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부-[5] 부모만 바라보는 세대
"결혼해서 대출 갚으며 힘들게 사느니… 부모와 살 것"
가정 꾸리기보다 해외여행·취미 등 삶의 여유 택해
물질적 풍요 속 자란 세대들 '단칸방서 출발' 못 견뎌
"딱히 결혼하고 싶은 생각은 없어요. 결혼하면 삶의 질이 확 떨어질 게 뻔하잖아요. 부모님과 그냥 사는 게 나아요."
서 울 강남의 한 외제차 매장에서 근무하는 이정민(가명·36)씨는 용산구 동부이촌동의 부모 집에서 살고 있다. 그는 주말마다 강남에서 여자 친구와 영화를 보고 드라이브를 하며 데이트를 즐긴다. 주변에선 '언제 결혼하느냐'고 묻지만 이씨는 결혼하고 싶은 생각이 별로 없다.
"지금이야 부모님이랑 같이 사니까 좋은 동네에 살고 문화생활도 즐길 수 있지만 결혼하면 그런 게 다 끝나요. 부모님이 도와주시면 '생큐'인데 아버지가 퇴직금을 주식으로 날려서 돈이 거의 없어요."
그 는 결혼하는 친구들을 보며 무슨 생각을 할까. "부모님이 집 사줘서 결혼한 애들이야 부럽죠. 그렇지 못하면 아예 결혼 안 하는 것도 좋은 것 같아요. 주변에 대출금 갚느라 쩔쩔매고 고생하는 애들이 너무 많아요. 빚 때문에 결혼 생활이 고통스러울 것이란 걸 뻔히 알면서 왜 그걸 선택해야 하죠?"
서울 영등포구 대형 아파트(165㎡·50평)에서 부모와 함께 사는 회사원 차유정(가명·32)씨도 비슷하다. 은행에 다니는 남자 친구는 차씨에게 결혼하자고 조르지만 차씨는 "아직 생각 없다"고 했다. 차씨는 그냥 부모님이랑 사는 게 편하다며 "좁은 집 들어가서 결혼한 친구 집에 가봤는데 너무 답답했다"고 했다. 넓은 집에서 엄마가 해주는 밥 먹으면서 사는 게 훨씬 낫다는 것이다.
'한국형 패러사이트 싱글(parasite single·기생 독신)'이 늘고 있다. 신혼집 집값을 마련하지 못해 혹은 신혼집 집값을 마련하느라 고생하는 게 싫어 나이 마흔에 가깝도록 부모에게 기대서 사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무리해서 결혼해 고생하느니 차라리 안 하고 만다'는, 기성세대와는 전혀 다른 결혼관을 갖고 있다.
이들의 특징 중 하나는 독립된 어른이라기보다 '나이 든 아이'로서 살아가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부모와 한집에 사는 경우도 있고, 자취방에 살지만 사실상 부모의 보살핌 아래 살아가는 경우도 있다.
광주광역시에서 자란 박명준(가명·31)씨는 서울대를 졸업하고 국내 최고의 증권회사에서 3년째 근무 중이다. 박씨는 결혼할 생각이 전혀 없다. 고향에 사는 부모로부터 결혼 비용을 전혀 지원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자신이 모은 돈 6000만원으로는 서울 어디에도 신혼집을 구할 수 없다. 박씨는 "결혼하면 1억원 넘게 대출받고 그 후엔 평생을 '대출의 노예'로 살아야 한다"고 했다.
현택수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요즘 젊은이 중 상당수가 부모 세대가 이룩한 물질적 풍요 속에서 자라 경제적 어려움을 겪은 적이 별로 없다"며 "태어나서 처음 겪는 경제적 어려움 앞에 이들이 부모에게 의존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라고 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부모를 떠나지 못하는 자식도 문제지만 자식을 떠나보내지 못하는 부모들도 문제"라고 했다.
☞기생 독신
1990 년대 장기 불황에 빠진 일본에서 맨 처음 유행한 신조어다. 독립할 나이가 지난 뒤에도 취업난과 집값 상승 때문에 경제적으로 독립하기보다 차라리 부모에 얹혀살면서 주거 비용을 아껴 지금 생활수준을 유지하겠다는 젊은이들을 뜻한다.
- 일본선 결혼 안 하고 빌붙어 사는 자식들 때문에… 김수혜 기자
- "집 걱정 안 해요. 아버지가 도와주실 텐데요" 이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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