에 거적 덮여 줄에 매어 가나,

  호화로운 관 앞에 만 사람이 울어 예나,

  어욱새, 속새,떡갈나무,백양(무덤) 속에 가기만 하면

  누런 해, 흰 달,가는 비, 굵은 눈, 소슬바람 불 적에

  누가 한 잔 먹자 할꼬.

  하물며 무덤 위에 원숭이 휘파람 불 때야

  뉘우친들  무엇하리  

                         - 송강 정철의 장진주사 (將進酒辭)

  

   - 2010.5.13  도담삼봉

 

  머리가 허연 너는 김진사가 아니더냐

   나도 한때는 꽃다운 청춘이 있었지 

  술은 늘어만 가는데 돈은 떨어지고

  세상을 알만하자 백발이 되었구나

                                         -「소설 김삿갓」중에서 

  

  -2010.10.22  미국의 서부 사막에서

 

 

  50대에 들어서면서 나는 마침내 술을 마시지 않게 되었다.

  심주심취(心酒心醉).

  마음으로 마시고 마음으로 취하는 일에 익숙해져 있었다.

 

  돌이켜보면

  술은 절망의 촉매제였고 고통의 치료제였다.

  불행의 초대자였고 위안의 동반자였다.

  만약 술이 없었다면 내 인생은 얼마나 무미건조했을까.

  그러나 이제는 마음 속에만 그리운 추억으로 남아 있었다. 

 

  소설 하나만 간직하고 살기에도 버겁고 눈물겨운 인생.

  어느 새 나는 길섶에 피어 있는 풀꽃 한 송이를 보아도

  절로 뼛속이 투명해지는 나이에 발을 담그고 있었다. 

                            - 이외수 산문집 『 그대에게 던지는 사랑의 그물』중

                              <주당약전/酒黨略傳> 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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